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범’ 김성훈 대표, 1만2000명 피해자 고통 기억해야

민사소송은 기사화하기 어렵다. 객관적 사실에 기초하더라도 공익적 측면에서 그 의미를 부여하기가 만만치 않다. 깊게 취재한 형사사건도 민사사건은 당사자끼리 잘 정리되겠거니 하고 지나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1만2000여명에게 1조원 이상의 피해를 준 금융 피라미드업체 IDS홀딩스 사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제2의 조희팔 사건’이라고 불릴 만큼 국민적 관심이 높은 금융 피라미드 사기 범죄지만, 정작 피해 변제와 관련된 기사는 한 번 더 고민하게 된다. 피해자들을 ‘사사로운 수당 욕심에 눈이 먼 사람들’로 규정해 버리면 기사는 목적과 방향을 잃기에 십상인 탓이다. 1년6개월 가까이 이 사건을 취재한 한 기자는 “돈 이야기는 인제 그만 쓰는 게 좋겠다”라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했다.

그래도 이 사건을 추적하는 이유는 IDS홀딩스 대표 김성훈씨가 성실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2014년 9월 투자자로부터 672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단을 받았음에도 범행을 계속했다. 결국, 지난해 8월까지 1만2076명으로부터 받아 챙긴 금액이 1조960억원에 달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김 대표에게 징역 15년의 중형을 선고하며 ‘금융 피라미드 조직을 이용한 조직적 범죄행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징역 12년을 선고했던 1심 재판부도 “원금과 이자 상환 능력이 없는데도 투자자에게 이를 알리지 않았다”며 “2014년 9월 재판이 시작된 후에도 9000억원의 자금을 모은 점을 볼 때 상습범에 해당한다”고 꾸짖었다.

김씨의 범죄는 최근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정·관계 및 법조계 인사까지 배후에 있었다는 피해자들의 주장이 신빙성을 얻고 있는 모양새다. 검찰은 IDS홀딩스에서 대관 업무를 담당한 유지선 회장이 이우현 자유한국당 의원의 전 보좌관 김모씨를 통해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인사·수사 청탁을 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단순 유사수신 범죄가 아닌 정·관계까지 확대되는 이른바 ‘게이트’가 될지 주목된다.

하지만 김씨는 아직도 화려한 부활을 꿈꾸고 있다고 한다. 사업전망이 불투명한 변제안을 피해자들에게 내세워 처벌불원서 등 합의서 작성을 요구하는가 하면, IDS홀딩스 핵심관계자들과 면담할 때마다 ‘내가 출소해야 피해변제가 가능하다’고 강조한다는 후문이다.

진심이 무엇이든 김씨는 자신의 범죄가 낳은 피해자들의 고통을 기억하길 바란다. 또 해명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성실하게 대응하길 바란다. 의문을 제기하는 피해자들을 ‘방해자’로 규정하고 공격하는 것은 비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