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목부문 부진 영향 건설경기 지표 악화…부동산 규제·민자사업개편 등 '삼중고' 호소

유주현 대한건설협회장(왼쪽 네번째)이 지난달 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SOC 인프라 예산 축소' 관련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유주현 협회장을 비롯한 건설업계 대표들은 SOC인프라 예산 삭감에 우려를 표명하며 예산 20조원 이상을 확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 사진= 뉴스1
내년부터 본격화될 사회기반시설(SOC) 예산축소에 건설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부동산 규제로 인한 시장악화가 SOC 예산축소, 민자투자 옥죄기와 함께 업계에 ‘삼중고’로 작용할 수 있단 분석이다. 정부는 올해 미집행 금액, 내년 주택도시기금 투자금액 증액으로 실질 감소액은 크지 않다고 하지만 업계는 벌써부터 수주난을 겪고 있다.

16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8월 중 불변 기준 건설기성은 전년 동기 대비 8.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월 13.2% 증가한 것과 비교해 다소 낮아진 수치다.

토목 부문이 부진한 영향이 컸다. 이달 토목 부문 기성은 17% 감소하며 직전월(-9.1%) 대비 감소폭이 확대됐다. 건설업계의 미래 매출 창출력을 가늠하는 토목 부문 건설수주는 14.9% 감소하며 전월(-31.3%)에 이어 감소세를 이어갔다.

“실질 SOC 예산 감소폭은 크지 않다”는 정부의 말과는 달리 현장의 수주상황이 악화된 결과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2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올해 사용하지 않은 SOC 예산 3조원이 남았고, 내년 주택도시기금 투자를 올해보다 2조7000억원 늘린다”며 “실제 SOC 예산이 줄어든 건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연초 정부의 재정 조기집행 기조에도 SOC 예산 축소로 인한 파급력이 현장에 미치는 상황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연초부터 관공서에서 발주한 공사물량이 감소했다. 예산을 조기집행 한다고 정부가 공언했지만 실질 집행률이 미미한 결과”라며 “하반기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대규모 물량을 발주할 계획이지만, 올해 수주 목표액을 채우기 막막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중소건설사 중 특히 지역 건설업체가 SOC 예산축소의 영향을 체감하고 있다. 대형‧중견 건설사와 달리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SOC 물량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외부환경 변화 대응력을 높였다. 하지만 지역 건설업체의 경우 지자체 발주물량 의존도가 높아 SOC 예산축소로 인한 실적악화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SOC 공공성 강화 방안도 건설업계의 미래 먹거리를 위협할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최근 정부는 지난 7월말 당초 민자도로로 추진한 서울~세종 고속도로의 재정전환을 공언한 이후 민자 SOC 사업의 통행료 인하 등을 추진하고 있다. 신규 민자사업의 경우도 통행료를 정부 투자사업 수준으로 낮춘다는 계획이 발표되면서 “누가 민자사업에 참여하겠나”는 불만이 업계에서 제기되는 상황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민자도로의 재정전환을 비롯해 민자도로 관리청 신설, 실시협약 변경 등의 내용을 추진하고 있다. 민자투자를 장려하겠다는 정부 방침과 역행하는 기조”라며 “SOC 예산축소와 함께 건설사의 미래 먹거리가 말라가는 상황”이라는 우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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