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미래차 주도권 선점 위해 앞다퉈 지원…긴 호흡으로 국내 맞춤형 정책 마련해야

최근 열린 디트로이트 모터쇼의 화두는 역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였다. 전기차는 자율주행기술을 적용하기 쉬운 이점까지 갖춰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실질적인 화두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마다 정부 차원에서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중지 선언도 늘고 있고, 전기차 위주로 개발 판매하겠다는 글로벌 메이커도 증가하고 있다. 이제 전기차가 미풍이 아닌 자동차의 주류로 자리잡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작년 생산판매된 차량 9400만대 중 전기차는 아직 약 80만대 수준이어서 전위부대 역할이라고 평가절하 하는 의견도 있지만, 예상 외로 빠른 증가 속도를 보면 얘기가 다르다. 현재 증가 추이를 이어갈 경우 오는 2040년에는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의 과반수 이상을 전기차가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올 정도다. 

 

하지만 이 같은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움직임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고민이 많은 상황이다. 보급대수도 올해 말까지 높게 잡아야 3만대 수준이고 충전기 보급도 더 모자른 실정이다. 이밖에도 전체적인 친환경차 보급 정책과 미세먼지,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건설중지 공론화 등 에너지 수급문제, 자율주행차 개발 등 누적된 문제가 전기차 보급을 가로막고 있다. 

 

이런 문제는 단순히 각각의 문제를 해결하려기 보다는 큰 그림 속에 길게 보고 철저한 중장기 정책과 함께 하나하나 풀어가는 자세가 중요하다. 5년 단임의 제도 속에서 보지 말고 긴 호흡으로 중장기적인 정책 기반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전기차는 분명히 예전과 달라지고 있다. 전기차 활성화가 완성차 메이커 주도권의 단절이나 정부의 세수 확보 미비 등 일부 부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이제 전기차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미래자동차의 필수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적극적인 진입과 능동적인 주도권이 중요하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자동차 선진국은 물론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중국도 예상 이상으로 빠르게 전기차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벌써 중국의 트럭이나 버스 등 기술속도는 우리를 앞서가고 있고 일반 전기 승용차도 간격이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기술개발 속도도 높지만 높은 시장성을 중심으로 확보한 실증 데이터의 확보가 가장 위협적인 부분이다. 여기에 중앙정부의 일관된 정책으로 보급 속도가 탄력을 받고 있다. 

 

전기차 보급에 속도를 내야 하는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내년부터 시행되는 전기차 보조금의 차등 지급 문제 등 다양한 정책결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 상황에서 무엇을 점검하고 제대로 된 방향은 무엇일지 더욱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우선 국내 전기차 보조금 정책의 방향을 짚어보자. 내년에는 올해보다 200만원 적은 약 1200만원을 기준으로 보조하는 지원이 예상된다. 아직 결정된 사안은 아니지만 점차 차등화 시키면서 줄어들 것으로 확신한다. 

 

노르웨이와 더불어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 정책은 국민세금으로 충당되는 만큼 인큐베이터 정책에서 벗어나 서서히 홀로서기 정책으로 전환될 것이다. 

 

이는 당연히 필요한 조치다. 대신 이 비용은 충전기 설치와 전기차 인프라 구축 등 전기차 생태계 활성화 비용으로 보전될 것이다. 동시에 소비자의 인센티브 정책을 보조금이 아닌 다른 흐름으로 유도해 소비자 측면에서 활성화하는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두 번째는 벌써부터 에너지 수급에 대해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는 우려다. 지난 정부에서는 환경 쪽에서 강조하던 전기차 보급증가에 따른 에너지 수급문제가 잠잠했으나 이번 정부의 탈핵 정책으로 숨어있던 에너지 수급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당장 전기차 100만대 정도는 여유있게 보급해도 에너지 부족문제는 없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전기차 활성화는 전기에너지의 신재생 에너지 보급과 크게 연계된 만큼 정부 차원의 고민도 함께 병행돼야 한다. 예를 들어 전기차 활성화를 위해서는 휴대폰과 마찬가지로 심야 완속 충전을 활성화하는 방식의 캠페인과 홍보 정책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전기차만이 아닌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의 균형 잡힌 보급정책이 함께 구축돼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 등은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차가 활성화됐으나 국내의 경우는 전기차 대비 홍보도 덜 되어 있고 보조금 지급도 상대적으로 너무 적어 보급이 미미하다. 이와 함께 수소 연료전지차의 균형 보급도 필요할 것이다. 

 

네 번째는 한국형 전기차 보급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도심지 아파트 거주자를 위한 심야 충전기의 원활한 보급은 필수다. 물론 공공용 급속 충전기는 필수요소이지만 심야용 전기에너지 활성화는 중요한 성공요소라고 할 수 있다. 모바일 충전기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활성화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최근 공공용 급속 충전기 보급을 위한 움직임은 긍정적이나, 평가요소로 가격 만을 따지다 보니 저가형 중국산 등이 판을 치고 있어 기존 국산 기술기반의 충전기 회사가 어려움에 처해있다는 사실을 직시했으면 한다. 

 

따라서 공공용 보급 평가요소 중 가격은 물론이지만 기술 등 국내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한 대책도 하루속히 마련돼야 한다. 이 순간에도 기존의 기술기반 강소기업을 꿈꾸던 국산 충전기 전문회사가 무너지기 시작하고 있고 반면에 무늬만 국산인 형태로 보급된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아울러 균형 잡힌 정책을 통해 차별성 없이 국내외 우수한 전기차와 시스템이 자리잡아 치열한 민간 차원의 비즈니스 모델이 구축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충전기 설치 후 제대로 된 관리를 위한 중앙정부 차원의 충전시설 관리가 별도로 책정돼야 한다. 일본의 경우 2만2000기 이상의 충전시설에 단 하나의 충전기 고장도 없다. 그 이유는 바로 철저한 별도 예산 지원과 관리요원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시장은 충전시설이 많지도 않은데다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아 지속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전기차에 긍정적인 얼리 어댑터도 두세 번 충전기가 고장 나 있으면 안티(Anti)로 변한다는 사실을 직시했으면 한다. 

 

이와 함께 세 가지 충전방법에 대한 통합적인 중앙 충전기 통제센터를 구축해야 한다. 민관의 다른 충전방식에도 사용자가 전기차용 내비게이션을 통해 언제든지 용이하게 충전기를 찾아서 충전할 수 있는 통합 시스템을 말한다.

 

동시에 서둘러 무리한 표준을 세워 세계적 흐름이나 주도에 역행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최근 타입1이나 타입2에 대한 논란도 불거지는 상황에서 섣부른 조치로 후회되는 일이 없도록 서서히 진행해도 괜찮다는 얘기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전기차는 분명히 미래 사회를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미래 먹거리 확보에 만전을 기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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