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은도 3계좌중 2개는 1만원이하…실적 쫒기는 은행원들 "만들고 보자"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서 고객들이 금융업무를 보고 있다. / 사진=뉴스1
은행권에 '0원 계좌'가 넘쳐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의 입출금 계좌 중 60% 이상은 이른바 깡통계좌다. 고객들이 호기심에 인터넷전문은행 계좌를 만들어놓고는 대부분 기존 은행 계좌를 쓰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개인형퇴직연금(IRP),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새로운 상품이 생길 때마다 깡통계좌가 넘쳐난다. 직원들이 성과 압박에 시달려 생기는 '일단 만들고 보자'식 영업 형태가 주요 원인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오는 16일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돼 출석한다. 이 자리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 현안인 은산분리와 은행 운영 등이 중점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깡통계좌 문제도 현안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깡통계좌 규모가 커 은행 영업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8월 기준 카카오뱅크 입출금통장 중 잔고가 0원인 계좌는 178만 계좌다. 전체 265만 계좌 중 67.2%나 차지한다. 카카오뱅크 체크카드를 수령받는 고객이 늘면서 지난달(78.8%)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깡통계좌 비중은 높은 상황이다. 일반 시중은행 입출금통중 중 0원 계좌가 5% 내외인 것과 비교하면 카카오뱅크 깡통계좌 규모는 눈에 띄게 높은 수준이다.

이는 고객들이 인터넷전문은행 계좌 개설과 함께 쓰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존 은행과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호기심에 만들어진 계좌가 그냥 방치돼 나타난 현상"이라며 "금융권 고객들에겐 기존에 사용하던 은행을 변경하지 않으려는 속성이 있다. 앞으로 인터넷은행이 여·수신 업무를 늘리려 해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에서도 깡통계좌가 여전히 넘쳐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시중은행 고객 끌어오기에 어려움을 겪는 것과 달리 시중은행에선 직원마다 성과를 높이기 위한 무리한 상품 가입 권유가 만연돼 의미없는 계좌가 양산되고 있다.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도 절반 이상이 적립금 0월 계좌인 것으로 확인됐다. 민병두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아 발표한 'IRP계좌 개설현황' 자료에 따르면 적립금이 0원인 IRP계좌는 154만개였다. 전체 271만개 중 57%가 깡통계좌였다.

IRP계좌는 근로자가 이직·퇴직할 때 받는 퇴직급여를 근로자 본인 명의 계좌로 적립해 만 55세 이후 연금화할 수 있는 퇴직연금이다. 2012년 7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에 따라 도입됐지만 절반 이상이 실질적인 운용이 불가능한 계좌로 파악됐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도 마찬가지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이 한국금융투자협회로부터 받은 '각 금융회사의 ISA 계좌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체 ISA 계좌 중 51%가 1만원 이하, 72%가 10만원 이하인 깡통계좌였다.

이 자료에 따르면 1만원 이하 계좌 비중이 가장 높은 은행은 IBK기업은행이었다. 전체 계좌의 67%가 1만원 이하 계좌였다. 이어 신한은행(63%)이 뒤를 이었다. 10만원 이하 계좌의 경우 KEB하나은행이 81%, IBK기업은행이 79%, 신한은행이 78% 순으로 높았다.

은행권 관계자는 "ISA 상품 나왔을 때 은행마다 첫 고객 확보를 위해 일단 1만원을 넣고 시작하라는 권유를 많이 했다"며 "ISA 실효성이 부족하고 중도 인출도 불가능하다 보니 고객들이 돈을 넣고 자산관리를 하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민병두 의원은 이와 관련 "실적 위주의 밀어내기식 판매로 말미암아 불완전 판매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금융당국의 철저한 감독이 필요하다"며 "지금처럼 실적 늘리기에 급급해서는 공적인 금융기관 역할을 제대로 못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