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구도 미묘한 변화…CJ E&M‧NEW 부진, 쇼박스는 기사회생

관객 1216만을 모으며 올해 유일한 천만영화가 된 택시운전사. 서울 용산구의 한 영화관에서 관객들이 택시운전사 포스터 앞으로 지나가고 있다. / 사진=뉴스1

2017년 정유년도 가을로 접어들었다. 충무로도 한해를 차근차근 마무리해가고 있다. 올해는 알다가도 모를 박스오피스 성적표를 보인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4대 영화투자배급 메이저가 1~4위를 기록하며 구도를 유지했지만 다소간 변화조짐도 보였다. CJ E&M과 NEW가 상대적으로 부진한 한해를 보냈고 뒤쳐졌던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반등했다. 쇼박스는 ‘택시운전사’ 덕에 기사회생했다.

영화가에서는 8월 여름시장을 최대 성수기로 꼽는다. 각 투자배급사의 텐트폴(주력작)이 총출동하는 시기도 바로 이때다. 다만 예상보다 후반작업이 늦어지면 여의치 않게 텐트폴 개봉시기를 바꾸기도 한다.

4대 투자배급사는 올해 각각 군함도(CJ E&M), 택시운전사(쇼박스), 청년경찰(롯데엔터테인먼트), 장산범(NEW)을 여름 시장에 출격시켰다. 당초 시장에서는 군함도와 택시운전사의 우위를 점쳤었다. 일부 극장 관계자들이 청년경찰을 다크호스로 주목했었다.

결과는 예상과 미묘하게 달랐다. 택시운전사는 1216만 관객을 모아 1000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2강으로 주목받던 군함도는 660만 관객을 모았음에도 손익분기점에 못미쳐 되레 손해를 봤다. 총제작비 70억원 수준으로 중규모였던 청년경찰은 564만 관객을 모아 대박이 났다. 장산범은 130만 관객에 그치며 가장 부진했다.

9월까지 한국영화 배급사별 성적 1위는 CJ E&M이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CJ E&M은 10편의 한국영화로 2234만 관객을 모아 29.5%의 점유율을 나타냈다. 쇼박스는 단 4편의 한국영화로 1907만명을 모아 25.1% 점유율을 기록했다. 1편당 평균성적은 쇼박스가 월등히 앞서는 셈이다.

그렇다고 쇼박스가 꼭 웃기만 할 상황인 건 아니다. 택시운전사를 제외하고는 프리즌, 특별시민 등이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일단 11월 개봉하는 ‘꾼’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꾼은 현빈, 유지태 등이 출연하는 범죄오락 영화다.

CJ E&M의 아쉬움도 짙다. 10월 개봉한 ‘남한산성’은 큰 흥행바람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제작비가 150억원이 투입돼 손익분기점 달성에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같은 사극인 ‘대장 김창수’의 등장에 19일에는 일일 박스오피스 4위까지 내려앉았다. 평단이 이례적으로 열렬한 호평을 보낸 점이 위안거리다.

NEW의 부진도 눈에 띈다. NEW는 지난해 유일한 1000만 영화(부산행)를 배출한 투자배급사다. 올해는 9월까지 7편의 영화로 896만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NEW는 올해 극장사업(씨네Q), 스포츠매니지먼트 등 공세적 사업다각화를 펼치고 있다. 정작 본업에서는 뒷걸음질 친 셈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의 반등도 화제다. 청년경찰 효과가 컸다. 9월까지 롯데엔터테인먼트는 6.5편의 한국영화(공동배급 포함)로 1022만 관객을 모았다.

연말 호재도 있다. 대작 ‘신과함께’가 12월 개봉을 확정지었기 때문이다. 김용화 감독의 신작이자 주호민 작가의 인기 동명 웹툰 원작, 막강한 캐스팅 군단으로 화제를 모은 ‘신과함께’는 최근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안필름마켓에서 해외 12개국에 1, 2편을 동시 선판매했다. 특히 아시아 지역에 판매된 한국 영화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12월 20일 개봉하는 신과함께 1편에는 하정우, 차태현, 주지훈 등이 주연으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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