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체코 등에서 원전 수주 가능성 높아져…탈(脫)원전정책 지속으로 운신의 폭은 제약될 듯

20일 울산 울주군 전망대에서 바라본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현장. 이날 신고리 공론화위원회는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재개' 권고 결정을 발표했다. 공론화 3개월 동안 중단됐던 공사는 이르면 다음 달 중·하순쯤 재개될 전망이다. / 사진= 뉴스1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재개에 원전수출도 다시 활기를 찾을 전망이다. 탈(脫)원전 정책기조의 상징인 신고리 5‧6호기 공사가 중단될 경우 원전수출에 차질이 빚을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다만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현 정부 내내 이어갈 방침을 세운 만큼 해외 원전 발주처가 이를 문제삼을 수 있단 우려는 여전하다.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의 공사재개 결정에 따라 원전수출도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해외 각국에서 잇달아 발주하는 원전공사에 참여할 수 있는 ‘명분’이 확립됐기 때문이다.

공론화위가 공사중단 방침을 결정할 경우 원전수출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단 전문가들의 우려가 나온 바 있다. 탈원전을 결정한 나라에서 원전수입을 결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기에 한국수자력원자력(한수원), 한국전력(한전) 측이 공사입찰 과정에 참여하더라도 한국이 ‘들러리’ 역할로 전락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신고리 5‧6호기 공사 컨소시엄에 참여한 건설사 관계자는 “원전은 시공시 투입되는 부품의 품질, 부품의 안정적 공급이 중요하다. 신고리 5‧6호기 공사중단이 결정됐을 경우 먹거리가 끊긴 국내 원전 부품생산 업체가 다른 공정을 돌리면서 부품 수급망은 물론 품질 자체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이 경우 부품수급 방안 등의 이유로 한수원, 한전의 해외 원전 수주 가능성이 낮아질 수 밖에 없었다”며 “다행히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가 이뤄지면서 이같은 우려도 상당부분 불식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전수출은 국내 건설업계는 물론 부품업계의 해외 수주액 증대에도 도움이 된다. 23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한해 해외건설 수주액(199억 달러) 중 산업설비(플랜트) 공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77.9%에 이른다. 플랜트 공종 중 발전소 수주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36%로 전체 수주액에서 차지하는 비중(28%)이 높다. 원전 수출에 건설업계의 기대감이 큰 이유다.

실제 원전수출은 해외건설 수주액 제고에 크게 기여한다. 2009년 당시 한전은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 원전공사를 400억 달러(47조원대)에 수주했다. 당시 현대건설(지분율 55%)과 삼성물산(45%)이 총 계약액 55억9000만 달러로 시공사로 선정됐다. 다음해부터 발전소 공종 수주액은 329억 달러로 고점을 찍으며 해외건설 수주액 제고에 기여했다. 건설업계가 원전수출에 기대감이 큰 대목이다.

최근 해외 각국에서 발주하는 원전공사에 건설업계의 관심이 크다.  영국, 체코,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등 각국에서 원전공사를 계획하고 있다. 한국은 영국, 체코 등의 국가와 원전수출과 관련해 교감을 이어가고 있다. 한전은 영국 북서부 무어사이드 지역에 원전 3기를 건설하는 사업비 180억 달러(약 21조원) 규모의 ‘무어사이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최근 한수원 고리‧새울본부를 방문한 페트르 크르스 체코 원자력안전위원회 부위원장은 “체코의 규제요건에도 적합하게 잘 반영돼 안전하게 설계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 원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다만 이번 신고리 5‧6호기 건설 결정이 원전수출에서 마냥 ‘장밋빛’ 전망만 낳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문 대통령이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 방침을 수용했지만 “탈원전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만큼 국내 원전시장 위축에 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세계원자력협회(WNA)가 추산하고 있는 세계 각국의 건설 계획 물량 160기 수주 활동에서 국내 업체의 운신의 폭이 줄어들 수 있단 지적이 제기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당장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결정된다 해도 장기적으로 원전시장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원전 부품설비 업체가 일감절벽에 직면할 수 있다”며 “다른 해외 원전공사 입찰시 제약조건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를 전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