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등 번질 가능성 적고 세탁기 매출 비중 미미…한미FTA 앞둔 협상력 제고 분석 무게, 車산업 등 우려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 2017'에서 관람객들이 삼성 플렉스워시&플렉스드라이 제품을 체험해 보고 있다. / 사진=삼성전자


최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삼성전자와 LG전자 때문에 미국 세탁기 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판정함에 따라 국내 기업들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주목된다. 그런데 현재 상황을 보면 정작 두 기업보다 자동차 등 다른 산업군 기업들의 피해가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ICT는 지난 5일(현지시간)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에 수출하는 세탁기가 자국 산업에 피해를 끼친다고 판정했다. 미국 가전업체 월풀이 제기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청원)를 심사한 후 내린 결론이다.

이에 우리 정부와 삼성전자, LG전자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가운데 정부와 공동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일단 예정된 공청회에서 해당 결정이 미국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저해한다는 점을 집중 강조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해당 결정은 IT 분야 보다 국내 다른 산업군에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우선 다른 IT의 다른 품목으로 번질 가능성이 매우 낮다. 대표적 효자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이미 무관세 적용을 받고 있는 품목인데다 미국시장 의존도도 낮은 편이어서 별다른 위기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초격차 기술력을 가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반도체를 사용하지 않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반도체는 조립하는 곳에서 수입을 하는데 대부분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부품을 조립한다. 애플 등 미국 업체들 대부분도 마찬가지로 중국 등 생산기지에서 수입하고 있어 ​미국으로 직접 들어가는 실제 반도체 수입 비중은 극히 적을 수밖에 없다”며 “관세를 올려도 제재효과가 없을 뿐더러 반도체 가격만 비싸지니 미국도 손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세탁기 사업은 삼성전자나 LG전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에 문제된 미국 세탁기 사업이 삼성전자와 LG전자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도 안 된다”며 “세탁기 사업의 이이 마진율이 낮은 것을 감안하면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05%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오히려 업계에선 이번 결정으로 직접적으로 관세 철퇴 위험에 노출된 다른 산업군의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이번 결정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앞두고 미국이 협상력을 제고하는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미 FTA재협상으로 가장 피해가 가시화되는 현대자동차의 경우 관세장벽을 넘는 것이 하나의 큰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평균판매가격이 높아 관세 철퇴가 내려질 경우 적잖은 피해가 예상된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이미 트럼프 정부에서 이와 같은 조치들이 예상됐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현지 투자를 늘린다고 했음에도 나온 것이란 점이 눈에 띈다”며 “앞으로 미국 정부의 공세가 다른 산업군으로 더욱 거세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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