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관리 미이행 및 증거변조 혐의…왜곡된 하청구조 개선 시급

 

지난 9월 2일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에서 발생한 선박 폭발 사고 현장. / 사진=뉴스1

해경수사본부가 STX 폭발사고 관계자 5명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구속영장 신청 대상 원하청 관계자들은 업무상과실치사 및 증거변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역시 이들 5명에 대해 구속 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남해지방해양경찰청은 지난 13STX조선해양 조선소장 조모(54)씨를 비롯해 STX조선해야 소속 4명과 사내협력업체 K기업 물량팀장이자 K기업 하청업체 M기업 대표 조모(57)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업무상과실치사와 증거위조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지난 820일 오전 1137분쯤 경남 진해 STX조선해양에서 석유화학제품선박 내 잔유보관탱크가 폭발해 작업 중인 하청 업체 작업자 4명이 숨졌다. 지난 51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추돌사고로 하청 노동자 6명이 희생 당한지 불과 3개월여 만의 일로,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안전관리가 허술하다는 거센 비난이 제기된 바 있다.

 

수사본부는 이번 폭발사고 원인으로 방폭등을 지목했다. 환기 시설이 부족한 가운데 방폭등 안으로 도장용 스프레이건의 인화성 가스가 유입됐다는 설명이다. 이번에 구속영장 신청을 받은 5명은 이 방폭등을 비롯해 유지 보수 관리를 소홀히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들은 사고 발생 후 규정을 위반한 사실을 숨기려고 환기작업 표준서 변조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본부는 사고 이후 STX조선해양은 책임을 면하기 위해 사고 당일 설치된 배기 배출라인 2, 흡기라인 1개가 규정에 따라 설치된 것처럼 조작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STX가 마련한 원래 기준에 따르면 배출라인은 4개 흡기라인은 2개가 설치돼야 한다.

 

수사본부는 이번 사고로 4명이 숨지는 등 사안이 중대한 점을 고려했으며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는 사람에 한해 지난 13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검찰도 같은 날 구속영장을 청구해 조만간 이들의 영장실질심사가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의 근본 원인은 왜곡된 하청 구조라는 지적한다. 하청에 하청이 이어지다보니 노동자들과 업무에 대한 총괄적인 안전관리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김춘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사무장은 사고 당시 삼성중공업을 예로 들면 물류업체까지 협력업체가 약 500여 개에 이른다. 수많은 업체의 하청 노동자들이 서로 관련 없이 자기들 일만 한다. 내 일을 빨리 끝마쳐야 돈을 많이 벌기 때문이라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총괄적인 안전관리가 애초부터 쉽지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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