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코믹스 웹툰 ‘김철수씨 이야기’ 4년 만에 완결…격동의 시대 속 개인의 삶과 아픔

이미지=레진엔터테인먼트

#올해 100쇄를 찍은 김훈 장편소설 《남한산성》이 충무로에서도 360만 관객을 모았다. 김훈은 100쇄 특별판에 ‘못다 한 말’을 추가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주화와 척화로 나눠 피를 튀기며 싸웠지만 더 많은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 속에서 그 겨울을 보냈다. 나는 그들의 침묵에 관하여 아무 것도 쓸 수 없었다. 그 침묵의 의미에 접근할 수 없었다. 《남한산성》​은 ‘미완성의 습작’이다”라고 썼다.

#성석제 장편소설 《투명인간》의 주인공은 1950년대 산골 벽촌에서 태어나 한 번도 세상의 중심에 서본 적 없는 김만수다. 그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국면을 차례차례 통과하지만 ‘의식을 갖고’ 어느 편에 서본 적이 없다. 그는 단지 생활인으로 삶의 계곡을 건넜다.

레진엔터테인먼트의 웹툰플랫폼 레진코믹스에서 연재 중인 ‘김철수 씨 이야기’는 바로 그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투명인간’이 주인공인 작품이다. 한국 현대사는 사건의 역사기도 하다. 한국전쟁에서 촛불항쟁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역사의 파고가 시대를 휩쓸었다. 투명한 개인들의 삶은 전면에 그려지지 않았다.

‘김철수 씨 이야기’는 1980년 5·18 민주화운동과 1987년 6월 민주항쟁 등 한국현대사의 격동기를 배경에 둔다. 그런데 현대사는 말 그대로 배경일 뿐이다. 시대보다 중요한 건 인간 개인이다. 그리고 평범한 개인이다. 그래서 이름이 김철수다.

작가는 현대사의 주요사건을 담은 이유로 “국가라는 거대한 힘이 한 개인을 억압하고 휘두르면서 ‘그건 그 시대에는 어쩔 수 없는 일’ ‘그땐 그게 당연한 일’이라며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 것이 작품 속 김철수 씨가 겪는 상황과 매우 닮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작가의 필명은 수사반장이다. 이 작품이 그의 데뷔작이다. ‘김철수 씨 이야기’는 2013년 10월 21일 1화 연재로 시작됐다. 현재까지 누적조회 2000만 건을 기록했다. 오는 23일 최종화가 무료로 공개되면서 4년 만에 마침표를 찍는다. 연재기간의 대부분이 박근혜 전 대통령 집권기와 겹친다. 마침표를 찍은 올해는 민주화 30주년이다.

작가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자’의 삶을 옹호만 하려고 했던 건 아닌 것 같다. 작품은 사회의 무관심이나 폭력이 한 개인을 어떻게 바꾸는지, 혹은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지 과정까지 나아간다.

김철수 씨는 태어나자마자 쓰레기장에 버려졌다. 그가 어찌할 수 없이 혼자가 되어버린 셈이다. 그래서 그는 세상을 향한 뒤틀린 복수를 준비한다. 이해가 갈 법도 한 전개다. 하지만 작품은 통쾌한 카타르시스극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작가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말로 폭력을 합리화해서는 안 된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용서를 구하지 않으면 개인이나 사회 모두 불행해진다. 기구한 김철수 씨의 인생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그의 잘못된 행동에 면죄부를 주지 않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김훈에게 돌아가 보자. 6년 전 한 강연장에서 ‘척화’인지 ‘주화’인지를 묻는 질문에 김훈은 “《남한산성》의 시대에 살았다면 ‘아무 말도 안하는 자’가 됐을 것”이라고 운을 뗏다.

그럼 계속 아무 말도 안할 것이지, 글은 왜 쓰는 걸까? 김훈은 “오늘의 일들이 오랜 세월이 지난 다음에 지나간 시대의 풍문으로 떠돌지 않기 위해서”라고 이어 답했다. 김철수 씨 이야기가 길고 긴 4년을 달려온 동력도 딱 거기에 있을 것 같다. 우리네 역사를 지나간 시대의 풍문 정도로 소비해버릴 수는 없다는 목적 말이다.

작가는 “지난 4년간 ‘김철수씨 이야기’를 연재하며 처음으로 하고싶은 모습대로 하고싶은 이야기를 담았다. 이 오래고 고된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건 독자들 덕분이다. 정말 감사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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