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자체 점검에 객관성 논란 커져…금감원도 특혜채용·청탁 의혹 당사자라 조사신뢰성 실추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직원 채용과 인사 채용시스템을 자체 점검해 보고하도록 한 것과 관련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불거진 우리은행 채용과정에서 채용 청탁이 있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금감원이 은행의 자체 점검을 주문했지만 은행이 객관적으로 은행 내부를 감찰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직원 특혜 채용과 청탁 의혹에 금감원 자신도 연루 의혹이 제기된 이해당사자라는 점에서 조사에 적극성을 보일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19일 모든 은행 감사들을 소집, 직원 채용과 인사·채용시스템을 자체 점검해 보고토록 지도했다. 금감원은 은행으로부터 자체 점검 내용을 보고 받은 후 필요할 경우 현장검사을 실시할 방침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 감사원 출신 관계자는 "은행이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특혜 채용 의혹이 있다는 점을 발견해도 결국 채용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는 보고를 하게 되고 관련 자료도 숨기려 하지 않겠나"라며 "우리은행 채용 비리 의혹만 아니라 금감원의 은행 자체검사 지도에 대해서도 의문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조사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앞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2016년 우리은행 신입사원 공채 추천 현황 및 결과'라는 문건을 통해 이상구 전 금감원 부원장보, 전 은행장, 국정원 직원 등 사회 고위직의 인사 청탁으로 이들 자녀나 친인척 등 16명이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문건에는 모두 16명의 이름과 생년, 성별, 출신학교 외에 출신 배경 정보와 추천인이 적혀있다. 심 의원은 "우리은행 인사팀에서 작성한 문건임이 확인됐고 금감원 임원, 국정원 직원 자녀, VIP 고객 기업 간부 등이 추천 현황 명단에 올라 있으며 이들은 전원 최종 합격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에 우리은행에 자체 감찰을 지시한 상황이다. 이번주 중으로 우리은행의 자체 조사를 받아본 뒤, 현장점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인사 비리 의혹 대상자인 우리은행이 객관적으로 자체 감찰을 할 수 있겠냐는 우려는 있다"며 "다만 우리은행만 아니라 은행권 자체 검사 결과를 보고 미흡할 경우 현장점검에 나설 것이다. 은행이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금감원 지시에 따라 채용청탁 의혹 관련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자체 감찰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3월 선임된 상임감사위원이 주도, 외부 전문가 3명, 내부 직원 7명으로 팀이 꾸려졌다. 이번 TF팀이 객관성을 갖추기 위해 검사실, 인사부 등 관련 조직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채용 의혹과 관련해 블라인드 면접방식에서 특정인에게 특혜를 줘 채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해명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블라인드 면접에는 면접관 다수와 지원자 다수가 들어가고 면접관은 지원자 서류에 대해 전혀 알 수 없다 지원자 번호만 안다"며 "특히 면접 세부 프로세스마다 면접관이 다 다르다. 면접관이 돌아가는 형식으로 특정인을 알고 평가하기 위해선 지원자 수백명 중 특정인의 인상착의를 서로 공유해야 할텐데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지원 준비가 안 된 면접자는 떨어지게 돼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이번 주 중으로 자체 조사 보고를 금감원에 할 예정이다. 오는 30일, 31일 금감원 종합검사가 예정돼 있는 만큼 그 전에 보고한다는 계획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