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스타트업포럼’ 1주년 기념행사…김봉진 “네거티브 규제, 하루빨리 시행돼야”

 

26일 마포구 공덕동 서울창업허브에서 오후 2시부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1주년 행사에서 스타트업 대표들이 '스타트업 신경제 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차여경 기자

스타트업(Start up)은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다. 의식주뿐만 아니라 법률 자문, 카풀 등 크고 작은 다양한 부분에 스타트업이 존재한다. 동시에 스타트업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시장경제를 이끌어갈 주역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 그를 뒷받침할만한 환경은 준비되지 않았다. ‘혁신’을 말하고 싶지만, ‘혁신’을 논하기엔 싸워야 할 게 많은 셈이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KSF)은 2016년 9월, 30여개 스타트업들이 지속성장과 생태계 발전을 위해 스스로 모인 단체다. 배달의민족을 개발한 우아한형제들, 야놀자, 한국NFC, 비네이티브, 이음, 풀러스, 테크앤로 등이 속해있다.

지난 1년동안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쉴새없이 달려왔다. 정기 포럼을 열었고, 규제 문제와 환경 개선을 위하 법률지원단도 운영했다. 이제는 115개 스타트업이 KSF와 함께하고 있다. 정기포럼에서 다룬 주제만 15개, 총 참여자는 2204명이었다.

26일 오후 마포구 공덕동 서울창업허브에서 열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1주년 행사를 직접 찾았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에 속해있는 스타트업 외에도 ‘스타트업 정책자문단’에 위촉된 국회의원 14명 중 김세연 바른정당 의원, 김수민 국민의당 의원이 참석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1년이라는 시간을 자축했다. 스타트업들의 축제라고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자리였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을 맡고 있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키노트 발표를 하고 있다. / 사진=차여경 기자

◇ 김봉진 대표 “국내 스타트업, 기울어진 운동장서 싸우고 있다”

이날 행사 키노트 연사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였다. 김 대표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 의장을 맡고 있다. 김 대표는 한국 경제발전 속에서 모든걸 포기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을 결성했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금수저가 아니어도 창업으로 이만큼 달려올 수 있다는 것을 젊은 층에게 보여주고 싶단다.

이어 김 대표는 중국, 일본, 독일 등 세계 스타트업 업계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10년 전과 달리 중국은 우리나라와 대등한 단계까지 성장했다. 배달의 민족도 중국에서 많이 배워오고 있다”며 “독일은 인더스트리 4.0을, 일본은 로봇 산업을 중심으로 국가에 맞게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머지않아 국내 스타트업들이 혁신에 뒤쳐질 수도 있다고 김 대표는 우려했다. 국내 스타트업이 가진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역차별로 인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 중인 탓이다. 그림자 규제도 마찬가지다.

김 대표는 “(나를 포함해) 대부분 스타트업 대표들은 국내 규제와 역차별과 싸우는데 리소스 절반 이상을 쓰고 있다. 그 사이 글로벌 스타트업들이 한국에서 혁신을 이루고 있다. 국내 인터넷 시장도 디지털 경제 식민지라고 불릴 정도로 글로벌 서비스가 잠식하는 추세”라며 “이번 정부의 공약인 네거티브 규제가 하루빨리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우리의 목표는 스타트업의 규제가 아닌 창업가들이 모여 혁신을 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창업가들이 모여 규제의 어려움과 한계를 논하는 것이 아닌, 발전과 혁신을 이야기하고 싶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스타트업들이 ‘대기업처럼 변하지 않을까’라는 부정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이날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스타트업 신경제 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문에는 편법승계와 가족경영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과 함께 근로자 근무환경 개선, 납세의 의무, 국가 경제발전을 약속했다.

  

 

이날 신생 스타트업 대표들이 자사 서비스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있다. 왼쪽부터 사회를 맡은 김문수 비네이티브 대표, 조경민 스크루바 CMO, 이재성 코멘토 대표, 김동윤 스페이스레븐 대표, 박효연 헬프미 대표, 정다움 라이클 대표. / 사진=차여경 기자

◇ 라이클‧구닥‧헬프미‧코멘토… 성공을 바라보며 달리는 스타트업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에서는 이미 성공한 사람도 만날 수 있지만, 성공을 하고 있는 사람도 만날 수 있다.”

2부를 진행한 김문수 비네이트 대표는 1년 전 신생 기업이었다가 지금은 배송 건수 3000건을 기록하고 있는 퀵서비스 스타트업 ‘원더스’를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말이 더 신뢰를 얻는 이유는 포럼 1주년 행사에 신규 스타트업들이 자사 서비스를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참여한 스타트업은 라이클, 스페이스레븐, 헬프미, 코멘토, 스크루바였다.

최근 SNS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필름카메라 앱 ‘구닥’을 개발한 스크루바도 만날 수 있었다. 조경민 CMO(최고 마케팅경영자)는 “구닥은 카메라 앱치고 불편하다. 작은 화면으로만 사진을 찍을 수 있고, 할당된 필름 수를 채우면 3일간 사진을 못 찍는다”며 “그럼에도 구닥을 찾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스토리텔링이다. 사용자 한분이 우리의 마케터”라고 말했다.

이어 스타트업 창업자의 허심탄회한 이야기가 쏟아졌다. 국내 시장에서 얻는 장점도 있지만, 동시에 고충도 많다. 덩치 큰 대기업은 스타트업이 가장 만나기 싫은 존재다. 최근 대기업들이 IT와 O2O(Online to Offline, 온오프라인 연계서비스)에 대거 진출하면서 스타트업과 비슷한 서비스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에 박종일 착한텔레콤 대표는 “대기업 텃세와 규제를 (스타트업이) 정면승부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스타트업은 대기업이 하지 않는 분야에 나서야 한다. 대기업이 음식 찌라시, 모텔 중개는 하지 않는다. 우리는 화이트마켓도, 블랫마켓도 아닌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1주년에 참가한 사람들이 스타트업 발표를 듣고 있다. / 사진=차여경 기자

1주년 포럼에 참석한 스타트업 창업가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공감했다. 다른 스타트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엔 함께 한숨을 내쉬었다. 신생 스타트업의 성장을 보면서 웃기도 했다. 창업가라면 누구나 겪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행사에 참석한 김옥균 보맵 부대표는 “지난 1년 보맵은 어려운 고민이 있을 때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을 만나 서비스에 대한 치열한 검증과 시리즈 A 투자유치라는 큰 성과를 얻었다”며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단순히 모임을 위한 모임이 아니다. 한국에서 스타트업을 하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을 스타트업 선후배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며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고 전했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홀로 제 목소리를 내긴 힘들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앞으로도 스타트업의 목소리를 키워주는 확성기 역할을 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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