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자의 팝컬쳐] 같지만 다른 두 시대극 ‘박열’ vs ‘남한산성’
[고기자의 팝컬쳐] 같지만 다른 두 시대극 ‘박열’ vs ‘남한산성’
  • 고재석 기자(jayko@sisajournal-e.com)
  • 승인 2017.10.27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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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열은 저예산으로 홈런 쳐, 대작 남한산성은 BEP 실패…평단 뜨거운 지지는 공통점
배우 고수(왼쪽부터), 박희순, 이병헌, 조아인, 박해일, 황동혁 감독이 14일 오후 부산광역시 해운대 비프빌리지에서 열린 영화 ‘남한산성’ 무대인사에 참석해 인사를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올해 한국 영화계에는 시대극이 차고 넘쳤습니다. 이중 가장 극명하게 대비되는 작품이 ‘박열’과 ‘남한산성’입니다. 박열은 한국영화 평균수준 제작비가 쓰인 저예산 작품입니다. 남한산성은 블록버스터 수준 제작비가 쓰인 대작입니다. 결과는 어떨까요? 총 관객수는 남한산성이 앞섰지만 쓰인 돈을 고려하면 홈런을 친 건 박열입니다.

영화 박열은 1923년 도쿄에서 6000명의 조선인 학살을 은폐하려는 일제에 정면으로 맞선 조선 청년 ‘박열’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 ‘후미코’의 실화를 그린 영화입니다.

이제훈의 호연이 화제가 됐지만 정작 스포트라이트는 최희서가 받고 있습니다. 박열의 연인이자 동지 가네코 후미코 역을 맡은 최희서는 대종상에서 신인여우상과 여우주연상을 동시 수상하는 진기록을 세웠습니다.

영화 박열의 순제작비는 26억원입니다. 마케팅, 홍보 등 부대비용을 더 해도 총제작비가 40억원 안팎에 불과합니다. 현재 한국 상업영화 평균제작비가 60~70억원대까지 치솟을 걸 감안하면 저예산 내지 평균예산인 셈입니다. 이런 상황서 박열은 손익분기점(BEP, 150만명)을 크게 뛰어넘은 최종성적표(236만명)를 받았습니다.

비즈니스 차원에서 보면 이와 전혀 다른 행보를 간 작품은 아직 상영 중인 남한산성입니다. 현재까지 남한산성은 400만 가까운 관객을 불러 모았습니다. 대박은 아니더라도 중박이라 할 성적표 정도는 됩니다.

문제는 투입 대비 산출입니다. 남한산성은 순제작비 150억원 안팎에 총제작비는 170억원이 넘게 쓰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되면 BEP는 500만명을 훌쩍 넘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따라 두 투자배급사의 운명도 갈렸습니다. 박열은 메가박스(주)플러스엠이 제공과 배급을 맡았습니다. 남한산성의 투자배급사는 CJ E&M입니다. 1위 CJ E&M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두 시대극(군함도, 남한산성)에서 모두 쓴맛을 보게 됐습니다.

플러스엠은 저비용 고효율 덕을 톡톡히 맛볼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영화진흥위원회가 플러스엠을 두고 “중·저예산영화를 통해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려 고무적인 한 해를 보냈다”고 평했는데, 아마 올해도 같은 평론을 하면 될 것 같습니다.

비즈니스 차원에서야 두 영화의 희비가 확연히 갈립니다. 하지만 두 작품을 바라보는 업계와 평단의 시선은 대동소이합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두 영화를 두고 “흥행 결과와 상관없이 정유년의 원석이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상이 영화의 질을 담보해주는 전부는 아니지만 최근 수상기세가 이 관계자의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합니다.
영화 박열은 지난 25일 개최된 제54회 대종상 영화제에서 감독상, 여우주연상, 신인여우상, 미술상, 의상상 등 5개 부문 수상작이 됐습니다. 이번 대종상 영화제 최다수상입니다. 앞서 박열은 제26회 부일영화제에서도 신인 여자연기상과 각본상 등 2개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었다.

남한산성은 11월 9일 시상식이 진행되는 제37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촬영상, 음악상 등 4개 부문을 휩쓸었습니다. 4개 수상 부문 모두 작품 완성도를 판가름하는 영역이라는 점이 특히 눈길을 끕니다.

최근 남한산성은 런던 아시아 영화제 개막작과 프랑크푸르트 한국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됐습니다. 평단의 뜨거운 지지 덕에 제작진들은 BEP 실패의 쓰라림을 조금은 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분기마다 실적을 고민해야 할 CJ E&M으로서야 수상에만 만족할 수야 없을 겁니다. 그래도 역대 CJ가 내놓은 블록버스터 중 가장 뜨거운 호평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기억해두면 좋겠습니다. 아참, 과거 혹평에 시달린 영화가 무엇인지는 여기서 밝히지는 않겠습니다.

고재석 기자
고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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