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환전 인출 요구한 뒤 현금 편취 등 수법 지능화…금감원 “일단 전화 끊고 금감원 등에 확인해야”
20~30대 젊은 여성을 표적으로 한 보이스피싱 사기범이 급증하는 추세다. 올해 3분기 누적 피해 금액은 2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 늘었다.
과거 노인과 주부 등을 주로 노려왔던 사기범이 한층 지능화된 수법으로 20~30대 전문직 여성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어 주의가 당부된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20대 여성 피해자 A씨는 어느날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보이스피싱 범죄자는 자신을 검사라고 소개하며 "A씨 명의 계좌가 불법 자금 사건에 연루됐다"며 "그 계좌를 불법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소명을 못하면 재판을 받는다"고 말했다.
사기범은 이 여성에게 가짜 검찰청 공문까지 휴대전화 메시지로 보냈다. 사기범은 "본인 명의 통장에 얼마가 있나. 검찰 직원이 본인이 있는 곳으로 갈 것이다. 같이 가서 은행 돈을 찾아 직원에게 맡겨야 한다. 범죄 가해자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돈은 다시 돌려준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 여성은 은행에 가서 적금을 깨고 검찰 직원으로 속인 직원에게 그 돈을 건넸다.
사기범들은 이 같이 피해자들에게 경찰·검찰·금감원 등 정부기관을 사칭해 접근한 뒤 '해당 계좌가 명의도용 혹은 범죄에 이용됐으니 국가에서 안전하게 보관해주겠다'며 피해금을 편취했다.
올해 9월 한 달 간 수사기관·금감원 사칭 피해자 중 피해금 1000만원 이상인 20~30대 전문직·사무직 여성은 38명이다. 피해금액은 7억7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전체로 확대하면 20∼30대 여성이 당한 보이스피싱 피해만 3000여건에 달한다. 피해액은 224여억원에 달한다. 전체 피해의 70%를 넘었다.
수법도 진화하고 있다. 보이스피싱 사고가 많아지자 고객이 고액 현금을 인출할 경우 은행 창구 직원이 보이스피싱 여부를 묻는 경우가 많아졌다. 사기범은 이를 피하기 위해 피해자에게 달러로 환전할 것을 요구한다. 이후 피해자에게 금감원에 직접 방문해 본인에게 전화해 확인 절차를 거치면 된다고 설득시킨다.
피해자가 전화를 끊지 못하게 하는 수법도 많았다. 사기범은 피해자가 장시간 전화를 안 받을 경우 불법 계좌 사용 범행자가 돼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불안감을 조성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개인정보가 광범위하게 유출돼 범죄에 악용되고 있으므로 수사기관·금감원 직원 등이라는 전화를 받은 경우 당황하지 말고 양해를 구한 후 전화를 끊는 게 좋다"며 "주변 지인에게 통화내용을 설명해 도움을 받거나 해당 기관의 공식 대표번호로 전화해 반드시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