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트 명작전-누드, 누드를 벗기다
  • 김성진 기자(star@sisajournal-e.com)
  • 승인 2017.10.29 16: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누드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 담아…"이번 전시 자체가 우리 사회에 의의 가질 것"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에서 '영국국립미술관 테이트 명작전-누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 사진=김성진 기자

전시를 시작하기도 전에 민원이 들어왔다. 앙리 마티스의 작품 옷을 걸친 누드를 포스터로 만들어 펜스에 내건 적이 있는데, 공원에 음란물을 걸어놨다고 한 시민이 항의를 했다

 

지난 2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영국국립미술관 테이트 명작전누드전시회를 찾았다. 정나영 소마미술관 전시학예부장은 테이트 명작전-누드전시회가 우리나라에서 누드라는 단일 주제로 처음 열리는 전시회라며, 전시 준비부터 그 과정이 쉽지 않았음을 설명했다.

 

정 학예부장은 이 포스터를 떼면 마티스의 작품이 정말로 음란물이 될 것 같고, 마티스 작품에 대한 예의도 아닌 것 같아서 이 포스터를 떼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결국엔 로뎅의 키스로 포스터를 대체했지만 시작하기도 전에 논란이 생겨서 우려가 많았다고 고백했다.

 

누드는 시대를 불문하고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누드(nude)는 라틴어 누두스(nudus)에서 유래됐는데, ‘벌거벗은’, ‘나체의란 의미 외에도 순수한’, ‘단순한이란 의미도 함께 담겨있다. 일견 엇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누드의 두 가지 의미는 역사를 종단하기도, 또 횡단하기도 하며 시대마다 각각의 고민거리를 안겨줬다. 또 반대로 각 시대가 극복해야 할 정체된 의식들이 누드에 담겨 표현되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우리나라 사회에서 누드를 욕망의 대상인 육체(flesh)로 볼 것인지, 아니면 단순 형태(form)로 볼 것인지에 대해 고민케 하는 계기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전시를 보러 온 관람객들은 모두 저마다의 관점으로 누드를 해석하고 받아들였다. 1전시실에 전시된 허버트 드레이퍼(Herbert Draper, 1863-1920)의 이카루스를 위한 애도(1898, 캔버스에 유채, 182.9 x 155.6) 앞에서 한 관람객은 그림을 종교적으로 해석했다.

 

송파구 올림픽 공원 근처에 거주하는 김병수(60회사원)씨는 이카루스가 쓰러져 있는 모습이 마치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 같다. 주변의 님프들이 이카루스를 애도하고 있는데, 마리아가 죽은 예수를 끌어안고 있는 피에타가 연상되기도 한다누드를 통해 슬픔이 더 진하게 드러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소마미술관 입구 앞에 걸린 허버트 드레이퍼(1863-1920)의 작품 이카루스를 위한 애도(1898, 캔버스에 유채, 182.9 x 155.6). / 사진=김성진 기자

그러나 전시를 찾지 않은 사람들에게 누드는 여전히 외설적이고 불온한 것이었다. 벌거벗은 육체는 욕망의 대상이며, 감추고 가려야 할 대상이었다. 이번 전시가 갖는 의의는 바로 전시회 안에서 이뤄지는 작품 해석이 아니었다. 바깥에서 전시회를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들의 엇갈림이었다.

 

정 학예부장은 바로 그 자체로 이번 전시가 의의가 있을 거라고 말한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0년 동안의 미술사다. 현재 전시된 작품들 중 예전에는 외설적이라 비난 받았던 작품들도 있다. 하다못해 로뎅의 키스 조차도 그런 시기가 있었다그러나 작가는 자신이 느낀 것들을 누드를 통해 담아낸다. 누드를 통해 우리 사회 담화가 풍부해지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누드라는 주제의 독특함에 따라 관람객들의 성격 또한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보통 다른 전시를 하면 910월에 단체 관람객들이 많이 오는데, 이번 전시에는 학원이나 학교에서 오는 단체 관람객이 확 줄었다는 것이다.

 

반면 노년층 관람객은 크게 늘었다. 정 학예부장은 이번 전시는 노년층 관람객이 많다. 특히 남자분들이 지인들과 무리지어 오는 경우가 많다성인들끼리 누드 작품을 관람하는 것과, 온 가족이 함께 와서 관람하는 것에는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전시회 관람객은 최근 5만명을 넘어서며 흥행에 성공했다. 정 학예부장은 누드라는 주제는 아직 우리나라에서 터부시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올까 걱정했었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뿌듯하고, 이런 점에서 이미 우리 사회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마티스, 피카소, 쟈코메티, 키리코 등 총 66명의 작가의 누드 작품 122점이 전시된다. 6개 전시실에 8개 주제로 이뤄졌으며, 역사적 누드, 사적인 누드, 모더니즘 누드, 몸의 정치학 등 각 시대별로 변화해 온 누드의 역사가 한 곳에 담겨있다. 전시는 1225일까지 이어진다.

  

김성진 기자
김성진 기자
star@sisajournal-e.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