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구를 감독하나" 금융권에 불신 팽배…최흥식 원장, 쇄신 강도와 속도 높여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금융소비자 권익제고 자문위원회 1차 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 사진=뉴스1
금융권 전반에서 금융감독원 권위가 실추되고 있다. 잇단 채용비리와 금감원 임직원들의 차명주식거래 등 부적절한 행위들이 터져 나오면서 금융권에서 금융감독기관을 바라보는 시각이 냉소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에 금감원 조직 쇄신의 강도와 속도를 대폭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와 관련한 질의가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이 최근 인사비리 등 각종 비리가 터지면서 쇄신 작업에 들어갔지만 금융권이 보는 시각은 여전히 비판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 준법팀 한 관계자는 "금감원 직원은 말이 잘 안 통하기로 유명하다. 불필요한 검사에 금융사 의견을 말하기도 어려울 정도였다"며 "금감원의 각종 비리가 터져 나오면서 금감원의 금융사 감독 체제에 불신이 커진 이유도 지금까지 금감원에 대한 불만이 쌓이면서다. 비합리적인 관행을 이젠 뜯어고쳐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금감원이 금융권을 잘 모른 채 금융권에 대한 규제 감독을 수행하면서 오히려 시정되어야 할 관행들이 더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불필요한 검사가 빈번하게 이루어짐으로써 금융권 업무에 지장이 되고 과도한 자료를 요구하는 등 합리적이지 않은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최흥식 금감원장이 취임하면서 최일성으로 강조한 것도 금융권을 윽박지르지 말라는 것"이라며 "제 코가 석 자인 상황에서 금융 감독을 나오겠다고 하면 과연 금융권에서 실질적인 협조를 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금융사고 예방과 금융권 감독을 위해 존재해야하는 금감원에 금융권의 불신이 쌓여 있고 거기에 더해 각종 비리가 터지면서 금감원 권위와 신뢰 모두 무너진 상황이다. 최 신임 원장이 혁신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신뢰 회복에 나섰지만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 금감원의 비리가 줄줄이 드러나면서 외부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의 소비자 보호와 관련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한 국책은행에서 신탁 관련 불완전판매 피해를 본 금융소비자는 "금감원 직원, 해당 은행 직원과 함께 피해자가 삼자 대면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금감원 직원이 은행 직원의 말은 다 들어주면서 반대로 피해 고객에겐 따지듯 묻고 무시하는 태도가 역력했다"며 "금감원 직원이 은행 편에 서 있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금감원 출신 한 관계자는 "금융위원회보다 낮은 조직이라는 조직적 열등감이 금감원 내 존재해왔다"며 "결국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이 위로 갈수록 더 커지다 보니 문제가 터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선 정치·금융 고위 관계자 청탁에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금감원 자체의 신뢰 회복 외에도 권위 회복을 위해 금융권이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오는 12일부터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선 최근 감사원이 발표한 금감원 채용 비리 등과 관련해 질의가 나올 예정이다. 금감원은 고동원 성균관대 교수가 혁신위원장을 맡은 금융감독·검사·제재 프로세스 혁신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금감원 감독·검사·제재 혁신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국감에선 이와 별개로 금감원 임원진을 상대로 각종 비리와 쇄신안에 대해 집중 질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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