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부실공사 확인은 어려워…투기수요 잠재우는데는 효과 클 듯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국회 국정감사가 절반가량 진행된 현재 국토교통위원회에선 ‘후분양제 단계적 도입’이 단연 최고의 성과로 꼽힌다. 부영의 부실시공을 지적하던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이 부실시공 발생 원인으로 선분양제를 꼽은 게 발단이 됐다. 정 의원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후분양제 도입 의사를 물었고, 김 장관은 공공부문의 주택부터 단계적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민간건설사들은 후분양제가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인센티브 등을 통해 가세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상당수 청약수요자들은 이같은 계획을 환영한다. 또 오랜기간 후분양제 도입을 주장해 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같은 시민단체 역시 제도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반기는 모습이다. 분양권에 웃돈을 더해 주고받으며 시장을 왜곡시키는 투기꾼을 박멸할 수 있다는 추가 기대효과도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후분양제가 수면위로 오른 발단인 부실시공 문제가 과연 후분양제 도입으로 해결될 지 여부에 대해선 물음표를 던진다.

후분양제의 최대 장점은 소비자가 최소한 실제 상품인 아파트를 직접 보고 구매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소비자가 청약전 동간 배치나 구조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때문에 장밋빛 미래를 가져다 줄듯한 전망이 이어진다. 

 

그러나 후분양제라고 해서 시공업체가 설계 시방서대로 철근 개수를 모두 다 썼는지, 시멘트 등 건설자재를 당초 계획된 상품으로 사용했는지 수분양자가 확인할 수 있는건 아니기 때문에 부실공사가 줄어들 것이라고는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도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가 다 진행되고 분양한다 하더라도 수분양자가 건물을 뜯어보지 않는 이상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실제 자금여력이 마땅치 않은 중소건설사들은 지금도 공사기간이 짧아 투자금 회수가 빠르다는 점을 활용할 수 있는 빌라시장이나 전원주택 시장에 뛰어들지만, 주로 후분양제 형식인 이같은 주택형태가 아파트보다 부실시공이 많으면 많았지 적지 않다. 

 

이와 관련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도 한 방송사 토론에서 “선분양제도 하에서도 주택건설 감독청이 건설시공사의 재무상태와 시공사의 공정관계 부분을 철저하게 관리한다면 전혀 수요자들에게 피해가 안 갈 것 아닌가”라며 후분양제를 실시할 경우 도입 목적을 충족시켜줄지 여부에 대해서 의문을 표했다. 


후분양제가 진일보하는 주거문화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최근 국내 대형건설사들은 강남권 재건축 시장에서 시공권을 획득하기 위해 인피니티풀, 오페라하우스 및 아이스링크, 스카이브릿지 등을 도입하며 경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주거공간 트렌드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후분양제 도입으로 건설사들의 금융부담이 늘어나고, 준공 후 미분양에 따른 자금회수 불가 우려 등에 따라 투자에 소극적 태세를 취하면 주거단지 건설 기술은 퇴보할 수 있다. 시간은 곧 돈이기 때문에 빨리 자금회전율을 높여야 하는 후분양제 특성상 그만큼 투자에 소홀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에선 2개 이상의 건설사가 하나의 사업장을 함께 시공한 컨소시엄 형태도 많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투자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시장에서는 컨소시엄 형태의 건설을 반기진 않는다. 단일시공사일 경우 자사 브랜드만 걸고 남기는 사업장이기 때문에 우수한 자재 등을 쓰지만, 컨소시엄 사업장의 경우 하자가 생겼을 때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이를 악용, 공정에 소홀한 경우가 많다는 말이 있어서다. 결국 주택품질은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후분양제는 알려진대로 실수요자들에게 주택이 돌아가면서 그동안 주택시장 파이를 키우며 교란행위를 해 온 투기꾼들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시장은 안정화될 가능성이 크다. 또 자금력이 안정적인 건설사가 시공에 참여하는 만큼, 중도에 부도가 날 우려감도 적다. 그러나 후분양제 도입시 주거품질을 차치하더라도 분양가 상승, 수분양자가 단기간에 분양가 전액 자금조달하는데 대한 부담, 일부 건설사 독과점 현상에 따른 집값 상승 등은 피할 수 없는 난제다.

이에 대해 한 건설사 관계자는 “주택 부실공사 개선, 품질 향상, 주택가격 상승 등을 감안하고라도 후분양제가 현 시점에서 반드시 필요한건지, 대안은 없는지도 한번쯤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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