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고강도 옥죄기 추진 우려…중기는 경제생태계 개선 기대

문재인 대통령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홍종학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명했다. 사진은 지난 2015년 2월 국회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홍 전 의원. 사진=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재벌개혁론자 홍종학 전 국회의원을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지명한 것은 재벌개혁이라는 새 정부의 경제기조와 일맥상통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이어 홍종학 장관까지 이어지는 삼각편대가 위용을 갖추면, 재벌개혁 정책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는 고강도 개혁을 우려하며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문재인 대통령은 벤처부 초대 장관으로 홍종학 전 국회의원을 지명했다. 청와대는 홍 후보자에 대해 중소·벤처기업 중심의 건강한 경제생태계를 만들어 낼 적임자라며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홍 후보자는 교수 출신으로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정책위원장과 경제정책연구소 소장을 지내는 등 경제민주화에 앞장선 인물이다.

 

그는 2012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뒤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재벌 개혁과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에 앞장섰다. 면세점 특허 갱신 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관세법 개정안(홍종학법) 통과는 의정활동 최고 성과로 꼽힌다.

 

홍 후보자의 반재벌 성향은 과거 그가 쓴 논문과 책에 잘 드러난다.

 

홍 후보자는 2000년 경원대 경제학과 교수 시절 쓴 재벌문제에 관한 두 가지 견해 : 진화가설 대 암세포 가설이라는 논문에서 재벌을 암세포에 비유했다. 그는 암세포의 뛰어난 자기증식능력이 생체에 부담이 되는 것과 비교할 수 있듯이 직접 재벌에게 제약을 가하지 않는다면 정상적인 시장의 운영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2001한국은 망한다라는 책을 발간하며 진행한 한 언론 인터뷰에서 평상시 끊임없는 확장으로 중소기업을 몰락시키고, 죽어야 할 때 죽지 않고 끊임없이 자금을 끌어다 써 다른 기업에 피해를 주고, 결국 망할 때는 국가 경제 전체를 휘청이게 한다는 점에서 재벌은 암세포와 같습니다고 지적했다.

 

홍 후보자는 최근까지 개인 블로그 홍종학 경제정책연구소을 운영하면서 꾸준히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주창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반재벌 성향인 홍 후보자의 장관 지명은 장하성 대통령 비서실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인선과 함께 재벌개혁이라는 문 대통령의 경제관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문재인 정부의 실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장 실장은 참여연대 출신으로 삼성그룹의 경영권 세습에 대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으며, 김 위원장 역시 경제개혁센터 운영위원장 출신으로 재벌개혁 운동의 전면에서 활동했다.

 

재계와 중소기업계는 이번 홍 후보자 지명에 대해 고강도 개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향후 경제생태계 개선에 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홍 후보자는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정책본부장을 지낸 핵심 인사라며 “‘대기업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이 힘을 받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교수 출신인 홍 후보자와 더불어 정부 내 경제 수장 대부분이 학계나 시민단체 출신이라며 정부가 단순히 대기업을 옥죄기 위한 정책만을 추진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A기업 관계자 역시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이 전방위적으로 가속화하는 분위기여서 기업들로서는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라며 각 기업의 구조를 개선하는 문제보다 거시적 관점에서 국가 전체 경제 플랜을 세우는 방향으로 정책이 실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벤처업계 한 관계자는 홍 후보자는 대통령과 가까운 정치인으로 향후 벤처부 주요 정책에 힘이 실릴 것이라며 이익 대부분이 협력업체보다 최종기업에 몰려있는 부당한 경제구조를 개선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벤처부 장관은 중소기업의 기술과 개발 역량을 대기업으로부터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기업이 동등한 위치에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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