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이 아닌 보험업계는 첫 도입사례…보험계약·상품개발·회계까지 한눈에 파악

서초 삼성생명 사옥 / 사진 = 시사저널이코노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국내 금융권 최초로 외국에서 들여온 코어 인슈어런스패키지 솔루션을 이용해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고 연휴 중 개통할 예정이다. 해외 솔루션을 이용해 업무를 표준화하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삼성 보험 금융 계열사의 의사결정이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ERP는 생산, 물류, 재고, 영업, 회계까지 기업의 거의 전 영역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시스템이다. 제조업종의 경우 부품이 들어와 제품으로 생산해 숫자로 연계되는 과정을 한 눈에 보여주기 때문에 도입이 많았다. 

 

그러나 금융 등 서비스 업종은 눈에 보이는 부품과 제품이 왔다갔다 하지 않기 때문에 도입이 어렵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를 삼성금융 보험계열사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도전한 것이다. 보험 계약, 상품개발, 회계까지 전 과정이 ERP 패키지 안에 담긴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201312월부터 4년간 구축해온 ERP는 새로운 환경에 맞는 경영 플랫폼 구축 및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통해, 글로벌 선진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중장기적으로 회사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생명과 화재는 ERP 도입을 통해 업무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표준화, 내재화하고 각종 데이터를 연계·통합함으로써 외부적으로는 고객과 시장 중심으로, 내부적으로는 데이터·시스템 중심으로 일하는 방식이 상향평준화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 보험 계열사 ERP 프로젝트에 1조원가량 개발비가 투자됐다. 삼성화재 5000억원, 삼성생명 4000억원이 투입됐다.

 

이번 프로젝트는 금융권은 ERP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평가 속에 3년 이상이 걸린 장기 프로젝트로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프로젝트 중단 위기 등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이번 추석연휴에 본격 개통된다.

 

삼성그룹 ERP는 삼성전자 ERP 도입 사례를 금융 그룹사에도 확산시키겠다는 것이 출발점이었다. 지금은 해체된 그룹사 콘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던 미래전략실도 금융 ERP 도입을 독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 시스템 구축 비용으로는 업계 최대 규모다.

 

하지만 출발 직후 내부 뿐만 아니라 보험업계까지 보험사 ERP 도입에 회의적인 시각에 맞닥뜨리게 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보험사는 ERP를 도입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분명 실패할 텐데 직원들만 고생시키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금융 ERP 프로젝트를 우여곡절 끝에 완료하고 개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삼성생명과 화재는 이번 시스템 구축으로 상품 개발부터 영업 현황까지 한 눈에 볼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 보험 원가 분석이 쉬워져 회계 기준이 바뀌는 IFRS17에도 쉽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생명과 화재 ERP 도입에 따라 이들 회사는 이번 추석 연휴 보험과 금융 거래를 일시 중지한다. 중지 기간은 추석 연휴 전날인 29일 오후 8시부터 마지막날인 1010일 오전 8시까지다. 이 기간 보험료 납입, 해약 등 모든 보험 거래와 수익증권, 퇴직연금 등 금융거래가 중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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