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사장 취임후 파격적인 마케팅 전략 선보여…시장점유율 하락은 고민거리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카드업계에서 유일한 오너 경영인이다. 서울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한 정태영 사장은 1985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차녀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과 결혼한 뒤 1987년 현대종합상사 기획실에 입사했다.

이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전무와 기획재정본부 본부장을 지냈고, 기아차에선 구매본부 본부장을 역임했다. 2003년 1월 현대카드 부사장 자리에 올랐으며, 같은해 10월 현대카드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다. 2015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그는 올해 15년 차 최고경영자(CEO)로서 국내 500대 기업 내의 여신금융사 중 최장 재임 CEO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으로 현대카드 위상 높여

정 부회장은 2003년 취임 당시 업계 최하위에 머물러 있던 현대카드를 기사회생(起死回生)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2003년 현대카드의 시장점유율은 2%에 채 미치지 못한 상황이었으며, 당기손손실은 6273억원에 육박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 부회장은 카드 디자인에만 1억원을 투자한 ‘현대카드M’을 시작으로 줄줄이 히트상품을 만들어 현대카드의 점유율을 업계 2위로 끌어올렸다. 동시에 카드 디자인에 크게 투자하지 않았던 업계에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현대카드는 이른바 ‘알파벳 마케팅’을 처음 선보이기도 했다. 2003년 현대카드 M을 시작으로 C, T, K, A 등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시장을 세분화하고, 이를 상징하는 알파벳을 브랜드 전면에 내세웠다.

이 같은 알파벳 마케팅은 소비자가 각 카드의 혜택을 쉽게 인지할 수 있게 해줬을 뿐만 아니라, 카드 종류별 상품의 특성을 명확히 전달 하는데에도 기여했다. 예를 들어 현대카드 C는 ‘체크(Check)’ 카드의 C를 의미하고, 현대카드 M은 다양한 곳(Mutiple)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최근에는 세로형 카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카드에 IC칩이 탑재된 후부터 마그네틱을 이용해 가로로 긁는 방식 대신 카드를 세로 방향으로 삽입해 결제하는 방식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단지 방향만 바꾼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카드 앞면에 있는 카드번호나 글로벌 제휴 브랜드 로고 등의 카드 정보를 플레이트 뒷면에 배치하고, 앞면은 해당 카드의 핵심 캐릭터를 표현하는 공간으로 재구성했다.

현대카드는 정 부회장 취임 이후, 기발하고 독특한 광고, 새로운 카드 디자인과 마케팅, 브랜딩 등으로 화제를 낳았다. 금융회사라고는 보기 힘든 신선하고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특히 슈퍼콘서트 등 문화 마케팅 분야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2005년 마리아 샤라포바와 비너스 윌리엄스의 테니스 경기를 시작으로 레이디 가가, 스티비 원더, 폴 매카트니 등을 초청한 슈퍼콘서트는 소비자에게 현대카드라는 이름을 각인시키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이 같은 혁신 경영은 실적과도 연결됐다. 취임 당시 순손실을 기록하던 현대카드는 지난해 19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정 부회장은 최근 현대카드의 디지털화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지난 2015년 ‘디지털 현대카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디지털플랫폼 고도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당시 현대카드는 국내 금융사 중 최초로 미국 실리콘밸리에 디지털캠프 문을 열었다. 이 캠프는 전 세계 최신기술을 탐색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지난 4월에는 중국 베이징에 제2디지털캠프를 차렸다.

정 부회장은 올해 초 KB금융지주 경영진 워크숍에서 “디지털 전환이 회사의 운명을 가를 핵심요소”라며 “알고리즘과 머신러닝, 블록체인 등 디지털 분야 전문가를 500명까지 늘리고 이익의 20%를 디지털 개발에 투자할 것”이라고 했다.

◇현대카드, 시장점유율 하락은 고민거리…최근 슈퍼콘서트에선 관람객 항의 받기도

현대카드의 경우, 정 부회장 취임이후 많은 혁신을 이뤄냈다. 그러나 정 부회장에게도 고민은 있다. 바로 현대카드의 시장점유율이 최근 5년간 점차 낮아지고 있는 추세라는 점이다.

신용판매결제액 기준으로 현대카드의 시장점유율을 살펴보면 2012년 13.7%, 2013년 12.8%, 2014년 12.3%, 2015년 12.1%, 2016년 12.1% 등이다. 같은 기간에 삼성카드와 KB국민카드 등 2위권 카드사들은 점유율을 오히려 늘리거나 유지해 현대카드와의 점유율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2013년부터 외형성장을 지양하고 수익성 위주의 전략을 채택한데 따른 결과다.

문제는 아직까지 이렇다할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정 부회장이 주창한 디지털경영의 성과가 나오기까진 좀 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최근에는 현대카드 문화마케팅의 상징인 슈퍼콘서트에서 구설수가 발생하기도 했다. 현대카드는 최근 슈퍼콘서트의 일환으로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5 아리아나 그란데’ 공연을 진행했다.

아리아나 그란데는 지난 8월 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첫 내한 공연을 가졌다. 하지만 공연 몇 시간 전에서야 일본에서 한국으로 입국해 리허설도 치르지 않고, SNS에는 화장실에서 노래 연습을 하는 영상 등을 올려 ‘무성의 논란’을 일으켰다.

공연 내용 역시 일부 음향의 불균형이 지적 받았으며, 관객들과의 소통도 적어 논란을 부추겼다. 더불어 고가의 VIP 패키지 티켓이 당초 약속됐던 것과 다른 내용으로 진행돼 일부 관객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카드측은 “향후 이 같은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모든 과정을 다시 점검하겠다”며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정태영 부회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현대카드의 행보에 대해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보내고 있다. 카드업계에 그동안 수많은 혁신을 가져왔기에 앞으로의 행보다가 기대된다는 입장이다. 다만 혁신이 곧 수익과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도 고민해봐야한다고 말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대카드가 파격적인 행보를 보일 수 있는 것은 결국 정태영 부회장이 오너경영인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그동안은 여러가지 파격이 회사 성장에 큰 기여를 했지만, 이제는 파격보다는 안정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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