18년만에 최대 전국 입주물량 절반은 수도권…집값하락·역전세난 확산 가능성

 

경기도·인천 지난해와 올해, 내년 입주(예정)물량 / 자료=부동산114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침체돼있던 국내 주택시장은 2013년 전세값 급등이 매맷값을 밀어올리면서 회복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정부는 ‘빚내서 집사라’며 각종 규제를 완화했고 건설사들은 달아오르는 시장 열기를 등에 엎은채 십수년 끌어오던 영양가없는 사업지 분양물량을  마구 쏟아냈다. 상승곡선이 정점을 찍은 것은 2015년인데, 한 해 동안 시장에 풀린 공급물량만도 51만가구로 역대 최대치다. 분양물량이 착공 후 준공허가가 나기까지는 통상 2년 6개월에서 3년 가량 걸린다. 폭탄급 분양물량의 입주시기가 도래하는 시점이 내년이 될거란 얘기다.

주택시장과 관련한 어두운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내년 집값 하락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들어 5개월여 간 청약, 조세, 금융규제 등에 물샐 틈 없는 치밀한 규제를 가해 시장이 빠른 속도로 냉각기를 겪는 와중에 입주물량까지 대거 풀리면서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입주물량이 포화상태에 치닫는 일부지역의 집값 하락은 물론 인근지역으로의 역전세난 확산까지 예상한다.

6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에 전국에서 신축 아파트 44만3726가구 입주가 시작된다. 이는 지난 2000년 이래 18년만에 최대치다. 지난 10년간 입주물량이 연평균 24만5000가구인 것에 비하면 거의 2배 가량 급증한 셈이다. 또 2016년 29만3021가구, 올해는 37만9481가구가 입주한 것에 견주어보면 각각 85%, 16% 늘어나는 수준이다.

집값 하락의 진원지는 경기권이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 즉 경기·인천지역 물량이 빠른 속도로 증가해서다. 내년에 18만5312가구가 입주하게 되는데 이는 올해 입주물량 대비 28% 늘어나는 것이다. 올해와 내년 증가율만 단순 비교해보면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다가오지 않을 수 있지만 문제는 올해 역시 입주물량이 포화상태였다는 점이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 국지적으로 소화불량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된다. 올해 입주 물량은 14만3965가구로, 지난해 대비 48%나 불어난 상태다. 2년 간 쌓이는 총 물량을 짐작해보면 앞으로 이를 해결하기란 만만치 않다.

이같은 우려는 국토교통부가 매달 공개하는 미분양물량 현황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국토부 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으로는 경기권 신규 입주단지의 미분양 물량은 286호에 불과했지만 9월에는 2087호로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수치는 시장 분위기로도 증명된다. 화성·용인 등에서는 올해 이미 입주물량이 쏟아내면서 매매가격과 전셋값이 동반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영향으로 집값 추가 하락 압력이 커진 점도 부담이다. 전문가들은 내년이 더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내년부터 신DTI(총부채상환비율)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강화된 대출 규제와 양도소득세 중과 등이 순차적으로 시행되면 다주택자들은 서울 강남 등 알짜 지역을 제외한 수도권 입주물량 많은 지역 주택을 우선 처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까닭에 동탄2신도시 등지에서는 이미 분양가에 수천만 원 붙어 있던 웃돈이 사라지고 분양가를 수천만 원 밑도는 수준으로 급매 거래가 이뤄지는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빈집이 쏟아질 가능성은 물론이거니와 주택 매물이 점차 쌓이면서 경기지역 아파트값이 하락할 경우 일부지역 전세시장에서는 기존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돌려 받지 못하는 깡통 전세가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내년 들어서 주택가격 하락이나 역전세난이 더욱 두드러질게 우려되는 5개 지역으로는 화성‧용인‧남양주‧안성‧고양을 꼽을 수 있다. 해당 지역들은 △화성(지난해 13297가구→올해 23711가구→내년 31327가구 예정) △용인(지난해 2795가구→올해 6793가구→내년 1만5676가구)과, △남양주·(3938가구→8238가구) △안성(963가구→5804가구) △고양(1935가구→6033가구)정도로 소분류할 수 있다. 전자는 이미 지난해 대비 올해 입주물량이 많아 이미 요주의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집중 관리대상인 상태인데, 내년 역시 입주물량이 증가해 입주 홍수가 우려된다. 후자는 올해는 입주물량이 많지 않았지만 내년엔 올해 대비 입주물량이 최소 2배 이상 급증하면서 앞으로 미분양 우려가 커지는 지역이다.

이들 지역 입주물량 증가는 서울 등지의 전세가격에도 소폭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임대차시장에 머물러 있던 이들이 접근성 좋고 가격이 하락세인 경기권 남부 매매수요로 이탈하면서 서울의 전세가격도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윤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서울의 임대차에 머물러있던 사람들이 경기권 매매시장으로 이탈하면서 서울 전세시세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의 입주물량 역시 올해 2만6718가구에서 3만4925가구로 30% 이상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입주물량의 90% 이상이 분양이 아니라 이미 주인이 있는 재개발·재건축 물량이어서 입주물량 대다수가 택지공급 물량인 경기권과는 달리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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