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서 담합 관련 불분명한 판결 전망…韓정부 독일조치 답습 전력 감안하면 실효성 있는 처벌 어려울 듯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공정거래위원회의 독일 자동차 담합 혐의 조사가 강력한 처벌로 이어지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독일 현지에서 이번 담합 혐의에 대해 불분명한 판결이 나올 거라는 분석이 제기되면서다.​ 폴크스바겐 디젤게이트 사태 등​ 과거 사례 경우 한국 정부는 지금껏 독일 정부 조치를 그대로 따라왔다. 

 

2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 BMW, 폴크스바겐그룹 등은 현재 국내외서 수사 압박을 받고 있다

 

김상조 공정위장은 지난 1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독일차 담합 사건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지난 20일에는 유럽연합(EU) 위원회가 독일 뮌헨에 위치한 BMW 본사를 수색했다. 이번 수색은 사전 예고 없이 급작스럽게 이뤄졌다. EU 위원회는 세부 내용에 대한 설명은 피했지만, EU 위원회가 이번 조사를 통해 충분한 문건을 확보했을 거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하지만 국내​외 사정당국이 전방위적으로 수사에 나선 상황과는 달리, 일각에선 독일 자동차 업체들을 향한 독일 정부와 EU의 압박이 강력한 처벌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담합 사실을 밝혀내기 쉽지 않을뿐더러, 독일에서 자국 자동차 산업에 치명적인 조치는 피해갈 것이라는 이유다.

 

앞서 지난 8월 개최된 디젤 회담에서도 담합에 대한 뚜렷한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디젤 회담에서 담합 사실이 속속들이 밝혀질 것이라는 당초 기대가 무색하게, 디젤 회담은 독일 자동차 업체들에게 변명의 기회를 제공하는 무대가 됐다이에 디젤 회담 이후 독일 정부는 거센 비판에 맞닥뜨렸다. 독일 정부가 자동차 업체들을 봐줬다는 지적이 따랐다.

 

덕분에 BMW, 폴크스바겐그룹, 다임러, 보쉬 등 담합에 연루된 업체들은 가격이 저렴한 소프트웨어(SW) 업데이트를 대기환경 개선 방안으로 합의하는 데 성공했다. 요소수 분사 SCR(선택적환원촉매시스템) 추가장착에 대한 논의는 애초부터 배제됐었다.

 

두덴회퍼 독일 에센-뒤스부르크대 자동차산업학과 교수 역시 앞으로도 디젤차 담합에 명쾌한 결론은 없을 거란 입장을 밝혔다. 두덴회퍼 교수는 담합에 대해 아직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적다. 담합을 했다고도, 또 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정부가 애매한 결정을 내릴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국내서도 독일차 담합 수사가 결국 솜방망이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금껏 한국 정부는 독일의 선례를 좇아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독일과 EU 조사 결과와는 다른 국내 사정당국의 독립된 자체적인 수사와 그에 따른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처음 담합 얘기가 나왔을 때 환경부는 독일에서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정확한 답변이 어렵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앞으로도 국내서는 유럽의 조사 결과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공정위가 수사 의지를 피력하긴 했지만 실효를 거두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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