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리스크 등 경제 불확실성 고려…전문가들 "금리인상 연내에는 단행되지 않을 듯"

한국은행은 19일 오전 9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현행 연 1.2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사진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사진=뉴스1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행 연 1.25%로 동결했다.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움직임 등이 금리 인상 압력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북한 리스크, 교역여건 악화 가능성, 뚜렷하지 않은 내수 회복, 가계부채 문제 등 국내 경제에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점이 한국은행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11월 30일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 시선이 옮겨지게 됐다. 한국은행은 ‘중기적 흐름에서 경기 회복세 지속’이라는 명제를 달고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축소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쳐왔다. 주요 기관에서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높이는 상황에서 한국은행 고심도 깊어질 전망이다. 다만 시점이 11월인지에 대해선 채권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은 부정적인 상황이다.

◇ 한국은행, 16개월 연속 기준금리 동결

한국은행이 통화정책 방향을 유지하기로 했다. 한국은행은 19일 오전 9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현행 연 1.2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는 지난해 6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춘 이후 16개월 연속 동결로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 앞서 금융투자협회는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 등 채권시장 전문가 100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100%가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이번 결정 배경에는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 미·중과의 교역여건 악화 가능성 등 한국경제에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점이 꼽힌다.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는 북한이 7월 28일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이후 크게 부각됐다. 이후 미국과 북한이 강경한 태도로 맞서자 전쟁설이 퍼지는 등 한반도 정세가 급격히 냉각됐다. 여기에 기존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 등이 겹치면서 미·중과의 교역여건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대됐다.

수출과 달리 미약한 회복세를 보이는 내수도 통화 완화적 기조 유지에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칫 금리를 인상해 경기 회복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까닭이다. 수출은 올들어 지난달까지 9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호조를 보이고 있다. 반대로 내수에서는 백화점 등 소매판매는 늘었지만 소비 심리가 지난달 107.7로 6~7월 111.1에서 다시 낮아졌다.

가계부채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 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1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9월 말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749조1717억원(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양도분 포함)으로 한 달 새 4조9000억원 늘었다. 이같은 증가폭은 전월(6조6000억원)과 지난해 9월(6조원)과 비교해 각각 1조7000억원, 1조1000억원 줄어든 것이지만 여전히 예년(2010∼2014년 9월) 평균(1조6000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 시선은 11월로, 연내 기준금리 인상 여부 주목

앞으로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한국은행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전체적인 경제 회복세는 나타나고 있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소비, 물가 등 올라와야 할 지표들이 여전히 제자리인 상황이다. 대외적으로는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경제학적인 불확실성이 여전히 제거되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은 우선 ‘중기적인 관점에서 경기회복세가 지속할 때’를 기준 금리 인상 시점으로 잡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9일 한국은행 인재개발연구원에서 출입기자단 워크샵에서 물가 수준이 낮아도 기준 금리를 인상할 수 있냐는 질문에 “지금의 물가상승률이 비록 낮다 하더라도 중기적 시계에서는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에 수렴할 것으로 전망되고, 경기회복세가 지속된다면 완화정도의 조정은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처음 언급한 지난 6월에도 이 총재는 “최근 성장세가 확대되고 있지만 성장경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고 수요측면 물가상승 압력이 크지 않다”며 “그러나 경기회복세가 지속되는 등 경제 상황이 보다 뚜렷이 개선될 경우에는 통화정책 완화 정도 조정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이런 가능성 검토를 면밀히 해 나가야 할 것”이라 말한 바 있다.

이러한 기준에서 보면 기준금리 인상 시점은 멀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한국경제를 낙관적으로 보는 기관들이 늘고 있는 까닭이다. IMF는 한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4월 전망치인 2.7%보다 0.3%포인트 높여 잡은 것이다. 내년 경제 성장률 역시 종전 2.8%에서 3%로 상향 조정했다. 한국 경제를 보수적으로 봤던 현대경제연구원도 최근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5%에서 2.7%로 높였다.

다만 올해에는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지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금융투자협회가 전문가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채권 전문가들은 대내외 여건을 관망하고자 하는 인식이 강해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내다 봤다. 북한 리스크, 무역 침체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완화되지 않고 있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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