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원가부담을 브랜드 가치 제고로 메우는 셈법…조합원 부담 키우는 부작용도 커

현대건설 관계자들이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사업 공동사업시행 건설업자 선정을 위한 임시총회를 마친 뒤 두 손 들고 기뻐하고 있다. 이날 총회에서 열린 투표로 현대건설(1295표)이 GS건설(886표)를 누르고 총 사업비 10조원 규모 사상 최대 재건축 시공사로 최종 선정됐다. / 사진= 뉴스1
강남권 재건축 수주경쟁이 과열을 넘어 출혈경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개별 건설사 입장에서 일시적 비용증가일 뿐 장기적으로는 이득일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고가 내장재 제공, 과도한 금융비용 지원 등으로 인해 공사원가가 증가할 순 있지만 아파트 브랜드 가치 및 수주경쟁력 제고의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단 의견이다. 과당 수주경쟁은 과연 남는 장사일까, 밑지는 장사일까.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강남권 재건축 단지 수주를 두고 건설사들이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GS건설과 롯데건설이 맞붙는 서초구 한신4지구‧잠실 미성‧크로바의 경우 시공 희망업체가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대납, 이주비 지원 등의 금융비용 제공을 내세우고 있다. 현대건설이 반포주공1단지 수주전 당시 이사비 7000만원 지원을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롯데건설이 한신4지구 재건축 설계안에 제시한 인피니티풀(최상층 수영장), 스카이브릿지(공중 다리) 등 최상급 호텔에서 볼 수 있는 시설물도 최근 재건축 수주전에서 단골메뉴다. 종전 재건축 단지 수주전에서 볼 수 없는 파격적 조건이다. 

이같은 건설사의 수주경쟁에 “과연 이렇게 비용을 쓰면서 재건축 단지를 시공한다고 이익이 남긴 할까”란 의문이 들 수 있다. 실제 상기 조건과 더불어 건설사들이 내세우는 고급 내장재 설치, 특화설계비 증액 등을 감안하면 수주에 성공해도 시공업체에 이익이 많이 남지 않을 판이다. 공사원가율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강화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등으로 인해 이주비, 이사비 지원을 통해 공사원가율 증가폭은 더 가파르다. 이를 감안해 반포주공1단지 수주금액 2조6000억원을 분석하면 현대건설이 얻는 공사마진율은 타 재건축 단지와 비교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재건축 수주전은 LTV 규제강화로 이주비를 지원하는 형태, 이사비 등 조합편익의 극대화 방향으로 수주전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방향은 장래 건설사의 원가를 높여 공사마진율 감소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

하지만 공사이익률은 높지 않다고 하더라도 건설사의 자체 주택브랜드 가치 제고에는 유명 재건축 단지 수주시 기여도가 높다. 현대건설의 경우 고급 주택 브래드인 THE H(디에이치)를 지난 2015년 개발했지만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 GS건설에 비해 뒤쳐진단 평가를 받았다. 과거 공공공사에 사업비중이 높았던 결과다. 하지만 이번 반포주공1단지 수주로 이 열세를 뒤집을 기회를 잡은 셈이다. 

경기권 재건축 단지 조합원은 “재건축 조합원들은 단지에 고급 이미지가 덧붙여지는 걸 원한다. 이에 중견‧중소건설사들이 공사비 등에서 아무리 좋은 조건을 제시해도 대형건설사에 마음이 끌릴 수 밖에 없다”며 “결국 그간 여러 아파트 단지에 고급 이미지를 부여한 대형건설사가 우리 단지에도 이를 실현시켜주길 원하는 셈이다. 유명 재건축 단지를 수주한 경험이 있는 건설사는 그 경험 자체만으로 브랜드 가치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수주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점도 건설사들이 수주전에 물량공세를 퍼붓는 이유다. 올해 남은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는 미성‧크로바, 한신4지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등이다. 내년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부활하면 시장에 나오는 재건축 단지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 건설사들은 3개 단지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즉, 미래 수주물량 감소에 대비해 미리 곳간을 채워두려는 셈법이 작용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10월쯤 내년 사업계획서를 작성한다. 내년 재건축 수주물량 감소를 전제해 목표치를 설정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될 수 있는 한 많이 재건축 수주잔고를 확보해야 하는 이유다”고 말했다.

다만 과도한 수주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잖이 제기된다. 최근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건설사들의 재건축 사업 수주경쟁과 관련해 자정노력을 촉구했다. 수주경쟁이 과열되면서 금품‧향응 제공 등으로 현행법 위반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과도한 수주경쟁에 따른 공사비 증대가 조합원들의 부담금 증대를 부를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금융비용 및 최고급 시설 제공 등으로 건설사들이 재건축 조합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한다. 문제는 공사비가 급격히 증가할 가능성도 높아졌다”며 “공짜점심은 없다. 건설사들의 비용증가가 앞으로 조합원들의 부담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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