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 분양대첩서 국민평형 모두 한 자릿수 경쟁률…클린청약 추세 이어질 듯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 아르테온' 견본주택에서 청약예정자들이 줄지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 사진=뉴스1

 

최고경쟁률 ‘110대 1’.

지난 주말 개관한 서울의 한 견본주택에 유례없이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건설업계 내에선 네 번의 정부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강남4구 분양시장만큼은 건재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최고경쟁률 110대 1이란 성과는 착시현상에 불과하다. 고작 세 명만 모집하며 최고경쟁률을 낸 전용 59㎡D타입 주택형 경쟁률이 전체 1000여 세대 모집 분위기를 대표하기엔 한 쪽 눈 감고 평가하는 형태여서다. 지난 1일 1순위 청약경쟁률이 발표된 강동구 고덕동 ‘고덕 아르테온’ 얘기다.

2일 금융결제원 주택청약사이트 아파트투유를 보면 현대건설·대림산업이 공동으로 시공하는 고덕 아르테온 1순위 1071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1만1264명이 몰렸다. 전세대 평균경쟁율은 10.5대 1이고, 국민평형이라 불리며 전체 분양물량의 81%를 차지해 대표성을 띄는 전용 84㎡(구 34평형) 청약율은 8대 1 수준이다. 

 

이를 지난해 10월 인근서 분양한 ‘고덕 그라시움’ 평균경쟁률이 22대 1, 전용 84㎡ 경쟁률이 18대 1이었던 것에 견주어 보면 1년새 반토막이 난 셈이다. 같은날 서울에서는 해당 사업장 외에 두 곳이 더 1순위 청약접수를 받았는데 이들 사업장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모두 5대 1 안팎의 한자릿수 청약율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업장을 기점으로 청약시장에서도 서서히 정부 대책 약효가 먹혀들어가고 있다고 해석을 내놓고 있다. 대책발표로부터 3개월, 제도 개정이 시행된 9월 말로부터 한달 여 만이다.

 

통상 주택시장은 분양시장, 구축거래, 분양권 거래, 그 외 투자성향이 짙은 재건축 시장 정도로 분류하는데, 8·2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서울의 구축시장 거래량은 전년동기 대비 70% 가량 급락할 정도로 싸늘히 식었다. 상당수 강남권 재건축 사업장은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조항에 따라 이민이나 질병 등 예외사례를 제외하곤 아예 거래가 금지됐다. 유일하게 쉽사리 잡히지 않던 곳이 청약시장이었는데 이번에 유의미한 성과가 나온 것이다. 


이는 전방위적 정부대책이 시행되면서 상당수 투기수요가 걷힌 영향으로 풀이된다. 일단 청약문턱이 높아졌다. 기존에는 청약통장을 개설한지 1년이 지나고 12번 납입하면 1순위 자격이 됐지만 이제는 청약통장 개설 2년, 납입 24회 이상으로 요건이 강화됐다. 또 기존에는 전용 85㎡ 미만 당첨자를 뽑을 때 모집인원 일부를 추첨으로 뽑아서 이른바 로또를 기대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모집인원 전부를 청약가점 높은 순으로 순위를 매겨 뽑는다. 가점은 무주택기간이 길었던 이나 부양가족이 많은 사람일수록 높다. 즉 실수요자를 배려한 것이다.

금융규제도 강화됐다. 1년 전 두 배 이상의 경쟁률을 보였다고 소개한 옆 사업장은 중도금 대출이 무이자로 60%까지 나왔지만 이번에 분양한 아르테온은 깐깐해진 정부대책으로 최대 40%까지밖에 안나오는데다 유이자다. 입주시점에는 중도금 대출을 잔금대출로 전환할 때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마찬가지로 신DTI 등의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예상보다 대출가능액이 적을 수 있다는 위험도 있다.

소유권 이전이 입주 후 등기시점까지 금지됐기 때문에, 분양권을 단기간에 웃돈 받고 팔아넘겨 차액남기는 투기거품도 확실히 줄었다. 바로 옆 사업장 그라시움은 당첨으로부터 6개월 뒤부터 분양권 거래가 가능했기 때문에 투자수요가 많았다.  

 

청약율 자체도 확실히 줄었지만 앞으로 부적격자가 발생하며 예비당첨자들이 추가당첨을 기대할 수도 있다. 워낙 복잡해진 대책 탓에 부적격자가 속출하고 당첨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지난 9월 삼성물산이 강남구 개포동에서 분양한 한 사업장도 뒤늦게 전체 분양물량의 25% 가량이 미분양으로 시장에 다시 나왔던 바 있다.


이쯤 되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내년 1월부터는 청약시장에 참여하는 이들이 더욱 줄어들면서 이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0·24 가계부채대책 당시 발표한 중도금대출 보증비율 축소 및 대출보증한도 축소 내용 때문이다.

내년부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대출 보증비율이 기존 90%에서 80%로 축소된다. 기존에는 건설사 부도 등으로 공사가 완료되지 않으면 HUG가 은행에 대출액의 90%를 대신 갚아줬는데, 이제는 대출액의 80%만 갚아주게 된다는 뜻이다. 보증비율이 낮아진다고 개개인의 대출금액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지만 대출이 더 까다로워 질 수 있다. 

 

공적 보증이 없어 대출 원금의 20%를 떼일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은행 입장에서는 돈을 떼일 수 있는 리스크가 커져 대출에 신중해지고 대출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차주 상환능력 심사를 강화해야 하기 때문에 청약자들은 심리적으로 청약 위축이 더 커질 뿐 아니라 문턱이 더 높아지는 셈이 된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은 “이번 청약경쟁률은 이전보다 낮아진 걸 볼 수 있다”며 내년부터 10·24 대책까지 적용, 시행된다면 분양시장의 낮아진 경쟁률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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