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이 앉힌 사외이사가 회장 연임시키는 파행적 구조 고쳐야…전성인교수 "노동자 추천 이사제 필요"

KB금융지주 확대지배구조위원회가 26일 제3차 회의를 개최, 만장일치로 윤종규 후보를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로 선정했다. / 사진=뉴스1

'낙하산은 막고 독재는 못 막았다.'


KB금융지주 확대지배구조위원회(이하 확대위)가 윤종규 회장을 차기 회장에 최종 후보자로 확정하면서 KB금융 지배구조문제가 수면 위로 떠 올랐다. 

회장이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그 사외이사가 회장을 연임시키는 지배구조 시스템은 금융 사유화도 얼마든지 가능한 구조다. 특히 낙하산을 막기 위해 회장의 권한을 강화하다 보니 KB금융 경영 승계가 독단적으로 흐를 수 있다. KB금융과 함께 전체 금융권의 지배구조 개편이 차후 금융권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각될 조짐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연임이 26일 사실상 확정됐다. 확대위는 이날 제3차 회의를 개최하고 만장일치로 윤 회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로 선정했다. 오는 29일 확대위가 제4차 회의에서 최종 회장 후보로 추천하고 11월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치면 윤 회장은 KB금융 회장에 선임된다.

하지만 윤 회장이 회장 연임에 성공하기까지 지배구조위원회 투명성과 경영 승계 절차를 놓고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윤 회장이 뽑은 사외이사들이 윤 회장을 평가하고 연임시키는 구조가 자칫 '제왕적 금융지주 회장'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KB금융 지배구조에 대한 논란은 연구해야 할 주제"라며 "(윤 회장 연임으로) KB금융 낙하산을 막았지만 경영자를 위한 참호구축은 강화됐다. 이번 KB금융이 금융사 지배구조에 개선조치가 필요하다는 과제를 남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금융 사유화 선례는 고쳐지지 않을 것"이라며 "경영 연장선으로 연임은 가능하겠지만 지금 시스템에선 3연임도 가능하다. 그럼 10년 장기 경영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KB금융이 윤 회장을 연임 시킨 과정은 이렇다. 외부 헤드헌터 업체로부터 최초 후보군 20여명을 추천받았다. 반기보고서 등에는 이 회장후보군(Long List) 결정 사실을 공시했다.

이후 확대위는 지난 8일 제2차 회의를 개최하고 최초 후보군 중 회장 최종 후보군(Short List)을 7인으로 압축했다. 총 23명의 Long List에서 컷오프 기준을 통과한 12명에 대한 계량 평가를 실시하고 7인 후보군을 추려낸 것이다. 이후 14일 확대위는 윤 회장을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결정했다. 확대위는 이날 최종 후보자군 3명을 발표했다.

이날 확대위는 윤 회장 단독 후보 결정 공정성과 관련한 금융권 우려를 일축했다. 원칙과 공정한 평가기준에 따라 후보자들을 평가했다고 전했다. 이후 확대위는 제3차 회의에서 윤 회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로 결정했다.

전 교수는 "KB금융 경영승계 시스템은 미완의 시스템이다"고 말했다. 그는 "헤드헌터 추천으로 회장 후보를 관리하며 낙하산 위협은 피했지만 경영자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이사회에 의해 모든 결정이 내려졌다. 결국 낙하산은 막고 막강한 권력자에 대한 참호구축은 더 견고하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은행을 가진 금융지주 회장의 권한은 재벌 총수에 필적할 만큼 막강하다. 그래서 그 권력을 확보하려는 의지가 높은 것"이라며 "국민과 금융권이 여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일각에선 민영회사에 이래라 저래라 하면 안 된다고 하지만 금융지주가 잘못되면 결국 국민 세금이 투입될 수 밖에 없다. 경제에 큰 타격을 준다. (회장 선출에) 국민도 이해관계가 분명하게 있다"고 말했다.

KB금융지주 노동조합협의회(노협)은 이런 이유로 정관개정과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담은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 주주제안서에는 최근 5년 이내에 청와대, 행정부, 사법부, 국회, 정당 등에서 1년 이상 일한 자를 3년간 상임이사 후보에서 제외하고, 사외이사를 뽑는 과정에 대표이사가 직접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정관 도입이 담겨 있다.

이 주주제안서대로라면 낙하산은 물론 회장이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그 사외이사가 다시 회장을 연임시키는 지배구조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 교수는 "노동자 추천 이사제는 KB금융 지배구조에 필요한 특효약이 될 것"이라며 "경영권을 과도하게 침해함이 없이 경영 승계 과정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등 최소한의 투명성을 유지할 수 있다. 지금 상황에선 사외이사가 최고경영자에 포획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지난 7월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노동자 추천 이사제를 포함한 바 있다.

이와 관련 KB금융 관계자는 "윤 회장 연임이 완전히 마무리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이 문제를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KB노협 관계자는 "노조 추천 이사진에 대한 요구와 연임 반대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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