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승·공급축소 가능성은 '독'…건설사 자금부담도 늘어날 것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교통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을 하고 있다. / 사진= 뉴스1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후분양제 확대 의사를 밝힌 뒤로 시장에 미칠 영향력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후분양제 확대시행 시 투기를 차단하고 주택품질을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반면 분양가 상향, 건설사 채무부담 증대 등의 부정적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 전망한다.

후분양제 확대 논의가 재차 부상하고 있다. 지난 2004년 참여정부는 분양허용 공정률을 2007년 40%에서 시작해 2011년 80%까지 상향한 뒤 후분양제 완전 정착을 계획했다. 다만 건설업계의 자금부담, 주택공급량 축소 등의 우려로 해당 계획은 폐지된 바 있다. 화성동탄2신도시 부영 아파트의 부실시공 논란이 빚어진 후 국토부, LH는 공공부문 후분양제 도입 이후 민간부문까지 단계적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 부실시공 퇴출될 전망…다만 소비자 자금부담 높아질 전망

후분양제가 민간까지 확대시행될 시 아파트 부실시공 문제는 상당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현재 대다수 아파트는 선분양제하에서 공급된다. 아파트 착공 전 모델하우스만을 둘러보고 소비자가 ‘가상의 집’을 구매하는 셈이다. 문제는 공사 과정에서 자재 바꿔치기 등으로 품질저하가 발생해도 소비자가 이를 알 길이 없다. 후분양제 도입시 공정이 어느정도 진행된 상태를 소비자가 직접 보고 분양신청을 할 수 있기에 현행과 같은 깜깜이 분양에서 오는 부실시공 문제는 상당부분 해소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실 관계자는 “100만원 상당의 휴대폰, 3000만원을 호가하는 자동차는 완제품을 확인한 후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다. 아파트의 경우 수억원을 호가하는 데도 공사가 제대로 됐는지 확인할 길 없이 분양신청을 해야 한다”며 “후분양제 정착을 통해 부실시공 문제 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과열 청약과 분양권 전매 등 투기를 차단함으로써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데도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후분양제 확대시 소비자가 감당해야 할 자금부담은 높아질 전망이다.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같은 사실이 지적됐다. HUG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후분양제 도입시 분양가가 3~7.8% 가량 상승할 전망이다. 분양 이후 계약금, 중도금 등의 중도 자금회수가 어려워진 건설사들이 초기 분양가를 높여 리스크를 회피할 가능성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의 대출이자 부담금은 1000만원 가량 높아질 것으로 보고서는 지적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계약금, 중도금은 전체 분양대금의 70% 가량을 차지한다. 공사과정에서 해당 자금유입으로 건설사는 유동성을 확보한다. 다만 후분양제가 확대될 경우 중도 자금유입 통로가 사라지면서 건설사의 초기 자금부담이 높아진다. 이에 건설사가 초기 분양가를 높게 설정할 유인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 건설업계 HUG 분양가 가이드라인 회피…다만 채무부담 높아질 전망

후분양제는 주택공급자인 건설업계에도 뚜렷한 득과 실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주택공급자가 HUG의 분양가 가이드라인을 회피할 수 있다. 현재 HUG는 신규 분양단지의 분양가를 인근 아파트 매매가격의 110%를 넘지 못하게 제한하고 있다. 선분양제를 실시할 경우 HUG의 분양보증이 필수인 만큼 후분양제 하에서 이같은 규제가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분양가 책정의 자율성과 별개로 건설업계에 막대한 자금부담이 발생할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0개월 간 공사를 한 주택사업장 기준 공정률 80%에서 분양을 실시하는 후분양제가 확대될 경우 건설사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차입규모가 30~50% 가량 늘어난다. 계약금과 중도금을 건설사가 공사기간에 활요하지 못하면서 PF 의존도가 높아지게 된다.

이는 건설사의 재무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통상 PF 대출의 경우 사업계획 등의 ‘무형의 자산’을 기준으로 대출이 실행된다. 그만큼 대출금리가 시중금리 대비 높다. PF 대출이 늘어난다는 것은 건설사의 이자부담이 늘어나는 것으로 귀결된다.

특히 중소 건설사가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PF 대출금리는 사업장의 입지여건, 건설사의 신용도를 기준으로 설정된다. 즉, 대형 건설사가 강남권의 유력 재건축 사업지를 공급할 경우 금리는 낮아진다. 다만 중소 건설사의 경우 낮은 신용도, 상대적으로 열악한 분양단지 입지여건 등이 작용해 PF 대출금리가 더 높아지게 된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같은 지역이라도 입지에 따라 PF 대출금리는 천차만별이다. 후분양제가 실시될 경우 기껏 공사를 실행했는데도 미계약자가 발생해 공사대금을 상당부분 날릴 가능성이 높다”며 “신용도가 낮은 건설사는 이같은 상황이 반복될 경우 더 높은 대출금리가 적용되는 등의 악순환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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