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특별회기서 미국 강한 개정 요구…미 여론 다수, 폐기에는 ‘부정적'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웨싱턴 DC 무역대표부에서 열린 제2차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Robert Lighthizer) 무역대표부 대표와 양국 관계자 등과 양국의 FTA 현안에 관해 의견을 논의하고 있다. /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우리나라와 미국이 지난 4일(현지시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 2012년 협정 발효 이후 처음으로 양국이 개정에 뜻을 같이한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폐기 압박에 한국이 미국에 한 발 내 준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4일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와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제 2차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를 미국 워싱턴 D.C. 에서 개최했다. 우리측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미국측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이날 회의 결과에 대해 산업부는 “양측 모두 한미 FTA의 상호호혜성 강화를 위해 개정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했다”며 “이번 특별회기에선 한미 FTA 관련 양국의 관심사항을 균형있게 논의했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이날 특별회기에서 FTA 효과분석 내용을 미국측과 공유했다. 한미 FTA는 양국교역 및 투자 확대, 시장점유율 증가 등 양국에 상호호혜적으로 작용하며, 지난 5년간 미국의 대(對)한 수입보다 한국의 대미 수입과 관세철폐 효과 사이 상관관계가 더 크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반면 미국측은 이날 회의에서 한미 FTA와 관련해 각종 이행 이슈들과 일부 협정문 개정 사항들을 제기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강한 개정 요구에 한국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치광이 전략’에 한 수 물러났다는 해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를 ‘끔찍한 거래'라며 한국에 협상 폐기를 압박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라이트하이저 대표에게 한국으로부터 양보를 받아내질 못할 경우 한미 FTA를 즉각 폐기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미국을 방문한 김현종 본부장도 2차 특별회기를 며칠 앞두고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FTA 폐기 위협은 실제적이고 임박하다. 단순히 엄포용이 아니다”라며 “미국이 폐기 위협을 지속적인 협상 지렛대로 쓸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한미 FTA 협상 폐기 압박에도 불구하고 미국 여론 다수는 한미 FTA 협상 폐기에 부정적이다. 북한 핵 도발, 아시아 역내 미국 입지 확보를 위해서는 한미 FTA가 큰 연결고리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요지다. 현 상황에서 미국이 한미 FTA를 버리기엔 잃을 카드가 더 많을 수 있다는 말이다.

웬디 커틀러 전 미국 FTA 수석 협상대표는 “(협상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으면 최근 한국과 미국의 교착상태는 새로운 교역 긴장상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지금은 협상 폐기 가능성이 커지기엔 (미국에게) 굉장히 안좋은 시기”라며 지난달 31일 미 의회 전문매체 ‘더힐’에 기고한 바 있다. 북한의 핵 도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한미 동맹 관계가 여느때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 직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한 가운데 미국이 한국까지 등지면 안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아시아 역내 주도권을 중국에게 완전히 뺏길 수 있다는 요지다.

가레스 레더 캐피털이코노믹스 선임 아시아이코노미스트는 한미 FTA 폐기는 아시아 역내 미국 입지를 불리하게 만들 수 있다며 분석했다. 그는 “(한미 FTA 폐기는) 아시아 내 핵심 국가 간 관계를 해칠 수 있다”며 “미국은 아시아 지역에서 적보다 동맹국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미국이 한미 FTA 협상을 폐기하면 문재인 정부는 중국이 주도하고 미국은 제외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기대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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