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호황 덕 보지만 추락 가능성 높지 않아…기회영토 파운드리 강화도 주목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발표된 13일 오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로비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 사진=뉴스1

삼성전자가 이달 말 3분기 사업부문별 실적을 발표한다. 이미 잠정실적 발표로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한 건 확인됐다. 그런데 이 와중에 ‘반도체 착시’라는 말을 꺼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반도체 초호황 덕을 본 것일 뿐, 가전과 모바일 등에서는 인상적인 성적표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반도체 초호황이 끝나면 급작스런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일리가 없는 건 아니지만 다소 과장됐다는 시각도 있다. 예상보다 메모리반도체 공급증가가 더뎌 초호황이 더 오래 지속되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직 삼성전자 점유율이 미약한 파운드리 분야서 돌파구를 찾으리라는 분석도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31일 3분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을 진행한다. 이 자리에서 반도체, 모바일, 가전, 디스플레이 등 부문별 실적이 발표될 계획이다.

잠정실적치 발표 후 증권가에서는 반도체가 10조원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분석했다. 전체 분기 영업이익(14조 5000억원) 중 70%에 가까운 수치다. 현실화하면 올해 3분기까지 반도체로만 24조 3000억원 넘는 영업이익을 거둬들이게 된다. 주가도 연내 300만원 돌파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실적 발표 직후 업계 안팎에서는 ‘반도체 착시’라는 낱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공급이 수요에 못 미쳐 발생한 수퍼싸이클 덕에 기댔다는 시각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증권가에서는 3분기 10조원의 영업익 중 D램에서 6조원대 초반, 낸드플래시에서 3조원대 초반의 돈을 벌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서 45% 넘는 영업이익률을 보이고 있는 점도 근본적으로는 수요와 공급간 불일치다. IT산업 총아로 떠오른 스마트폰에 주로 쓰이는 게 메모리반도체인 덕분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채용하는 D램이 늘고 있는 점도 호재다. 스마트폰을 통한 사진‧동영상 촬영과 이를 저장하는 경향이 늘면서 낸드플래시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서는 4분기 반도체부문 영업이익이 3분기를 뛰어넘은 11조원 이상을 기록하리라 보고 있다.

착시론의 근거도 바로 여기서 나온다. 2~3년 후 초초황이 끝나면 영업이익이 급감하리라는 논리다. 하지만 지금 수준의 초호황은 아니더라도 한동안은 삼성전자에 유리한 환경이라는 시각도 있다.
 

7월11일(화) 오후 서울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코리아 2017'행사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정은승 부사장이 참석자들에게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 사진=삼성전자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중국이 메모리에 투자를 해 국내업계에 위기론이 불거졌지만 현실화하지 않았다. 반도체라는 게 돈을 투자한다고 기술격차를 쉽게 줄일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또 메모리 수요가 스마트폰 이후에도 한동안 유지될 것”이라면서 “수퍼싸이클 후에 갑자기 추락할 것이라 예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와 노트라는 양강 플래그십 브랜드를 갖춘 IM(IT&Mobile) 사업부문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실적 추락의 방어막 중 하나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안정적 수요처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미 D램과 낸드플래시 분야서 삼성전자의 지배력이 확고한 점이 동전의 양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평택 공장 투자 등 초격차 전략을 쓰고 있지만 점유율을 지금보다 늘릴 여지가 크지 않아서다.

하지만 파운드리가 기회의 영토가 될 것이라는 반박도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조직개편을 통해 시스템 LSI사업부 내 팹리스(Fabless)와 파운드리(Foundry) 부문을 분리했다. 책임경영을 강화해 차세대 먹거리로 키우겠다는 심산이다.

최근에는 10나노(nm, 나노미터) 2세대 공정을 기반으로 한 ‘8나노 파운드리 공정’ 개발을 완료하면서 곧 본격양산을 눈앞에 두고 있다. 11LPP 공정도 2018년 상반기 생산 착수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당초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로드맵을 구축해가고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파운드리는 삼성전자의 성장여지가 훨씬 더 큰 분야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규모는 61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IHS마킷은 2020년 시장규모가 766억달러로 커지리라 내다보고 있다. 이 시장에서는 지난해 기준 대만 TSMC가 점유율 50.6%로 압도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점유율은 7.9%다.

이상현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마케팅팀 상무는 7월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코리아 2017에서 “IoT, Automotive, AI등 새로운 응용처의 등장으로 국내도 로직(Logic) 반도체의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리한 만큼 국내 고객사들과도 적극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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