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금융이 車엔진이면 윤리경영은 바퀴…소비자보호 강화로 윤리경영 중요성 더 커져

김주원 농협금융지주 준법지원부 팀장이 은행의 윤리경영, 고객 신뢰의 중요성 등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노성윤 사진기자

은행이 차가워지고 있다. 점포가 사라지고 은행원이 줄어든다. 비대면 거래가 일상화 되고 있다. 한 인터넷전문은행이 내건 광고도 '은행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친절은 미소가 아니라 돈'이었다. 금융사고, 은행의 갑질행위 등으로 신뢰를 잃고 경영이 어려워지는 사례가 나와도 국내 금융권 경영진들은 윤리성과 수익성 사이에서 여전히 갈등한다.

은행에 화두가 된 디지털금융, 해외진출, 고액자산가의 자산관리(WM) 강화를 자동차 엔진에 비유할 수 있다면 윤리경영은 차 바퀴에 해당한다. 기본 중의 기본인 것이다. 너무 당연해 간과하기 쉽다는 게 문제다. 

24일 만난 김주원 농협금융지주 준법지원부 팀장은 공무원 등을 상대로 한 윤리경영 강의에 자주 나간다. 교수, 변호사를 중심으로 한 법제처 국민법제관에 참여, 금융공정거래 분야 법률을 만들 때 조언을 한다.

김 팀장은 "은행 윤리경영 강화는 비용이 아니다. 투자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도 은행권에 윤리경영을 바라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와 집단소송제 도입은 대통령 공약 사항이다. 금융 정책·감독기능을 금융소비자보호와 분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윤리 강화와 일맥상통한다. 은행이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막대한 비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은행에선 아무래도 윤리경영을 수익보단 비용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윤리경영을 실천하는 것을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고 봐야 한다. 지금은 은행마다 단기 실적에 매몰돼 있다. 단기 실적은 경기에 유동적이다. 여기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고객 신뢰 확보, 금융사고 방지, 직원 윤리의식 강화 등 윤리 경영을 실천해야 견고한 실적이 담보된다.

윤리경영을 비용으로 인식하는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 세계적인 윤리경영 컨설팅업체인 네벡스 글로벌사(NAVEX GLOBAL)가 올해 전망한 10대 윤리경영 트렌드는 중 준법수익률(Return on Compliance : ROC)이 있다. 준법활동이 예방한 위법행위로 인한 손실을 계산하는 개념이다. 이미 많은 기업이 이를 통해 손실을 계산하고 있다. 이 준법수익률로 계산하면 준법 감시를 강화해 비용을 절감하는 점이 수치로 드러난다. 그만큼 윤리경영은 이미 비용이 아니라 수익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불완전판매를 보면 이는 일종의 은행 갑질 행위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은행이 정보력을 가지고 고객을 상대하다보니 생기는 문제다. 불완전판매 논란은 언제나 금융권 논란이 된다. 

갑질을 법적 용어로 설명하면 '거래상지위남용'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불공정거래행위의 41%가 거래상지위남용이었다. 은행은 언제나 고객에 갑의 위치에 있다. 정보비대칭에 따라 복잡한 금융상품을 비윤리적으로 판매할 가능성이 높은 구조다. 불완전판매가 생겼을 때 당장 손해를 보는 건 고객이나 장기적으로 윤리성이 낮아진 은행에 큰 손해로 돌아온다.

유도를 취미로 하고 있는데 항상 듣는 말이 있다. 몸에 힘 빼라는 것이다. 힘을 잔뜩 주면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은행 경영도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대출 창구에 가면 고객 앞에서 어깨에 힘이 들어 간 직원이 있다. 부지 중에 갑의 위치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 태도부터 바꿔야 한다는 말이다.  

 

김주원 농협금융지주 팀장이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노성윤 사진기자
NH농협은행도 이런 이슈에 예외일 순 없다. 윤리경영과 관련 소개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불완전판매 등이 문제 돼 농협은행에선 스파이스(SPICE)상생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사회(Society), 협력업체(Partner), 투자자(Investor), 고객(Customer), 직원(Employee)이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다. 국감에선 NH농협은행은 부적격대출 건으로 질타를 받았다. 하지만 올해 그 수치는 상당히 줄고 있다. NH농협은행도 이와 관련해 윤리지도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대출심사를 강화하고 고객 중심의 경영을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농협은행은 다른 은행보다 윤리 경영에서 앞장 서고 있다고 본다. 지난해만 사회공헌활동비로 923억원을 지출했다. 국내 은행 중 가장 많다. 자원봉사활동도 한해 5700여회에 걸쳐 13만명이 동참했다. 농업지원사업비로는 3155억원을 지출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3210억원)만큼 농업인을 위해 지원한 것이다. 다른 은행에선 이 금액이 대부분 수익으로 잡힌다.

점포도 마음대로 줄일 수 없다. 농촌에서 남아 있는 점포 중에 농협지점이 많다. 울릉도만 해도 유일하게 있는 점포도 NH농협은행이다. 점포 하나만 줄어도 수익으로 수십억이 잡힌다. 그 수익을 포기하면서 고객 중심 경영, 즉 윤리경영을 하고 있다.

비대면 거래 등 디지털금융이 화두다. 윤리경영이 더욱 중해질 것 같다.


디지털 금융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했고 로보어드바이저를 이용한 금융 상품이 나오고 있다. 은행은 효율성 차원에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특히 직원의 개인 감정이나 주관을 배제할 수 있어 고객 수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금융의 디지털화가 금융취약계층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장애인, 농어촌지역 주민, 시니어층은 디지털 금융에 익숙하지 못하다. 대다수 사람의 편의성을 위해 일부 취약계층이 소외를 당하면 안 된다.

차가워 지는 금융을 따뜻하게 하는 것도 결국 윤리경영의 몫이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돈만 아니다. 금융사만의 고객을 위한 금융이 무엇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농협금융지주에서 추진하는 11월 2일 윤리경영의 날, NH-PAY운동(더치패이 운동)도 이런 고민에서 시작했다. 모든 법인카드에는 법인카드를 남용하지 못하도록 윤리경영 스티커를 붙였다. 윤리의식을 높이고 앞으로는 고객을 위하는 금융을 만들자는 의미에서 시작했다.

대통령 공약으로 징벌적손해배상과 집단소송, 금융소비자보호기능 분리가 있다. 은행 입장에선 긴장될 것 같다.


징벌적손해배상과 집단소송, 금융소비자보호법은 쟁점은 있지만 은행에서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고객을 상대로 불법적, 비도덕적 행동은 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회사에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어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이 법률들은 결국 도입될 것이다. 미국 등 금융선진국이 이 제도를 이미 도입했다.

이런 흐름을 보면 먼저 국내 은행이 조직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사고처방보다 예방이 더 중요하다. 중요한 점은 조직마다 문화가 다 다르다는 것이다. 각 집에 김치 맛이 다르듯 각 은행의 윤리조직 강령도 다 달라야 한다. 그 조직에 맞게 해야 한다. 실천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강의를 나가면 그 조직의 윤리경영 방침이 훌륭한 것을 볼 때가 있다. 하지만 조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탓에 윤리실천력이 가장 낮은 경우가 있다. 실천력 있는 윤리의식을 만들어야 금융사고를 줄일 수 있는 해법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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