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선진국 대비 낮은 수준"…국토부 "양보다 질로 패러다임 전환 필요"

11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SOC투자 정상화를 위한 긴급 토론회' 전경 / 사진= 대한건설협회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내년 SOC 예산은 17조7000억원으로 올해(22조1000억원) 대비 20% 가량 줄었다. 설상가상으로 국토교통부 소관 SOC 예산은 내년에는 22.9% 감소한다. 이에 더해 기획재정부는 SOC 예산을 연평균 7.5% 감축할 계획이다. 건설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SOC 예산축소를 둘러싼 논쟁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내년 SOC 예산이 축소되지만 대규모 (공공)물량 감축은 없을 것입니다.”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SOC 투자 정상화를 위한 긴급 토론회’에서 박선호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이 축사에서 밝힌 말이다. 참석한 건설업계 관계자들에게서는 “말이 되는 소리냐”, “(국토부가) 현실인식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SOC 예산 축소를 두고 건설‧부동산 주무부처인 국토부와 건설업계의 시각차가 극명한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SOC 예산이 축소기조에 들어간다. 내년 SOC 예산은 정부안대로 확정되면 올해 대비 20% 줄어 2004년 이후 1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게 된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는 당장 “SOC 스톡(재고)이 적은 상황에서 정부가 현실인식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우려를 보이고 있다.

SOC  재고가 적정선에 있는 지에 대한 국토부, 건설업계의 견해차가 논란의 시발점이다. 정부는 SOC 재고가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이에 예산증대를 통한 SOC 양적성장이 아닌 질적성장으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고 본다. 실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건설‧주택업계 간 간담회에서 건설산업이 스마트시티, 스마트홈 등 ‘신성장산업’으로 방향타를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여전히 국내 SOC 스톡이 선진국 대비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간한 ‘SOC 투자의 양적‧질적 수준 판단과 시사점’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도로연장은 1.06km/㎢다. 미국보다는 높지만 일본, 영국 등에 비해서는 낮다. 아울러 인구당 도로연장(2.11km/천명), 차량당 도로연장(5.6km/천대) 모두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선진국 대비 낮은 것으로 확인된다. 

한국의 기초 인프라 경쟁력지수(수자원, 용수접근성, 상품접근성, 인구관련 항목, 에너지 인프라 효율성 등)도 하락세다. 2011년 세계 19위를 기록한 이 지수는 2017년에 이르러 27위까지 하락했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양적 측면에서 인구, 국토면적 등을 감안하더라도 선진국에 비해 SOC 자본이 불충분하다. 현재 한국의 SOC 재고는 주요 선진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2만달러 시기보다 충분하지 않으며 이에 대한 확충을 통해 경제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프라의 질 개선을 위해서도 SOC 예산이 증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은 1970년대 대규모 인프라 공급이 이뤄졌다. 이후 40년이 지난 상황에서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6년에 이르면 전체 SOC 시설물의 21.5%가 30년 이상 고령화에 직면하게 된다. 아울러 전국 11만6768개소의 시설물의 내진보강률이 2015년 기준 45.6%, 학교시설과 공공건출물의 내진보강률은 각각 23.7%, 35.8%인 상황에서 SOC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국회 세미나에서 유주현 대한건설협회 회장은 “최근 경제적으로 큰 피해를 입힌 충청지역 집중호우, 경주 지진 등 자연재해에 대비하기위해서도 기존 노후화된 인프라 시설의 개선, 관리를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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