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건설사 주택분양 어려워질 듯…주택공급, 자금여력 있는 건설사 위주로 재편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보증기관의 보증강화 등을 시작으로 후분양제를 향한 후속조치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 이미지= 조현경 디자이너
민간 부문을 대상으로 한 후분양제 도입속도가 가속화될 조짐이다.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주택금융공사의 주택 사업장 보증비율 하향조정, 보증심사 강화를 시작으로 후분양제 확대를 향한 후속조치가 잇달아 발표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토교통부, 한국은행이 전날 공동으로 발표한 ‘가계부채 종합대책’은 민간주택의 공급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HUG, 주금공 등의 보증기관의 분양보증 비율을 내년부터 90%에서 80%로 축소 등의 보증요건 강화 방안이다. 이에 따라 주택을 분양하는 건설사에 대한 금융사의 대출실행 요건이 까다로워지게 된다.

이는 후분양제를 위한 사전포석이란 의견이 나오고 있다. 후분양제는 선분양제와 달리 건설공정이 80% 가량 진행됐을 때 입주자를 모집한다. 선분양제를 실시하는 건설업체가 사업 초기단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계약금, 중도금을 활용할 수 없다. 따라서 은행대출, 자체 자금으로 사업비를 충당해야 하는 만큼 재무건전성이 확보돼야 한다. 이번 보증기관의 보증비율 축소, 보증요건 강화로 재무가 견실한 건설사 위주로 주택사업장이 공급될 수 밖에 없는 만큼 후분양제에 필수요건인 건설사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정석 단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대책에서 보증기관의 분양보증 강화는 후분양제로 가기 위한 준비과정을 정부가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분양보증을 받기 어려워지면 사업성이 있고 자금여력이 있는 건설업체 위주로 주택공급이 이뤄지게 된다”며 “후분양제도 똑같은 과정을 거친다. 선분양제에서 계약금, 중도금으로 충당할 수 있던 자금을 은행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니 (분양보증 강화에 따라 자금여력이 있는 건설사 위주로 주택이 공급되는) 궁극적 효과와 비슷하다”고 평했다.

앞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 박상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후분양제를 공공 부문부터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전면 확대는 현 상황에서 어렵다는 전제를 달면서 김 장관은 민간의 후분양 주택공급을 장려하는 차원에서 후분양제 가 실시될 경우 주택도시기금 지원금 상향, 공공택지 우선 공급 등의 지원책을 언급했다.

앞으로 발생할 이슈들도 민간 주택공급자의 후분양제를 간접적으로 촉진하는 방안들이 담길 가능성도 있다. 지난 7월 국토부는 보스턴 컨설팅 그룹에 ‘4차 산업혁명 대비 건설산업 및 인프라 경쟁력 진단’이란 주제로 건설산업 대상 정밀재무진단 용역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건설산업과 사회기반시설(SOC)이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방안이 주된 내용이다. 다만 건설업계 차원에서 “재무건전성이 좋지 않다고 판단된 건설사 대상 구조조정이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주현 대한건설협회 회장 역시 지난 7월24일 열린 ‘건설의 날’ 행사에서 정부 주도로 ‘인위적 구조조정’이 발생해선 안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다만 후분양제를 유도하는 조치가 강력히 이뤄지긴 힘들다는 의견도 나온다. 건설업계는 선분양제에 맞춰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상황이다. 앞으로 건설경기 악화와 더불어 급격한 후분양제 관련 대책이 발표될 경우 건설업체의 경영악화가 급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반대 목소리가 큰 만큼 관련 대책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도 쉽지 않다.

유 교수는 “후분양제 도입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앞으로 수년의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단 분석도 나온다”며 “제도를 바꾸기 위해 국회와의 논의절차도 거쳐야 한다. 후분양제를 급속도로 확대하기란 간단한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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