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학계·금융사 "핀테크 등 4차산업혁명에 규제 대응력 높여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레그테크(Reg Tech) 도입 및 활성화 과제'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국내 금융권에 레그테크(RegTech) 도입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과 금융사, 학계 모두 금융권 규제 준수 효율성과 금융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레그테크 도입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빅데이터, 블록체인, 바이오인증 등 금융권에 4차산업혁명 기술이 도입되자 기존 규제 환경이 복잡해지고 규제 준수 비용이 늘면서 장기적으로 금융안정성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19일 전국은행연합회에서는 '레그테크 도입 및 활성화 과제' 세미나가 열렸다. 레그테크는 규제(Regulation)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최근 들어 핀테크 기술이 발전하면서 금융사 규제 준수 비용 증가, 금융안정성이 위협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사 당기순이익 중 5% 이상이 규정준수를 위한 컴플라이언스 비용으로 지출되고 있다. 매년 40%씩 증가하고 있다. 또 비대면거래 증가로 해킹 위험에 미리 대처하기도 어려워졌다.

이에 레그테크 활성화를 통한 자동적인 규제 관리로 금융안정성을 높일 필요성이 제기됐다. 국제금융협회(IIF)에서도 레그테크를 '규제 및 컴플라이언스 요구사항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영국 등 금융선진국에서는 레그테크를 금융회사 내부 통제와 금융당국의 규제 준수를 위해 도입하고 있다. 영국 금융행위감독청은 레그테크를 핀테크 영역으로 인식하고 금융규제 요구사항에 대해 기존 기능보다 효율적,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정의했다.

금감원도 올해 업무계획을 통해 '금융회사의 자율보완체계 강화', '내부통제체계 구축'에 방점을 둔 레그테크 추진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핀테크 등 4차산업혁명에 따라 레그테크를 규제 준수, 소비자보호에 활용하는 방안을 찾는다는 내용이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조창훈 서강대 교수는 "핀테크 사업이 발전함과 동시에 규제준수 비용의 가성비에 대한 인식이 커지고 있다"며 "레그테크 요구 또한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미 국제 금융시장에는 규제분야에서 핀테크 기술이 도입되면서 레그테크가 금융권에 가치를 창출하는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며 "레그테크는 컴플라이언스 업무의 외주화도 가능케 한다. 기존 금융사들이 규제 준수 비용 증가를 해결하고 기술을 가진 레그테크 전문 집단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외주화가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수동적인 규제 준수뿐 아니라 새로운 규제환경을 활용한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능동적 대응도 필요하다"며 "규제 복잡성과 다양성 증가로 레그테크 사업이 더욱 성장한다고 본다면 금융사와 감독당국이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도 전문 인력을 활용해 시스템을 최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열 KEB하나은행 준법지원부 팀장도 "레그테크를 이용하면 법률 리스크와 규제 준수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 비트코인 해외송금업자가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해 금감원에 조사 요청이 들어간 적이 있다. 이러한 신기술과 관련한 법률 리스크를 레그테크가 줄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용태 금감원 전자금융팀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비대면 금융거래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컴플라이언스 업무 환경이 변하고 있다"며 "레그테크 기대가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레그테크 수요는 금융권에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바젤위원회에 따르면 2025년에는 글로벌 금융기관의 30%가 인공지능 기반의 준법감시시스템을 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말했다.

 

그는 레그테크 활성화를 위해 △금융사 컴플라이언스 부서의 독립성 확보 △인공지능,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차세대 시스템 구축 △IT 컴플라이언스 전담인력 확보 등이 전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이날 세미나 개회사에서 "금융권에 규제환경이 복잡해지고 있다. 새로운 리스크로 인해 준법감시 업무가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금융사는 전문인력 확보와 시스템 구축이 필요해졌다"며 "레그테크는 이에 금융산업에 효율적이고 적합한 시스템이다. 전체의 규제 준수비용도 낮출 수 있다. 레그테크 요구는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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