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규제 시행으로 국감 소환 무의미 판단한 듯…경영환경 악화엔 '한숨'

서울 중구의 한 저축은행에서 고객이 대출상담을 받고 있다. / 사진=뉴스1
시중은행장들이 줄줄이 국정감사 증인 명단에 오른 가운데 국감 화살을 피하게 된 카드사와 저축은행들은 안도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우대수수료 적용 범위 확대 및 최고금리 인하 등으로 인해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어 마냥 기뻐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정무위원회 국감 일반 증인 신청자 중에는 저축은행과 카드사 관계자들이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해 정무위 국감에서는 최윤 아프로서비스 그룹 회장과 임진구 SBI저축은행 대표이사, 최상민 산와대부 대표이사 등이 불려 나왔으며, 이찬홍 신한카드 영업본부장도 증인에 포함됐다가 신청이 취소된 바 있다. 당시 국감에서는 고금리대출, 소멸시효 완성 채권, 아프로서비스그룹 저축은행 인수조건 위반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뤘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 국감에서는 국회의 칼끌이 저축은행과 카드사를 향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와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정치권의 핵심 요구 사항을 저축은행과 카드사들이 이미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로 제기할 이슈가 많지 않은 탓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국감에서 지적됐던 부실채권 소각과 대부업 단계적 정리는 현재 이행되고 있다. 국정감사 이후 SBI저축은행은 1조1000억원 규모 소멸시효 완성채권을 지난 8월 완전 소각했다. 아프로서비스그룹도 2019년까지 원캐싱과 미즈사랑 영업을 중단하고 2024년까지 러시앤캐시 영업을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카드사와 저축은행은 국감 화살을 피한 것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악화된 경영환경이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으로 지난 8월부터 우대 수수료율 적용 연매출 기준이 영세가맹점의 경우 2억원에서 3억원으로, 중소가맹점의 경우, 3억원에서 5억원으로 각각 확대됐다. 수수료 부담을 줄여 영세·중소 가맹점을 돕겠다는 취지다. 업계에서는 가맹점 46만여 곳이 영세·중소가맹점으로 새로 분류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해 카드사는 수수료 수익이 크게 줄게 됐다. 가맹점의 일반적인 수수료율은 2.5% 수준이다. 영세 가맹점과 중소가맹점은 각각 0.8%, 1.3%의 우대 수수료가 적용된다. 금융위는 연간 3500억원 내외의 카드 수수료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연간 3500억원에 달하는 수수료 수익이 사라지는 셈이다.

저축은행의 경영환경도 최근들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등장으로 중금리 시장에서의 경쟁이 불가피한 가운데, 정부가 내년 1월부터 법정 최고금리를 연 24%로 내리기로 하면서 수익성에도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고금리 대출 이용자의 부담 경감을 위해 대부업법 및 이자 제한법의 최고금리를 내년 1월중 연 27.9%에서 연 24%로 3.9%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최고금리 인하가 현실화하면서 예대마진이 줄어들 것이 확실해진 저축은행들은 수익성 하락에 비상이 걸렸다.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최고금리 인하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신용대출의 비중은 전체 대출액의 약 30%로 높은 편이다. 저축은행중앙회가 분석한 올 1분기 '저축은행 금융통계현황' 자료에 따르면, 저축은행 79곳이 취급한 전체 대출액 45조6247억원 중 신용대출액은 30% 정도인 13조5195조였다.

특히 저축은행이 취급하는 신용대출의 절반 이상은 내년도 최고금리인 24%를 초과하는 상황이다. 저축은행 중앙회에 공시된 지난 7월 개인신용대출 금리현황 및 금리대별 취급비중 자료에 따르면 자산규모 상위 10곳에서 취급한 신용대출중 금리 24%가 넘는 비중은 평균 60.6%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이미 굵직굵직한 규제들이 시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더 이상 나올 이슈도 사실상 없다. 국감 화살을 피한 것은 좋지만, 경영환경이 악화된 모습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고 밝혔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올해 영세 가맹점 범위를 확대한 상황에서 정부는 내년에도 추가 수수료 인하를 준비하고 있다”며 “경영환경 악화에 대한 정부의 지원책도 어느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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