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어 유럽중앙은행도 양적완화 축소 시동…깜짝 경제성장에 한은 연내 인상 가능성 높아져

저금리, 양적완화 시대가 저물고 있다. 미국은 일찌감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연방준비제도(연준·Fed) 보유 자산도 축소하고 있다. 내년엔 연 3회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점쳐진다. 미적대던 유럽중앙은행도 양적완화 축소 행렬에 동참하면서 세계 주요국들이 ‘돈 줄죄기’로 통화정책 흐름을 바꿔나가고 있다.

이런 대외적인 상황에서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연내로 당초 예상보다 앞당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3분기 1.4% 깜짝 성장을 보이면서 기준금리 인상을 위한 바탕은 마련됐다. 물가도 한은 목표 수준에 근접한 상황이다. 한은도 강력하게 기준금리 인상 신호를 보내고 있다.

◇ “썰물 시작됐다”···돈줄 죄는 주요국들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 축소에 불을 당겼다. 26일(현지 시각) 유럽중앙은행(ECB)은 통화정책회에서 내달 1월부터 9월까지 현재 매달 600억유로 규모의 채권 매입을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기존 제로금리는 동결하기로 했다.

이날 발표한 ECB의 양적완화 축소는 당초 시장이 예상했던 규모보다는 적은 수준이다. 여기에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ECB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상당한 규모의 회사채를 계속 매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완만한 테이퍼링을 하면서 시장 상황을 주시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렇지만 ECB가 양적완화 축소에 시동을 걸었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부여된다.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필요성을 ECB가 지속적으로 느끼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되는 까닭이다. 옌스 바이트만 독일 중앙은행 총재 등 ECB가 더 적극적으로 양적완화 축소에 나서야 한다는 유로존 내부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이미 기준금리 인상, 자산 축소 등 풀어놓은 돈을 거둬들이는 데 적극적이다. 앞서 미국 연준은 올해에만 3월과 6월 두 차례 기준 금리를 인상했다. 4조5000억달러 규모의 연준 보유 자산 축소 계획도 이미 나왔다. 게다가 연준은 올해 12월 기준금리를 한 번 더 올리겠다는 것을 시사하기도 했다.

◇ 한은 통화정책도 변화 맞아

세계 주요국들의 통화 정상화는 국내 기준금리 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은이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올해까지 이어가고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한다면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는 역전된다. 이 경우 국내에 머물러 있는 외국 자본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기존보다 높아지게 된다. 대외 여건을 무시하고 현행 1.25%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에는 통화당국의 부담이 늘어나는 셈이다.

때마침 한은도 기준금리를 인상할 여건이 만들어지고 있다. 한국 경제의 회복 속도가 올해초 예상보다 견조해진 것이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치)’에 따르면 계절조정 기준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1.4% 늘었다. 이 같은 추세로라면 3%가 넘는 성장률 달성이 가능하다. 올초만 하더라도 연간 2.5%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었다.

한은은 이미 기준금리 인상 신호를 잇달아 내보내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9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통화완화 정도를 줄여나갈 여건이 성숙하고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이후 국정감사에서도 “불확실성이 많아서 경기회복 흐름이 견조한지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지만 방향 자체는 (금리 인상이) 맞다고 본다”고 금리 인상 가능성을 숨기지 않았다.

이에 연내 인상을 점치는 의견들도 많아지고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중반만 하더라도 올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국내 경기를 드러내는 데이터가 뒷받침하면서 11월에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고 밝혔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민간 소비 등에 대한 지표는 여전히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수출이 지난해부터 계속 호조를 보이고 있다”며 “내년 1월뿐만 아니라 올해 11월 인상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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