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뉴스 편집 권한 및 책임 AI‧외부로 떠넘기지 말아야

 포털뉴스 편집에 외부 입김이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괴담 같은 의혹이 현실로 드러났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네이버에 불리한 기사를 잘 안 보이도록 조치해주라고 청탁한 사실은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 이 외 얼마나 많은 뉴스조작 시도가 있었을 지는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당연히 그 시도 주체 중에선 포털 사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집단도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미 정치권은 노골적으로 포털 편집방향에 대해 감 놔라 배 놔라하고 있다.

 

한 포털 관계자는 언론사야말로 포털의 가장 큰 고객이라고 말했다. 포털을 찾는 이들이 가장 많이 접하는 콘텐츠가 뉴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털은 뉴스 서비스를 계속 하고 싶어 하지만 편집권은 내려놓고 싶어 한다. 쥐고 있어봤자 피곤한 일만 발생하기 때문이다. 포털은 얼마 전부터 뉴스편집에 있어 인공지능 추천 기능을 도입했다. 또 각 정당 추천 인사들로 구성된 인물들로 편집자문위원회를 만들기도 했다.

 

모두 중립성을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사실상 논란과 책임을 피하기 위한 조치라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인공지능 추천이란 게 결국 취향에 맞는 기사를 노출시키는 것이다. 추천 기사만 보게 되면 그 독자는 자신의 평소 관심 밖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소식들은 놓치고 살게 될 것이다.

 

뉴스편집과 관련한 일부 권한을 외부 인사들에게 맡기는 것은 더욱 우려스럽다. 한국사회에서 늘 중립을 지킨다면서 실시하는 단골 해결책이 있다. 여러 이익집단들의 각 추천을 받아 위원회를 꾸리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꾸려진 위원회는 늘 파행을 겪거나 결국 가장 힘센 집단의 뜻대로 결론을 내는 것을 우리는 이미 학습해왔다. 뉴스 편집권에 대해 외부 입김이 늘어나지 않을지 걱정이다.

 

포털은 좋든 싫든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과 책임을 부정하지 말아야 한다. 포털은 이미 대한민국 편집국장이다. 각 신문사에선 매일 어떤 기사를 1면에 내세울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다

 

허나 대부분 기자들의 관심사는 이미 포털에 있다. 자신의 기사가 포털에서 어떤 위치에 배열될 지가 기사의 파급력을 좌지우지한다. 기사가 포털 메인에 걸리면 친한 기자들끼리 축하한다는 말을 주고받는다. 이게 대한민국 언론시장의 냉정한 현실이다. 피하고 싶어도 이미 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어차피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뉴스 가치에 따라 기사를 제공하는 것은 결국 AI가 아니라 최종적으로 권한을 부여받은 그 누군가가 해야 한다. 이미 언론의 기능을 일부 하게 된 판이라면 그 편집기준 역시 언론 본연의 역할에 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금의 사태는 이미 포털이 뉴스를 서비스하겠다고 처음 마음먹었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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