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철새보호 대책 미흡 이유로 건설제동…공사일정 지연 불가피할 전망

전남 신안군 흑산도에 들어설 흑산공항 부지 모습 / 사진= 신안군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도에 건설되는 흑산공항이 첫삽을 뜨기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환경부측이 철새 보호 대책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공항건설 절차에 제동을 걸었다. 이에 공항건설 재개 측은 ‘경제성이 충분하다’는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흑산공항 건설에 필수적인 공원계획과 관련해 환경부 소속 국립위원회가 ‘철새 보호대책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보류판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흑산도 일대는 다도해 국립공원 계획법을 적용는다. 공항건설을 위해 공원계획을 국립공원위원회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흑산공항은 계획대로라면 오는 2020년까지 신안군 흑산면 예리 일원에 1200m 활주로와 부대시설 등이 갖춰진다. 경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드는 이 사업은 방문객 편의 제공과 함께 섬 주민들의 응급 구호 지원, 해양영토 관리 차원에서 지난 2009년부터 추진됐다. 토지보상비와 공사비 등 국비 1833억원이 들어가는 대형 공사다. 

이번 환경부의 결정으로 흑산공항 건설일정은 재차 발목이 잡혔다. 지난해 말부터 흑산공항은 턴키 방식(설계‧시공 일괄입찰)으로 시공사 입찰을 진행했다. 다만 단독입찰 등으로 3차례나 유찰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기획재정부의 예규에 따라 조달청과 금호산업 컨소시엄이 올초부터 수의계약을 진행했다. 

흑산공항 건설 보류는 정치권에서 쟁점으로 떠올랐다. 박준영 국민의당 국회의원은 27일 “자연공원법 시행령 개정으로 공원 내 소형공항 건설이 법적으로 가능해졌음에도 철새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환경부에서 사업을 계속 보류시키는 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로 밖에 볼 수 없다”며 흑산공항의 경제성을 근거로 들었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흑산공항 사업의 경제성을 가늠하는 비용 대비 편익(B/C) 지수가 4.38이 나왔다. 일반적으로 B/C 지수가 1 이상 나오면 경제성이 담보되는 사업이다. 이어 화중홍 국민의당 국회의원은 청와대에서 흑산공항 건설 관련 예산안을 삭감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흑산공항은 경제성에도 불구하고 공사비가 낮게 책정됐다는 우려로 건설사가 입찰참여를 꺼렸다”며 “그나마 수의계약으로 저가입찰의 우려가 사라져 착공이 눈 앞에 다가온 상황이었다. 다만 환경부 결정으로 공사 및 준공 일정 지연이 불가피해졌다”고 설명했다.

금호산업 컨소시엄의 공사일정에도 일정부분 영향이 갈 것으로 건설업계는 전망한다. 턴키 공정을 비롯한 기술형 입찰 수의계약은 입찰 희망자의 참여의사 확인 후 기본설계 제출과 평가, 예비계약, 실시설계 제출과 평가, 가격협상, 본계약 체결 등의 절차를 진행한다. 흑산공항의 경우 금호산업 컨소시엄이 실시설계 단계에 돌입한 상태다. 국토교통부 측의 공원계획 수정안에 환경부가 재차 보류판정을 내리면 연내 착공은 물론 2020년으로 계획된 완공일정이 지연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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