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위 불출석 움직임에 의원들 분통…"주택기금 독식하며 아파트 싸구려로 지어 富축적"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해명 다됐으니 나가지 않겠다. 노인회 일정도 잡혀있다. 각 본부장급이 대신 나갈 순 있다.’

부실시공, 공사원가 부풀리기,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으로 전국민의 공분을 산 이중근 부영 회장이 결국 국정감사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부영은 아직 증인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하진 않았지만 늦어도 오늘 중으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사유서를 전달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릇된 관행 개선과 재발방지 대책 약속을 받아내기 위해 칼을 뽑아든 상임위 위원들과 부영 입주민은 적잖이 허탈해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부영은 부실공사 논란의 발단이 된 동탄2신도시 사업장 입주민들과의 보상안에 조용히 합의한 걸로 알려졌다. 때문에 땜질식 처방에 대한 비판도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30일 국회 국토위에 따르면 부영 측은 이중근 회장이 국감 당일 지방의 한 노인회 방문 일정이 잡혀있고, 계열사는 대표이사 책임제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굳이 회장이 나설 이유가 없다는 이유로 불참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위원회 소속 여당측 의원 한 보좌진은 "한 상임위원실 보좌진은 부영관련 자료확보 및 질의서를 대거 준비했는데 회사가 진작 회장의 불출석 의사표시를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국토위 소속 의원 다수가 이중근 회장 출석에 목 맨 이유는 부영에 관한 의혹 확인과 재발방지 대책을 받아내기 위해서다. 부영의 부실시공 문제는 남경필 경기도지사, 채인석 화성시장 등이 현장에 수차례 방문하면서 직접 챙길 정도로 올 초부터 건설업계를 넘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지난 16일 열린 국토위 국토부 국감에서는 부영주택의 부실시공 문제가 단순히 시공상의 문제가 아니라 비정상적인 기업 지배구조,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몰아주기, 비용절감을 위한 공기단축 등 그룹차원의 고질적 병폐에서 비롯됐다는 점이 무더기로 지적됐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들은 이중근 회장을 최근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상임위원들은 문제점이 다수 드러난 만큼 종합감사시 회장의 책임있는 재발방지 대책을 끌어내겠다는 계획이었지만 무산된 것이다.

특히 부영의 잡음을 잠재우기위한 땜질 처방도 비난이 일고 있다. 부영은 부실시공의 발단이 된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23블록 ‘동탄에듀밸리사랑으로부영’ 단지 입주민과 최근 조용히 피해보상안 합의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안에는 △추가로 50억여원 상당의 비용을 들인 조경특화 △외벽 도색 업그레이드 △주차시스템 개선 △공동 커뮤니티시설 1개동 추가 건립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해당 사업장 일대에서는 현금보상 얘기도 흘러나온다. 동탄2신도시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과거 부영이 위례 사업장에서도 부실시공으로 세대당 3000만~5000만원의 현금보상을 한 적이 있어 해당 사업장 역시 현금보상에 대한 소문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관련업계에서는 수개월 간 문제가 돼왔는데 시기상 이제야 피해보상안이 합의된 것을 두고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는 모습이다. 국감장에서 이슈가 되자 부영이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차원일 수 있어서다. 특히 부실공사 대책안이 조경특화, 외벽도색, 입주민시설 추가건립 등 공동시설 위주인 것을 두고도 보여주기식 대책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토위 소속 이원욱 의원실 관계자는 “부영은 그동안 최근 10년간 주택도시기금 대출의 절반을 받아내는 특혜를 받으면서아파트는 싸구려로 지어 서울의 삼성빌딩, 삼성화재, 송도 포스코타워 등 1조6000억원 어치의 건물을 매입해 부를 축적해오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부실시공 문제나 공기지연 문제가 있는 사업장은 전국에 한 두군데가 아니다. 이슈가 됐던 사업장 한 곳만 피해보상안을 제시해 잠재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만큼, 앞으로도 부영 문제는 집중적으로 다룰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국토위 관계자에 따르면 불출석 사유서 제출기한은 법적으로 정해져있지 않다. 증인 측이 국감 당일 제출을 해도 문제되지 않는다. 때문에 맹탕국감의 행정적 문제 중 하나로 지적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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