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에 쓴소리 어려워 회장 선임 과정 등 왜곡…사외이사추천위 독립 등 시스템 개선 절실

금융지주에서 경영진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번 KB금융지주 윤종규 회장의 연임 과정에서 경영승계 구조의 투명성 문제가 드러나면서 나온 지적이다. 이에 사외이사의 독립성 확보, 내부감사 강화 등을 통해 금융지주사의 투명 경영을 확보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4일 KB금융 차기 회장 최종 후보군이 발표된 후 은행권에선 안도와 아쉬움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KB금융이 고질적으로 외풍에 시달려왔던만큼 이번에도 관료 등 낙하산이나 외부 출신이 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KB금융 확대지배구조위원회가 인선 마지막 관문이었던 숏리스트(Short List)를 발표하며 공개한 후보군 3명 중에 외부자는 보이지 않았다. 이후 후보 2명이 후보 심층면접을 포기하면서 윤 회장이 단독 후보로 사실상 연임을 확정했다. 이처럼 KB금융은 처음부터 낙하산 논란을 배제하며 외풍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경영 승계 과정에서 최고 경영자가 사외이사를 뽑고 그 사외이사가 차기 회장을 선출하는 등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약화된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최고경영자 입김에 이사진이 좌우될 수 밖에 없다는 점 때문이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여의도 영업부에 마련된 집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낙하산을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인선이 의미가 있었지만 미완의 시스템이 작동했다는 점에선 아쉬움이 남는다"며 "최고경영진의 강한 권한으로 지배구조 투명성과 사외이사 독립성 문제가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 교수는 "국내 금융지주 지배구조로는 재벌 총수에 준하는 금융지주 회장의 지배가 유지돼 이사회 경직성이 발생할 수 있다"며 "회장이 뽑은 사외이사와 3년 이상 관계를 가지면서 사외이사가 싫은 소리를 못할 수 있다. 특히 현 시스템에선 사외이사가 회장에게 포섭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KB금융이 국민은행장을 분리 선출하기로 하면서 이같은 우려는 계속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은 추석 연휴가 끝난 뒤인 10월 중순부터 상시지배구조위원회 일정을 잡는다. 윤종규 회장 선임을 위한 확대위 활동이 이달 29일 마무리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 상시지배구조위원회가 후보를 추천하면 그때부턴 은행장 선출은 지주에서 은행 이사회로 넘어간다.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 사외이사 4명이 은행장을 선출한다.

문제는 상시지배구조위원회가 윤종규 회장과 이홍 기타비상무이사(국민은행 부행장)을 포함하고 있어 경영진이 원하는 사람을 최종후보로 일사천리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회장과 함께 이사진에 들어간 이홍 기타비상무이사는 은행에서 은행장 0순위로 꼽힐 만큼 영향력이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이 후보를 검토한다지만 완전한 독립성을 가지고 후보를 선택하기란 힘들다"며 "경영진 의견에 쉽게 반대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문제는 KB금융만 아니라 국내 금융지주에서 모두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신한금융지주도 이사회운영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지배구조및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 모두 조용병 회장이 위원장 또는 사내이사위원으로 들어가 있다. 이사회운영위에서 조 회장은 위원장으로 사외이사 평가방법 등을 심의한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에선 주주총회가 선임할 사외이사 후보 추천 등 역할을 한다. 지배구조및회장후보추천위에선 가장 중요한 대표이사 회장 후보 추천에 관한 사항을 관리·담당한다.

하나금융지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나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 모두 김정태 회장이 참여한다. 하나금융은 올해 2월 13일과 17일 두차례 개최된 위원회에서 하나은행장 후보 심의에서 사외이사의 '전원 출석, 전원 찬성' 결과가 나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외이사를 거수기로만 볼 순 없지만 독립적, 전문성만으로 이사회에 참여한다고도 보기도 어렵다"며 "주인 없는 회사일수록 회장 권한에 문제가 생긴다. 풀기 어려운 문제이나 근로자 이사제 도입, 사외이사후보추천위를 독립화하는 방법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지배구조 상 회장이 모든 걸 결정하지 못한다. 사외이사가 반대하면 그 의견을 수렴해 수정해야 안건이 통과된다"며 "따라서 회전문 인사 비판은 맞지 않다. 은행장 선출 시에도 후보는 위원회 결의에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공정하게 뽑기위해 만든 절차"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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