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채용비리와 전면전 선포…부처합동본부, 과거 5년간 채용 과정 점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관들이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기관 채용비리 관련 관계장관 긴급간담회를 마치고 공공기관 인사·채용비리 근절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공기업 S사는 대졸인턴 10명을 먼저 채용한 후 6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고 공고했다. 이에 S사 전 사장 A는 자신의 조카 B를 인턴채용에 응시하도록 했다. 이후 A사 인사 담당 실장 C에게 B의 합격처리를 지시했다. 

 

C실장은 A사장의 조카 B를 위해 인턴 채용 인원을 당초보다 2명 더 늘렸지만 B의 평가 점수는 합격 미달 수준이었다. 이를 안 A사장은 조카 B의 합격 처리를 재차 지시했고, 결국 B는 점수조작 등을 통해 최종합격 처리됐다.

앞으로 채용비리를 청탁한 A사장과, 채용비리로 취업한 조카 B, 채용비리를 도운 C실장 모두 정부 감시 하에 엄중한 처벌을 받게된다. 정부가 공공기관 채용비리 근절을 위한 구체적 대책 방안을 내놓으며, 채용비리가 적발된 공공기관을 일벌백계 하겠다고 밝혔기 때무이다. 정부가 비정규직 정규직화 목표 20만5000명을 약속한 가운데, 정규직화 과정에서 낡은 관행 등을 뿌리 뽑겠다는 각오로 풀이된다. 


27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기관 채용비리와 관련해 관계장관 긴급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김 부총리는 “최근 검찰조사가 진행 중인 기관만 10개가 넘는다. 친·인척 취업 청탁 등 비리 유형도 매우 다양하다”며 “공공부문 인사 비리에 대해 무관용의 원칙으로 끝까지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공공기관 채용비리 대책 등 강도높은 대책을 내세운 것은 그만큼 채용비리 수준이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기 대문이다. 앞서 공기업 S사의 사례처럼 이미 민간부분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에서도 부적절한 채용 절차나 채용비리 관행은 만연해 있다. 

 

감사원이 지난 8월 공공기관 채용 등 조직·인력운영 실태와 관련해 작성한 감사보고서를 보면, 공공기관 39곳에서 인사청탁·압력행사, 부당지시, 특혜채용 등 채용비리 등 위법·부당 업무처리 및 제도개선 필요사항 등 모두 부적절한 채용 사례가 100건이나 드러났다. 당시 감사는 감사인원 49명을 중심으로 지난 2월27일부터 4월21일까지 진행됐다.

 

/표=조현경 디자이너.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심사·평가부실, 규정미비 취약 등으로 인한 지적 사항이 총 100건 중 69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 외 기관장의 부당지시·채용청탁 등으로 인한 문제도 18건, 고졸채용 시 대졸자 응시를 가능하도록 한 정부 일자리시책으로 인한 부작용은 13건이었다.

문제는 이같은 부실 채용과 채용비리 관련 사건 등에 대한 엄중한 징벌 체계가 부실했다는 점이다. 공공기관에서 채용비리가 적발돼도 ‘주의’ 수준에 그치는 경우는 다반사였다. 8월 감사보고서에도 지적사항 100개 중 67개에 대한 조치는 ‘주의’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공공기관 채용 실태와 관련해 “점검결과 기관장의 부당지시·채용청탁 등 인사권 남용 사례가 여전했다”면서 “심사·평가부실, 규정미비 등에 대하나 개선도 시급한 실정”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2013년 강원랜드 부정채용 게이트는 공공기관 채용비리를 적나라 하게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강원랜드 게이트는 채용비리에 대한 정부의 방관적 태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2013년 강원랜드 신입사원 채용 당시 최종합격자 518명은 모두 취업청탁 대상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청탁자는 120명이었으며 청탁 대상자는 총 625명이었다.

◇ ‘원스트라이크 아웃’ 등 처벌 강화…비리 개연성 높으면 대검서 수사 


이에 대해 정부는 강력한 채용비리 근절대책으로 ‘무관용 원칙’을 들고 나왔다. 공공기관들이 빠져나갈 구멍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의지다.

정부는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전 공공기관 인사 관련 서류를 조사 종료 시점까지 보존하며, 서류 조작이 발견될 경우 인사비리와 동일하게 간주하겠다고 밝혔다. 또 비리 제보 접수 시, 과거 5년이었던 조사 기간을 무기한으로 확대한다.

또 모든 비리 관련자에 대해서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한다.

채용비리가 적발된 인물은 직급, 보직에 상관없이 업무에서 즉시 배제한다. 이후 해임 등 중징계를 원칙으로 무거운 처벌이 내려진다. 인사비리 청탁자는 실명과 신분이 공개되며, 비리 관련 채용자는 퇴출을 원칙으로 조치된다.

정부는 이같은 ‘채용비리 발본색원(拔本塞源)’을 위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대책 본부’를 한시적으로 구성·운영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 제2차관이 본부장을 수장으로 권익위원회, 경찰청, 공공기관 주무부처 등은 참여, 감사원은 협력하는 체제가 구축된다.

또 심층조사가 필요한 기관에 대해선 기재부, 권익위, 국무조정실, 경찰청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강력한 조사가 실시된다. 조사 결과 비리 개연성이 높다고 판단될 경우 감사원과 검찰에 조사·수사를 의뢰하고, 대검찰청 반부패수사부에서 수사를 전담한다.

한편 정부는 주무부처 산하 공공기관과 지방 공기업·유관단체 등 1100여 곳의 과거 5년간 채용업무 전반을 조사한다. 조사 대상은 중앙정부가 운영하는 공공기관 330곳과 지방 공기업·공공기관 824곳을 비롯해 공직 유관단체 등을 포함해 최종1100여곳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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