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일자리 5년 로드맵’ 내놔…최저임금·비정규직 정책 부작용 대책 필요 지적

#A대형마트 식품코너 판매직 김아무개씨는 최저임금이 올랐는데도 못 웃는다. 최저임금이 올라가는 대신 휴게시간이 1시간에서 2시간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휴게시간은 계약 상 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2시간을 쉬는 것도 아니다. 1시간만 쉬는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A사는 상여급도 고정급으로 지급할 것에 대한 직원들의 동의 서명까지 받아갔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최아무개씨는 아르바이트생 2명을 고용했다. ‘알바생’ 2명 모두 중산층 이상 집안 자녀다. 돈이 없어서보다 용돈벌이로 알바를 시작했다. 최저임금이 인상된다는 뉴스를 보고 최씨는 ‘영세자영업자 돈을 넉넉한 집안 자녀들에게 바쳐야 할 판’이라며 한숨을 지었다.

최저임금 인상이 초래한 몇 가지 실례다. 문재인 정부가 내년부터 최저임금을 16.4% 인상한다고 발표하자 기업들은 너나할 것 없이 기존 임금체계를 수정하고 나섰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인상폭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노력이다. 이에 문재인 정부의 양질의 일자리 정책이 비(非)현실적이라는 지적에 힘이 더 실리는 모양새다.

18일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는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 빌딩에서 제3차 회의를 개최해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과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을 상정·의결했다. <관련 기사 참조> 이전과 기조 차이는 없었다. 문재인 정부는 당초 계획대로 공공일자리 81만명 확충, 비정규직 정규직화, 최저임금 1만원 달성, 근로시간 축소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런데 이런 정책들이 만들어낸 부작용에 대한 처방책은 전무하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들의 기대감만 높여놨다고 지적한다. 비정규직 정규화를 추진해도 기업들이 탈법으로 빠져나갈 구멍 또한 많다는 해석이다.

정부는 지난 7월20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추진계획(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대한 세부 방안을 내놓았다. 발표와 함께 비정규직들은 거세게 들고 일어났다. ‘비정규직 제로화’를 자신있게 외치던 이전 모습과 다르게 정부가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기관 단위에서 자율적으로 추진하도록 한 것이다. 기업이 정규직화를 거절하면 있으나마나 한 제도가 된 것이다.

18일 열린 3차 회의에서도 변경 사항은 없었다. 정부는 ‘정규직 채용을 원칙으로 하되 예외적으로 비정규직 사용이 가능한 사유를 열거하는 방식으로 개편’하겠다며 밝혔다. 업계, 기업 성격에 따라 비정규직 고용을 완전히 없앨 수 없는건 당연하다. 그런데 대통령 국정 과제가 권고사항 격으로 전락했다는 점은 큰 허점으로 지적되는 바다.

◇ 최저임금 인상에 기업들 ‘꼼수’ 판친다

‘최저임금 1만원’도 ‘비정규직 제로화’ 같은 궤를 그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올린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정부의 첫번째 최저임금 인상은 내년 1월1일에 시작된다. 그런데 벌써부터 기업들은 ‘꼼수’를 쓰며 인건비 절약에 나섰다.

국내 일부 기업들은 임금 외 지급되는 상여금을 고정급으로 지정하며 임금 체계 개편에 나섰다. 또 근로시간도 조율하기 시작했다. 최저임금이 오르는만큼 업무시간을 줄여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하겠다는 의지다.  

 

어수봉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노사정위, 중앙노동위, 최저임금위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 사진=뉴스1
18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삼화 의원(국민의당)은 “최저임금 인상은 필요하지만 부작용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나라 자영업비율은 독일, 일본 등보다 2배이상 높다. 자영업 규모도 굉장히 영세하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시장 내 미치는 파급력도 훨씬 크다”고 말했다.

그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오히려 빈곤을 촉진한다. 최저임금 임상률이 높아질수록 최저임금 미만자도 증가한다”며 “임금은 하방경직성이 있다. 반면 정부의 재정지원은 마냥 지속될 수 없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에대해 이날 환노위 국감에 증인으로 참석한 어수봉 최저임금위원장도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것이라는데 동의한다”면서도 “노동시장에 아무런 효과가 없다면 그것도 최저임금 정책이 아니다. 저소득 근로자들만을 위한 복지제도 확립을 고려 중”이라고 답변했다.

한편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을 위해 나라 곡간을 7조원 이상 풀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발표와 동시에 30인 미만 영세사업주·소상공인 부담 완화를 위해 근로자 인건비 상승분 일부를 지원하는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사업을 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18일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심재철 의원(자유한국당)이 국정감사를 위해 국회예산정책처에서 받은 자료 ‘최저임금 1만원 달성 시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규모 추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시간 당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위해선 향후 3년간 총 7조3462억원 국가재정을 써야하는 것으로 추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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