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업 온라인 전략 경험 기반으로 동네서점 창업…‘책꼬리‧책맥’ 새 문화 눈길

책 읽을 시간이 없다. 책 읽을 여유가 없다는 게 더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상암동 북바이북은 직장인들에게 책과 시간을 파는 동네 책방이다. 손님들은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책꼬리’에 적기도 하고, 맥주를 마시며 ‘책맥’을 즐기기도 한다. ‘작가번개’를 통해 매일 작가를 만날 수도 있다. 동네 책방을 넘어 문화를 공유하는 플랫폼인 셈이다.

김진아 대표는 동생 김진양 대표와 2013년 10월, 첫 번째 북바이북 매장을 열었다. 둘 다 온라인 포털 사이트를 운영하는 IT기업에 10년 이상 근무했다. 김 대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선이 결국 흐려질 것이라 생각했다. 창업를 결심한 김 대표는 오프라인 콘텐츠 유통사업을 고민했다.

그 때 서점이 김 대표 눈에 들어왔다. 책 소비는 줄어들더라도 콘텐츠 소비는 늘어나고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모아둔 돈으로 책방을 차렸다. 장사 경험 없었던 김 대표에게 ‘창업’은 설레고 두려운 일이었다. 이젠 서점 단골 손님과 교감을 쌓고, 직장생활 고민을 들어주는 ‘프로주인장’이 됐다는 김진아 대표를 1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북바이북에서 만났다.

◇ “IT기업 재직 경험 살려 온라인과 오프라인 접목시킬 수 있는 책방 만들고 싶다”

북바이북에 파는 책엔 ‘온라인 댓글’이 달린다. 책 사이 끼워진 코팅종이엔 손님들이 직접 적은 감상평들이 빼곡하다. 모든 콘텐츠에는 피드백(Feedback)이 있어야 한다는 김 대표의 철칙에서 탄생한 ‘책꼬리’ 서비스다. 김 대표는 IT업계 경험을 살려 온라인 운영방식을 책방에 접목시켰다. 기존 서점업계에선 신선한 요소였다. 변화를 시도하자 발전속도도 빨라졌다. 올해 초엔 판교점도 새롭게 생겼다.

“창업 당시에는 비슷한 동네 책방이 거의 없었다. 홍대 땡스북스 외에는 전무했다. 지금은 동네 책방이 많아졌다. 책 읽는 공간이 많아졌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해외나 극장, PC방에서 여가를 보냈던 사람들이 이제 서점을 찾는다. 민음사 등 여러 출판사에서도 동네 책방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다함께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바이북을 찾는 손님이 늘어난 시점은 2015년 동생 김진양 대표가 쓴 ‘술 먹는 책방’이라는 책 덕분이다. 책은 의외의 판매고를 달성했고, 북바이북도 덩달아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한 ‘작가번개’도 손님의 시선을 이끄는데 한몫했다. 김 대표는 직장인들이 원하는 작가들을 찾고, 무작정 섭외 전화를 걸었다. 지난 6개월 간 북바이북은 매일 새로운 작가를 책방에 초대했다.

“창업을 결심한 후 동생과 일주일 동안 사업 계획을 짰다. 작가와 뮤지션을 부르고, 맥주를 마시고, 독자들끼리 감상을 공유하는 서점을 생각했다. 우리는 5년 동안 그 사업 모델을 하나씩 시작했다. 회사에 있을 때는 오프라인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가져오기 위해 노력했는데, 지금은 반대인 셈이다. ‘이렇게 하면 먹히겠다’ 싶은 건 모두 성공이었다. 반전이지만 맥주 판매량은 그렇게 높지 않다. 술 마실 사람은 술집에 간다.”

 

 

1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북바이북에서 김진아 대표를 만났다. / 사진=노성윤 영상기자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김 대표에게도 ‘수익성’이라는 숙제가 남아있다. 북바이북은 서점 매출 50~70%를 차지하는 문제집과 참고서를 팔지 않는다. 김 대표는 기존 책방과 가는 길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북바이북을 찾는 고객 연령층은 2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 직장인이다.

“늘 새로운 사업모델을 고민하고 있다. 11월 초에 ‘굿바이북 ToGo 제주’를 연다. 김연수, 임경선, 김하나 작가님과 뮤지션 짙은을 포함해 7명 예술가와 함께 제주도에서 1박 2일 동안 릴레이 강의를 한다. 독자 100여명이 함께 서울을 떠나 작가와의 시간을 갖게 된다. 보통 이런 이벤트를 대형 서점에서 한다. 개인 서점으로는 굉장한 도전이었다. 하지만 예상외로 반응이 좋다. 이미 참석율 80%를 달성했다.”

◇ 아마존‧넷플릭스‧에어비앤비 보면서 공부…오프라인 창업도 기술역량 키워야

김 대표는 주기적으로 창업 아카데미를 열고 있다.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이 대상이다. ‘콘텐츠 사업을 어떻게 공간에 접목시킬 것인가’가 주된 강연 내용이다. 김 대표는 창업을 낯설어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유기적인 온오프라인 접목방법을 고민한다. 최근 신기술을 가진 벤처기업들이 주목을 받는 가운데, 김 대표는 오프라인 창업자 또한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생이나 20대 초반 창업과 달리 퇴직이나 은퇴한 직장인들은 오프라인 창업에 몰린다. 그러나 오프라인 창업자들도 IT스타트업처럼 역량을 키워야 한다. 콘텐츠나 사업모델 또한 늘 고민하고, 신기술을 공부해야 한다. 나도 아마존, 넷플릭스, 에어비앤비 등 글로벌 IT기업을 살펴보고 벤치마킹하려고 노력한다. 자영업자들이 먼저 움직이지 않으면 어떤 변화도 일으킬 수 없다.”

실제로 상암동 북바이북 앞에서는 ‘쏘카존’ 있다. 쏘카는 자동차를 공유사업을 운영하는 카쉐어링(Car Sharing)스타트업이다. 쏘카존을 가진 서점은 북바이북이 유일하다. 공유경제를 실천하기 위한 한걸음인 셈이다. 작가번개 시간에 혁신기술을 펼치고 있는 창업가들을 초대하기도 한다. 기회가 되면 다른 IT기업과의 협업도 적극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로봇을 데리고 책방을 찾는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며 웃었다.

“올해는 상암점과 판교점을 잘 정착시키는 것이 목표다. 수익성 개선도 고민하고 있다. 개인적인 목표는 글쎄. 지금은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시대다. 책은 저렴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간다. 독자는 단행본, 전자책, 문화 콘텐츠 등으로 작가와 전문가를 만난다. 책방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많은 독자들의 삶에 직접 들어가는 역할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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