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서 고배든후 반포 1단지 패배때 승복했던 자세 돌변…"한신4지구서 3연패 않겠다는 의지" 해석도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강남 재건축 시공권 수주 경쟁에서 연거푸 고배를 든 GS건설의 눈빛이 달라졌다. 지난달 말 반포주공1단지에서 현대건설에 패배했을때만 해도 실패를 인정하고 하루만에 이미지 쇄신작업에 나서는 듯 했는데, 2연패로 회사 전체가 충격에 휩싸이면서 잔뜩 독기를 품은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GS건설이 이번 강남권 수주 연패로 ‘자이’ 브랜드에 위기감이 커지면서 임병용 사장의 거취문제에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로 큰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서울 잠실 미성·크로바 통합재건축 시공사 선정총회 다음날인 지난 12일 오후, 해당 사업장 조합원에게 향후 소송전을 암시하는 듯한 문자를 보냈다. GS건설은 ‘롯데의 불법적인 매표행위로 현장에서 물러나게 됐지만 아직 끝은 아니다’며 ‘경쟁사의 불법 행위를 심판하고 미성·크로바 조합원의 정당한 선택을 다시 받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쟁사 롯데건설의 불법매표행위 사례 신고 방법을 소개하며, ‘매표행위는 사업지연과 시공권 무효 등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경쟁사와 매표행위에 가담한 조합원을 염두에 둔 듯한 경고장을 날렸다.

이는 약 2주 전인 지난달 27일 서초구 반포본동 반포주공1단지 시공권을 두고 현대건설과의 경쟁에서 패배한 뒤 조합에게 취한 입장과 정반대여서 눈길을 끈다. 당시만 해도 GS건설은 조합원에게 ‘결정을 겸허히 존중하며 앞으로 자사가 더 발전하는 밑거름으로 삼을 것’이라고 결과에 승복하는 태도를 보였다. 물론 건설업계에서는 GS건설이 패배를 인정해서라기보다 (당시 기준) 미성·크로바, 한신4지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등 총 2조원에 달하는 시공권 입찰 참여를 염두한 강남권 사업장이 연이어 있다보니 재빨리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한 차원의 행동이라고 풀이했다. 그럼에도 자사 텃밭으로 여겼던 강남권에서 연거푸 실패하자 GS건설은 2주만에 공세적으로 자세를 전환한 것이다. 이를 두고 건설업계에서는 사내 위기감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물론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부재자 투표 결과와 총회 당일 현장투표 결과의 확연한 지지도 차이를 두고, GS건설로서는 순순히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롯데건설이 부재자 투표에서 월등히 앞섰던 것과는 달리 보다 객관적인 지표가 될 수 있는 현장투표 뚜껑을 열어보니 GS가 앞서 롯데건설과의 전체 지지율 격차가 줄었기 때문이다. 미성·크로바 재건축 시공사 선정 총회를 앞두고 부재자 투표율은 73%였는데, 부재자 투표에선 롯데건설 618표 VS GS건설 404표로 롯데건설이 압도적으로 우위를 점했다. 그런데 총회 당일 현장투표는 롯데건설 득표수는 118표에 불과했고 GS건설은 202표를 얻으면서 GS건설이 우세했다.

통상 총회 당일은 보는 눈이 많아 쉽게 조합원에게 접근하지 못한다. 반면 이보다 먼저 실시하는 부재자 투표에서는 건설사에서 고용한 OS요원이 조합원 집까지 찾아가 조합원을 투표현장까지 동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과정에서 요원들은 조합원에게 적극적으로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며 표심 확보에 주력하는데, 이같은 행위는 때론 매표 행위로 직결되기도 한다.

 

GS건설의 입장을 들은 조합의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GS건설을 지지하던 조합원들은 이번 기회에 공정한 재선거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지한다. 반면 롯데건설을 지지하던 조합원들은 '조합의 최우선 과제가 초과이익환수제 벗어나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GS건설은 이를 볼모로 시공권 무효, 사업지연 등을 운운하는 등 사실상 조합을 협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경쟁사 비방만 하는 습관 못버리고 아직도 실패의 원인이 무엇인지 모르는 듯 하다'고 비난한다.    

한편, GS건설은 오는 15일 서초구 잠원동 한신4지구(가칭 신반포메이플 자이)에서 경쟁사인 롯데건설과 다시한번 맞붙게 된다. 미성·크로바 공사비가 4700억원 수준으로 예선전에 불과했다면, 이곳은 총 공사비만도 1조원에 달하는 본선에 해당한다. GS건설이 자사의 대표적 강남권 사업장인 ‘반포자이’와 마주보고 있는 입지인 한신4지구에서 설욕을 함으로써 자존심을 회복할지, 아니면 3연패의 늪에 빠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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