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등과 달리 금융당국 관리 사각지대…대상선정은 유럽연합 방식 '유력'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금융그룹 통합감독 방안 공청회'에 참석, 축사를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삼성, 한화, 롯데, 현대 등 국내 기업집단 금융그룹에 대한 통합감독이 내년부터 시행된다. 현재는 금융그룹에 대한 금융당국의 관리 컨트롤 타워 기능이 없다. 그룹 차원의 자본건전성 관리, 위험전이 내부거래 차단 장치도 미흡하다. 이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융그룹 감독개선 최종안을 마련, 내년까지 모범규준안과 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7일 서울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금융그룹 통합감독 방안 공청회'에서 "그룹 차원의 엄격한 통합감독이 적용되는 금융지주 규제와 삼성 등 여타 금융그룹 간 규제 차이는 현저히 크다"며 "금융그룹 간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이 어렵고 전략적 규제 회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그룹이란 동일인의 지배를 받는 2개 이상의 금융회사들로 구성된 기업집단이다. 국내엔 신한·KB·하나·농협 등 9개 금융지주그룹과 산업은행, IBK기업은행, 우리은행 등 23개 금융모회사그룹, 삼성, 한화, 현대자동차 등 11개 금산결합 금융그룹이 존재한다.

금융감독당국이 모니터링하는 43개 국내 금융그룹이 차지하는 총자산은 금융회사 전체 중 83%, 총 당기순이익의 68%를 차지할 정도로 그 규모가 크다.

우리나라는 금융지주회사, 은행과 달리 삼성 등 대기업집단 금융회사에 대한 통합감독 규제가 없는 상황이다. 특히 기업집단 금융그룹 전반에 대한 이해와 사전예방적 분석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주로 은행 부문에 초점을 둔 개별감독 방식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14년 우리나라 금융부문평가(FSAP) 중 리스크 관리 절차와 관련해 국내 금융그룹에 대한 통합 리스크 평가가 미흡하고 위기상황 분석과 리스크 관리를 연계시키는 규제가 미비하다고 평가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그룹 내 금융회사 고객 자금으로 계열사를 지원할 유인이 크지만 개별 금융법은 그룹차원의 위험관리를 규율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특히 금산결합 기업집단은 금융계열사에 대한 자체 관리체계가 미흡하다. 부당 내부거래와 이해상충 행위 적발도 곤란하다"고 말했다.

2013년 일어난 동양증권 사태 때도 그룹차원 내에서 비금융계열사의 투자부적격 기업어음(CP)을 특정금전신탁에 편입해 투자자를 모집하는 등 비금융계열사를 지원했지만 통합관리 체계가 구축되지 않아 고객 피해를 방지하지 못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결국 비금융계열사 부실이 전체로 전이됐고 불완전판매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감독대상 선정 방안이다. 현재는 3개 안이 제시된다. △총자산 20조원 이상·은행 보험 증권 금투업 중 최소 2개 권역의 금융회사 자산합계가 권역별 5조원 이상인 복합금융그룹 △모든 복합금융그룹 △모든 복합 및 동종금융그룹(1개 금융업종 영위) 등 3가지 안이다. 1안은 유럽연합(EU) 선정 기준이다. 우리나라 상황에 가장 적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삼성, 한화, 현대차, 동부, 롯데, 교보생명, 미래에셋 등 7곳이 감독대상에 들어간다. 다만 어느 안이 도입되든 국내 주요 대기업 금융그룹은 정부의 통합감독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 선임연구위원은 통합감독 법제화 전에 조속한 금융그룹 통합감독 시행을 위해 우선 모범규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통합감독 모범규준을 제시하고 감독대상을 선정, 해당 금융그룹 실정에 맞는 자율적 감독체계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이후 실효성 있는 감독을 위해 법제화를 병행 추진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공청회에서 "금융그룹 소속 금융회사가 고객재산을 계열사 부당 지원에 활용하거나 계열사 간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해 고객에게 손실을 끼치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금융그룹 통합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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