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소비자 선택권 제한 처사”…세이프가드 가시화, 1조원 규모 세탁기 수출 빨간불

지난 1월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박람회 'CES 2017' 삼성전자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삼성 플렉스 워시 세탁기와 플렉스 드라이 건조기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 사진=삼성전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5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수출한 세탁기로 자국 업계가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판정했다. 당장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1조원대 규모인 국내 양강 전자기업의 미국 세탁기 수출에도 빨간불이 켜진 형국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국제무역위 판정 결과에 “실망스럽다”는 입장과 함께 적극 대응에 나설 방침을 밝혔다.

국제무역위는 이날 미국의 대표적 가전업체 월풀이 삼성과 LG를 포함 미국 시장에 진출한 해외 세탁기 업체들을 대상으로 제기한 세이프가드 청원을 심사한 결과, “수입 세탁기의 판매량 급증 탓에 국내 산업생산과 경쟁력이 심각한 피해 혹은 심각한 피해 위협을 받고 있다”고 판정했다. 위원 4명 만장일치다.

국제무역위는 삼성과 LG가 미국에 수출하는 세탁기 중 ‘한국산’ 제품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향후 세이프가드 조치시 배제키로 했다. 하지만 양사 모두 대부분 제품을 해외서 제조해 수출하고 있어 이에 따른 효과는 사실상 없을 전망이다.

판정 과정에서 볼 수 있듯, 국제무역위의 심사는 세이프가드의 사전조치 단계다. 세이프가드는 특정 품목 수입이 갑자기 현저하게 늘어 자국 산업이 피해를 볼 경우 수입을 임의적으로 제한하는 조치다.

물론 국제무역위 판정으로 당장 세이프가드가 발동되는 건 아니다. 국제무역위는 오는 19일 공청회를 열고, 다음달 구제조치에 관한 판결을 실시한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련 조사결과가 보고되고 최종 발동여부는 보고 후부터 60일 내에 정해진다. 이에 따라 삼성‧LG 세탁기에 관한 수입제한 조치는 늦어도 내년 2월 전에 결론이 날 전망이다.

세이프가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를 내걸고 당선된 터라 비상한 관심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미국 현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가능성이 낮지 않다고 보는 분위기다.

트럼프 정부에서 미 국제무역위가 한국산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 요청 안건을 심의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달 22일 국제무역위는 한국·중국 등에서 수입된 태양광 패널이 자국 업계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했다고 판정한 바 있다. 경우에 따라 태양광과 세탁기 등 두 품목이 모두 세이프가드 발동으로 인한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뜻이다.

당장 삼성‧LG전자의 세탁기 수출 가도에도 빨간불이 켜진 형국이다. 두 업체가 지난해 미국 시장에 수출한 대형 가정용 세탁기 규모는 총 10억달러(약 1조1400억원) 규모다. 미국 시장 점유율은 월풀(38%), 삼성(16%), LG(13%) 순으로 짜여있다. 일단 월풀의 의도대로 흘러가면서 30%에 달하는 국내 업체 점유율의 향방이 안개 속에 쌓이게 됐다.

그간 업계와 정부는 의견서를 제출하고 공청회에 참석하는 등 월풀의 청원에 대응해왔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 등 관계부처는 지난달 7일 열린 국제무역위의 공청회에서 월풀의 청원이 세이프가드 발동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국제무역위 조사 결과는 실망스럽다”며 “세탁기의 수입 제한으로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되고 제품 가격이 인상, 혁신적 제품의 공급이 제한될 것”이라면서 “향후 구제조치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북미 가전공장 건설과 가동을 저해할 수 있음을 (국제무역위가)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LG전자도 “세이프가드가 실제 발효된다면 미국 유통과 소비자가 피해를 입게 될 것임을 적극 알리겠다”고 밝혔다. LG전자 역시 미국 테네시주에 공장 건립 계획을 밝혀놓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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