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로 크는 키위, 투자배급시장 메기 될까
  • 고재석 기자(jayko@sisajournal-e.com)
  • 승인 2017.10.18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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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위미디어 첫 메인투자 대박, 주가 급등…CJ‧쇼박스‧NEW‧롯데 4강 균열 주목
영화 범죄도시의 한 장면. / 사진=키위미디어그룹

박스오피스 1위를 질주 중인 영화 ‘범죄도시’가 키위를 키우는 모양새다. 사업 다각화에 나선 키위미디어그룹(이하 키위미디어) 얘기다. 범죄도시는 키위미디어가 영화시장에 내놓은 첫 메인투자, 배급작이다. 데뷔타석서 홈런을 쳤다는 뜻이다. 하락 국면이던 주가도 영화 흥행을 기점으로 반등했다.

영화투자배급업계 판도에 미칠 변화도 관심거리다. CJ E&M, 쇼박스, NEW, 롯데엔터테인먼트 등 4강 구도에 균열을 낼지 여부가 화두가 됐다. 마치 지난해 워너브러더스코리아와 20세기폭스코리아의 전격등장과 유사한 모습이다. 관건은 차기작이다. 메인투자를 진행한 ‘대장 김창수’의 성적표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18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범죄도시의 누적관객은 393만 3810명이다. 17일까지 추산한 규모니 18일 오후 중 400만 돌파가 확실시된다. 올해 한국영화 전체 개봉작 중 6위의 호성적이다. 손익분기점(BEP)으로 알려진 200만 명을 두 배 상회한 성적이다. 누적매출액은 324억 원이다.

키위미디어는 영화 총제작비 70억(순제작비 50억, P&A 20억) 중 총 37억 5000만원(키위미디어그룹 27억 5000만원, 키위컴퍼니 10억원)을 투자했다. 영화업계서는 메인투자사들이 약 30% 안팎의 제작비를 투자하는 게 관례다. 그만큼 키위미디어의 투자의지가 컸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흥행에 따른 수익 배분도 커지게 됐다.

개봉 후 보름이 지났지만 평일 스크린수 1000개를 유지하고 있어 작품 흥행은 며칠 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수익은 또 다른데서 더 발생하고 있다. 키위미디어에 따르면 범죄도시는 지난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중 대만, 홍콩, 필리핀 등 아시아 3개국에 판매됐다.

수개월 째 하락국면에 빠졌던 키위미디어 주가도 영화가 개봉한 추석연휴를 기점으로 반등했다. 손익분기점인 200만명 돌파 시점에는 장중 한때 15%가 급등하기도 했다. 지난 2년 간 각각 56억원, 57억원이던 키위미디어의 매출액도 올해 급증할 전망이다. 범죄도시 개봉 전인 상반기 매출액은 54억원이었다. 다만 영업손실이 32억원에 달했다. 범죄도시 흥행이 수익성 악화를 방어할 지 주목받는 이유다.

영화투자배급사로서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간 가수 이효리 소속사로 더 유명했던 키위미디어는 지난해 영화사업부를 출범시켰다. 국내 영화계서 단일 제작자로 가장 많은 편수를 기록하고 있는 장원석 PD가 영화사업부 사장으로 취임하며 관심을 모았다. 공연사업본부장에는 박칼린 예술감독이 영입됐다.
 

영화 범죄도시의 한 장면. / 사진=키위미디어그룹

당장 영화시장구도에 미칠 영향이 관심사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한국영화 배급사별 관객점유율은 CJ E&M(29.5%)이 1위, 쇼박스(25.1%)가 2위다. 다만 CJ E&M은 총 10편, 쇼박스는 4편을 배급했다. 그 뒤를 6.5편을 배급해 13.5%의 점유율을 기록한 롯데엔터테인먼트(9.2%)와 7편을 배급해 11.8% 점유율을 나타낸 NEW가 이었다.

수년째 큰 변화 없이 유지 중이던 이 같은 구도는 지난해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할리우드 스튜디오인 워너브라더스와 20세기폭스가 각각 ‘밀정’과 ‘곡성’으로 국내 투자배급시장에 성공적으로 데뷔해서다.

당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올해부터 급격히 나타난 외자사들의 시장 진입으로 (국내 배급사들의) 2017년 영업환경은 썩 우호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정작 올해 워너와 폭스는 부진하다. 이 틈 사이에 키위미디어가 출현했다. 키위미디어 영화사업부가 대내외에 밝힌 목표도 5대 영화투자배급사다.

한 영화업계 관계자는 “범죄도시가 흥행하면서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 번 4강 구도에 균열이 생길 조짐이 보였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체력 갖춘 메인투자사가 많아질수록 제작사 입장에서는 좋다. 스튜디오들이 더 적극적으로 흥행 시나리오와 감독을 선점하려 경쟁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종의 메기효과다. 키위미디어는 범죄도시를 기점 삼아 2020년까지 총 16편의 작품에 투자와 배급을 진행한다는 복안이다.

범죄도시의 공동배급사가 메가박스(주)플러스엠이라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투자배급을 늘리고 있는 플러스엠도 4강 구도에 균열을 내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 관람으로 화제가 된 영화 ‘미씽’이 플러스엠의 투자배급작이다.

관건은 키위미디어의 차기작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장 김창수’는 오는 19일 개봉한다. 이 작품의 이야기 줄기는 백범 김구의 청년시절 실화다. 이어 장항준 감독의 ‘기억의 밤’이 올해 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앞선 영화업계 관계자는 “범죄도시가 이미 기대치를 크게 넘어선 덕분에 차기작 중 하나만 성공해도 내년 이후 사업에서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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