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울리는 불법적·비도덕적 행태 판쳐…감독당국의 관리·감시 강화해야

은행을 지칭해 '너무 커서 망할 수 없는 조직'이라 부른다. 서민 삶에 깊숙이 들어와 은행 하나가 망하면 국가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말이다. 하지만 이번 국감에서 밝혀진 은행의 만연한 비도덕적, 불법적 경영을 보면 설명을 하나를 더 보태야 할 것 같다. 국내 은행들은 너무 커서 망할 수 없는 조직일 뿐 아니라 '너무 커서 관리할 수 없는 조직'이 되고 있다.

한 국책은행 부행장과 만나 가벼운 티타임을 갖던 중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요즘 은행들이 기업에 대출해 줄 땐 그렇게 까다롭게 하면서 가계에 대출을 내줄 땐 그렇게 쉬울 수가 없다. 신용 등급과 담보만 있으면 몇억 내주는 건 기본이다. 기업이 부도나고 직장을 잃어도 가정은 끝까지 지킨다는 것을 은행은 너무 잘 알고 있다. 경기 악화로 고통받는 서민의 마지막 선택이 집과 관련 있기 때문이다."

이 대화를 한 마디로 간추릴 수 있다. "은행 수익의 담보는 서민이다." 결국 서민을 볼모로 은행들의 올해 수익은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고, 이는 연말 상여금 잔치로 이어질 것이다.
 

그런 은행들이 이번 국감에서 보여준 모습은 국민 입장에선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은행이 보여준 비도덕적, 불법적 경영은 일반 사기업은 따라 하기도 힘들다. 국민은 안중에 없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우리은행 인사팀이 작성한 것이라며 공개한 문건에는 큰 손 고객인 기관 담당자 자녀들 이름이 올랐다. 추천인은 은행 간부다.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요청, 국기원장 조카, 전 부행장 지인 자녀, 국가정보원 직원 자녀 등 유력 인사 자녀들 배경이 적혀 있다. 심지어는 모 부구청장 자녀의 배경 설명에 '급여 이체 1160명, 공금예금 1930억원'이라고 적혀있다.

은행 실적을 좌우할 수 있을 것 같으면 일단 채용했다는 것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심 의원은 "바늘구멍 통과하는 심정으로 살고 있는 우리 청년들, 그 모습 애타게 지켜보는 우리 부모들. 이거 보면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뿐 아니다. 은행 점포는 2012년 이후 올해까지 1480개 사라졌다. 올해 연말까지 폐쇄예정인 118개를 합하면 연말까지 1598개가 사라진다. 은행연합회 은행통계정보시스템에 등록된 시중은행 점포는 3월말 기준 4068개로 3개월 단위로 100여개가 사라지고 있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나 현금인출기(CD) 서비스 감소세는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6월말 기준 국내 은행 자동화기기는 총 3만6196대다. 1년사이 2808대나 줄었다. 6개월 사이 3.91%가 줄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47%가 준 것과 비교해 감소세가 커졌다.

이런 은행들이 해마다 사회공헌비용은 줄이고 주주배당금은 늘려 왔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7개 은행사의 사회공헌 지출 총합은 2016년 3969억원으로 2013년보다 31.5% 줄었다. 반면 현금배당액은 같은 기간 89.6% 급증했다. 이 대목은 은행이 공공성이 큰 분야라는 말을 의심케 한다. 오히려 '주식회사'였다는 말이 앞으로 더 잘 어울릴 것이다. 서민을 담보로 한 주식회사 말이다.

이런 일이 계속 터져 나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은행마다 '너무 커서 관리할 수 없는 조직'으로 커가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끔찍하게 여기는 관치금융은 물론 피해야 한다. 하지만 금융업무의 공공성을 살릴 정부의 적절한 감시와 관리는 더 필요해진 요즘의 은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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