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차원 보복 조치 오히려 부작용 초래…美 소비자 피해 등 적극 부각시켜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이하 ITC)가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에 세이프가드 조치가 필요하다는 판정을 내림에 따라 여러 가지 대응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정부도 미국의 통상 제재에 맞서 ‘강대강’ 으로 맞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런 식의 대응은 현실적으로 부작용만 클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리 정부와 삼성전자 및 LG전자 관계자들은 미국 ITC의 조치에 대해 대책을 논의했다. 이번 조치는 특히 한미 FTA 재협상을 앞두고 나온 사전 포석 성격이 짙어 정부와 두 기업의 협조가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는데 확실한 결론을 내진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선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차원으로 우리 정부도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 기업들에 대해 똑같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며 압박하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는 것인데 오히려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계 IT 컨설팅업체 고위관계자는 “국가 차원에서 맞붙는 식으로 가는 것은 법이 아닌 정치적 접근으로 자칫 국제 소송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며 “미국은 좋은 의미의 로비는 합법인 만큼 차라리 기업들이 직접 미국 정부를 찾아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 역시 “우리가 중국정도 되는 규모라면 몰라도 경제규모가 비교가 안 되는 상황에서 정면으로 맞붙는 식으로 가는 것은 저차원적인 대처”라고 꼬집었다.
결국 정부차원에서 압박하는 것보다는 이 같은 조치가 미국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효과적이란 지적이다. 삼성전자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생활가전 공장을 건립 중이다. 투자규모는 약 3억 8000만 달러, 고용규모는 약 950명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미국 ITC의 조치가 이 같은 미국 투자 행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는 국내 뿐 아니라 미국 가전시장에서도 탄탄한 입지를 갖고 있다. 수입 제한 조치가 미국 소비자들을 불편하게 할 수 있다는 논리가 그 어떤 으름장보다 미국 정부에게 압박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ITC조치가 발표된 후 “세탁기 수입 금지는 선택권 제한, 가격 상승, 혁신 제품 공급 제한 등으로 이어질 것이며 결국 미국 소비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장기적으론 현지화 및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을 늘려가는 것이 대처 방안이 될 수 있다. 박주근 대표는 “최근 LG전자와 같이 글로벌 기업과 네트워크를 통해 플랫폼에 제품을 서비스화 시키는 방식으로 시장을 공략해 나가는 것이 대처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LG전자는 V30에 구글 음성인식 인공지능 ‘구글 어시스턴트’ 한국어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