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자이’ 위기론속에 롯데건설과 맞서…프리미엄 브랜드 도입여부도 관심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GS건설이 지난 3년간 수주에 공들여 온 반포1단지 사업장 수주전에서 쓴 맛을 본뒤 남은 강남권 재건축 사업장에서 반격에 성공할지 주목되고 있다. 추석연휴 직후 시공사 선정이 예정돼 있는 만큼 지체할 겨를 없이 전투태세에 돌입해야할 상황이다. 이번 경쟁사는 반포에서 맞붙었던 현대건설이 아닌 올 상반기 강남권 재건축 사업장을 싹쓸이 한 롯데건설이다. 게다가 롯데건설의 텃밭인 잠실과 잠원권에서 승부를 겨루게 되는 만큼 GS건설은 조합에 어필할 수 있는 어떤 당근책을 제시할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추석연휴가 끝난 직후인 오는 11일과 15일 각각 서울 송파구 미성·크로바 통합재건축과 서초구 잠원4지구가 시공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있다. GS건설은 두 사업장 모두 입찰 참여한 상태로, 두 곳 모두에서 롯데건설과 겨루게 된다.

아무리 주택 브랜드파워 1위인 GS건설 ‘자이’라지만 이번에는 다른때보다 더 공약과 전술에 신경쓰고 있다. 지난달 말 반포주공1단지에서 쓴맛을 봐서 브랜드 이미지 타격을 만회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성·크로바 사업지는 롯데호텔, 롯데백화점, 롯데월드타워 등이 있는 롯데의 텃밭인 잠실이다. 롯데건설은 그룹사의 모든 편의시설과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새 아파트 재건축 단지와 지하철 ‘무빙워크’ 설치 공약을 조합에 내 건 상태다. 또한 백화점 VIP 카드 발급 등도 약속했다.

또다른 사업장인 서초구 잠원동 한신4지구는 롯데건설의 본사 바로 옆에 위치한다. 게다가 롯데건설은 국내 최고 초고층 빌딩인 롯데월드타워 시공능력을 무기삼아 올 상반기 강남권 주택수주를 싹쓸이하며 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아무리 정비사업계 1위 GS건설이라지만 롯데건설의 기세는 위협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롯데건설은 게다가 두 사업장에 자사 프리미엄 브랜드인 시그니엘(가칭)을 적용할 것임을 밝힌 상태다. 지난 10년간 전국 팔도에 ‘자이’를 공급한 GS건설에 비해 희소성과 프리미엄 이미지 전략 구축 차원에서는 다소 뒤쳐진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GS건설도 늦게나마 프리미엄 브랜드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동안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롯데건설 등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속속 자사 주택브랜드를 프리미엄과 일반으로 이원화하는 속에서도 GS건설만큼은 ‘자이’ 단일브랜드를 고집해왔다. 강남에서는 ‘반포자이’가, 강북에서는 ‘경희궁자이’가 서울 주택시장의 시세를 이끌 정도로 자사가 준공한 아파트들이 랜드마크로 작용하며 브랜드 파워가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준공된 강남의 주요 아파트가 재건축 시공사를 선정하는 현 시점에선 되레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강남 조합은 다른 단지와 차별화할 수 있는 특별함을 원하는데, 다른 건설사들은 강남권만을 타깃으로 한 브랜드를 내놓은 것과 달리 GS건설은 새 프리미엄 브랜드를 내놓지않고 있기 때문이다. GS건설은 고급 브랜드를 론칭해 브랜드를 이원화한다면 기존 브랜드는 상대적으로 급이 낮은 아파트로 인식될 우려가 있으니, 자이에 사는 모든 고객들이 자이가 제공하는 고품격 가치를 누리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브랜드 도입이 불필요한 특화시설과 지나친 고급화로 결국 주택가격 상승을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강남권 니즈를 충족시키는 측면에선 건설사의 수주 성공전략으로 작용하는 추세”라며 “벌써부터 강남 브랜드 패권이 자이에서 디에이치로 넘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점도 이같은 이유에서다”라고 말했다.

 

한편 GS건설은 새 프리미엄 브랜드는 아직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자이는 가장 앞서가는 주거문화라는 슬로건 하에 도입된 브랜드다. 새 브랜드 도입으로 기존 브랜드가 급 낮은 아파트로 도입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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