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재단 개입논란에 LH 법 위반도 드러나…MOU 체결 1년 5개월 되도록 첫 삽도 못떠

이미지= 조현경 디자이너
K타워 프로젝트의 시동조차 걸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착공 전 진행해야 할 사업부지 매입, 인허가 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상황이다. 양해각서(MOU) 체결 당사자인 이란연기금 고문이 구속된 상황에서 사업이 사실상 좌초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K타워 프로젝트 사업추진이 지연되고 있다. LH 측이 지난해 5월 MOU 체결 이후 부지매입, 인‧허가 절차 등을 밟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K타워 프로젝트에 시공사로 참여한 포스코건설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K타워 프로젝트는 LH가 사업전반을 조율했다. 이후 포스코건설이 참여제안을 받고 시공사로 들어갔다. 다만 MOU 이후 필수적으로 진행돼야 할 부지매입 등의 절차를 LH가 진행하지 않고 있다. 이에 당사가 따로 수행할 역할이 없다”고 말했다.

K타워 프로젝트는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란 국빈 방문 당시 LH와 포스코건설이 이란교원기금과 ‘문화상업시설건설혀벽에 대한 MOU’를 체결하면서 알려졌다. 주요 골자는 이란 테헤란로에 한류문화 확산 목적의 문화복합공간인 K타워를 건립하고 서울에는 I타워를 세우는 내용이다. 최순실씨가 실소유주라 알려진 미르재단이 사업일원에 참여하면서 '청와대의 뒷배가 작용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사업 추진여건은 더 악화되고 있다. K타워 프로젝트 MOU 체결 당시 LH 측은 이란연기금의고문과 협약을 맺었다. 해당 고문이 최근 구속을 당하면서 사업 추진동력이 형편없이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해당 기관의 대표가 아닌 고문이 협약을 체결했다는 점에서 대표성이 부족하단 지적도 제기된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MOU 체결 당사자가 고문이 체결하는 경우는 없다. 대표성이 의심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선 K타워 프로젝트 자체가 전 정부의 치적홍보 목적으로 졸속추진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회 교통위원회 소속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K-타워 사업 관련 조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사업주체인 LH가 사업추진 과정에서 해외사업 범위를 위반한 사실이 확인됐다. 

보고서는 K타워 프로젝트가 LH의 사업범위를 위반한 사례라는 점을 지적한다. LH법상 LH는 K타워 등의 상업용 건축물에 투자할 수 없다. 실제 LH의 해외사업 범위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만 국한된다. 해당 사실은 국토부의 특별감사 결과 밝혀진 것으로 알려졌다.

K타워 프로젝트가 졸속 추진 논란을 빚은 데 대해 건설업계 측은 ‘예상된 결과’라는 반응을 보인다. LH 내부 업무처리 과정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통상 LH가 진행하는 사업은 MOU 체결에 앞서 기본 2~3년의 사전조사 과정을 거친다. 박 전 대통령이 이란 국빈방문 기간 한달 전에 미르재단 관계자를 만나 사업일원으로 결정한 건 너무 이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LH의 해명이 궁색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LH 체결한 영문 MOU 초본의 한글 번역 과정에서 최순실씨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미르재단이 ‘한류교류증진의 주요 주체’로 번역됐다. 다만 실제로는 ‘문화교류증진을 할 기관들 가운데 하나’가 맞는 번역이다. 이에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최순실씨를 미뤄주기 위해 청와대의 지시로 LH가 고의오역을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당해 국정감사에서 박상우 LH 사장은 “번역과정에 오류가 있었다”는 사과를 표명했다.

다만 LH가 MOU 초본을 영문이 아닌 한글로 작성하기에 번역오류 자체가 존재할 수 없다고 앞선 관계자는 말한다. 이 관계자는 “LH 측은 MOU 체결시 초기 영어본 계약 후 한글 번역본이 나왔다 주장한다. 하지만 LH는 해외사업 역시 초기 사업과정에 영어본이 아닌 한글본을 먼저 작성한다. 보고서를 작성하고 바로 상부에 결제를 올려야 하는데 영어본을 올릴 순 없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최 의원실 관계자는 “국토부가 3개 법무법인에 확인한 결과 K타워 프로젝트가 LH의 해외사업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울러 이란연기금에 MOU 체결서가 없고, 협약을 체결한 이란연기금 고문이 구속됐다”며 “사실상 사업이 무산됐다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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