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고속성장세 주춤…빅뱅 입대 등 대비해야, 스타PD 역할 주목

빅뱅이 지난해 6월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 CGV에서 열린 영화 ‘빅뱅 메이드’ VIP 시사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승리, 탑, 태양, 지드래곤, 대성. / 사진=뉴스1

YG엔터테인먼트에 빅뱅은 단순한 소속 그룹이 아니다. 2006년 데뷔한 빅뱅은 지난 11년 간 막대한 브랜드 파워와 상품성을 과시했다. 상징성에서나 수익성에서나 YG의 명실상부한 대들보였다는 뜻이다.

그런 빅뱅도 순차적으로 군대에 가야한다. 먼저 입대한 멤버 탑은 대마초 흡연 탓에 강제전역 조치됐다. 어쨌든 사회복무요원으로 남은 군복무를 마무리해야 한다. 다른 4명의 멤버도 이르면 올해 말부터 입대한다. 당장 YG 입장에서도 실적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하필 최근 성적표는 지난해보다 나쁘다. 업계 안팎에서는 YG가 담금질하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이 새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28일 관련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YG의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722억원과 4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모두 줄어들었다. 영업이익은 36.1%나 급감했다. 당초 시장에서 전망하던 50억원대 초반에 크게 못 미쳤다. 이 탓에 실적 고속성장세가 다소 주춤한 모양새가 연출됐다.

2016년은 화려한 시간이었다. YG는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매출 3000억원 시대를 열었다. 업계에서는 SM엔터테인먼트에 이어 2번째다. 2015년과 비교해 2016년에는 영업이익이 46%나 늘었다. 매출규모는 SM이 더 컸지만 영업이익은 되레 YG가 많았다. 업계 양강 구도가 형성됐다는 이야기다.

하반기에는 평년 실적을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 수익성 높기로 소문난 콘서트가 하반기에 몰린 덕이다. YG가 싸이를 영입한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반기 한복판에도 빅뱅이 있다. 지드래곤의 일본 돔투어와 태양의 아레나 투어 등이 연이어 열린다. 또 아이콘 돔투어도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YG가 올해 콘서트부문에서 10% 넘는 영업이익률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이 덕분에 올해 연간 실적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상승할 공산이 크다. 매출 3000억원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1년 만에 1300억원 가까이 매출이 늘었던 지난해의 영광을 재현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더 큰 변수는 내년 이후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빅뱅이 순차적으로 군대에 입대하는 탓이다. 1987년생이라 먼저 군에 입대한 탑은 대마초 흡연 탓에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의경신분을 박탈당했다. 그래도 남은 복무기간은 채워야 한다. 지드래곤과 태양은 빠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에는 입대할 예정이다. 특히 지드래곤의 경우 월드투어 등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안겨주는 뮤지션이다. YG의 실적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김현석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오는 2018년 이후 빅뱅의 군입대에 따른 실적 공백 우려감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주가도 반응하고 있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빅뱅 군입대 시기가 다가오면서 하반기 자연스러운 (주가) 가치 하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빅뱅과 관련한 이슈는 이렇듯 YG의 주가에도 직접적 영향을 끼친다. 그만큼 빅뱅의 존재감이 절대적이다. 충격파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조커(joker)를 준비해야 한다. 3강 구도에서 밀려난 듯 보였던 JYP엔터테인먼트는 걸그룹 트와이스(TWICE) 덕에 지난해 영업이익이 직전해보다 228.9%나 급등했다. 그렇다면 YG의 롤모델은 JYP일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YG의 경우 아티스트 시장에서는 아이콘과 위너를 쌍두마차 삼아 빅뱅의 공백을 메우는 방식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진짜 조커는 예능이다. 이미 YG는 CJ E&M과 MBC 출신 스타PD들을 여럿 영입했다. 그 선두주자가 ‘프로듀스101’, ‘쇼미더머니’로 유명한 Mnet 국장출신 한동철 PD다.

그가 YG 소속으로 처음 내놓는 프로그램이 JTBC ‘믹스나인’이다. 첫 방송은 10월 29일이다. 전쟁과도 같은 일요일 오후 예능 시간대다. 역시 Mnet 출신인 박준수 PD는 ‘YG 전략자료실’(약칭 YG전자)이라는 리얼리티 시트콤을 내놓는다. YG전자의 경우 장르 특성상 YG 소속 아이돌 그룹이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두 작품 모두 기존 YG가 가진 장점을 극대화했다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향후 YG의 예능행보를 가늠해볼 수 있는 셈이다.

장민지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분석팀 박사는 “연예매니지먼트 업체의 이점은 아이돌 캐릭터를 다양한 콘텐츠에 이식할 수 있다는 점인데, 이게 성공하면 아이돌그룹과도 상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면서 “그런 점에서 YG의 전략은 영리하다. 단순히 사업부문에 콘텐츠 제작만 추가하는 수준이 아니다.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를 확장하려는 시도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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